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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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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판단력


BY 봉자 2010-03-03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들 눈에 비친

담임선생님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할까.

생김이나 나이, 자질과 능력.....남과 여

다 됐고

좋은 선생님 알아보는 데 딱 10초면 끝난단다.

 

약간 미심쩍기도 한 이 정보의 출처는 봉자가 주워들은 말이며

신뢰도는 읽는 사람 마음 가는대로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판단력이 대체로 잘 맞다는 놀라운 평가가 뒤따른다.

왜일까??

아이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즉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훌륭한 선생님에 대한

수다한 조건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 상태이니

보이는 대로 느끼고 판단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의 눈과 마음은 순수하며

동물적 감각까지 동원 되었다고도  할 수가 있다.

 

어제, 6살쯤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난데없이

가게로 튀어들어 왔다.

 

\"할머니!! 아까 여기.... 주머니가방 못 봤어요?\"

 

\"뭐시? 할머니....누구?\"

가게 안에는 봉자말고 아무도 없다.

 

헐......

TV에선 내 귀에 캔디, 봉자 귀엔 우박 떨어지는 소리가 우르르 들린다.

대략 한 시간 전 친구 따라 들어온 아이인가 본데, 가방? 뭔 가방, 있어도 못줘야.

가방은 애초에 없었으니 못 주는 것이고,

일생에 처음 들어보는 할머니란 호칭에 째려보듯 아이 얼굴을 마주하니

눈망울이.....기가 차게 맑다.

 

 \'히히히....니 눈엔 봉자가 할머니로 보이니~~~~~~~~?\'

차라리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귀할멈 계모는 어떠니.....

 

물어도 물어도 사실만 말하는 요술 거울,

유리알 같이 맑은 눈동자를 달고

가게 안을 동동 떠다니는 저 거울들을

얼른, 빨리, 잽싸게 치워버리고 말거야.

 

\"말문 튼 6세 이하, 출입금지\" 라고.

 

봉자, 한때는 동안(童顔) 소리 지겹게 듣고 살았는데,

본 나이를 말하면 눈동자 커지며 놀라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즐겼더냐.

이대로 잘만하면 대학생 딸내미와 외출하면 큰언니 소리 들을 날도 오리라.

오십 육십....나이, 내 너를 반겨주마고 기세등등 했었는데,

먹고 살자고 고수해온 슈퍼아지매 컨셉에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그래.... 봉자 할미, 계속 아줌마로 봐주긴 어중간한 오십 초반 나이다....

하지만 아가, 너 이거 아니?

오십대 아줌마들 미장원가면 삼십대 컨셉부터 잡고 들어간다는 거....

아이 낳고 틀어진 O형 다리만 아니라면 스키니 진 당당하게 입고 싶은 거.....

드라마 속 꽃미남을 보면 한번쯤 상대녀로 둔갑시켜 보는

세상의 오십대 속을 안다면 함부로 부르지 못할 호칭이라는 거.

 

아, 너무 맑아서 막돼먹은 판단력에 얄짤없는 아이들의 눈동자여.

 

  

 

 

 

 

 * 얄짤없다(형용사): 봐 줄 수 없거나 하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