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태운다고 공터에 준비되어있길래
어제가 솔직히 대보름날인 줄 알았지요.
\"니들 달집태우는데갈 거냐?\"
\"내일인데...\"
그러고선 여느 아침처럼 밥을 먹었지요.
\"땅콩 안 볶을겨?\"
\"와? 먹고 싶어? 오후에 볶을께\"하고선 침대에 쪼께 간만에 뒹굴뒹굴거렸어요.
주방일을 할 줄 아는 우리집 남자.
실은 입이 무척 바쁘답니다.
대보름인데 뭐 대보름같은 밥상을 안 차려준다 이거죠.
냉동실서 데쳐놓은 취나물, 씨레기나물 꺼내놓고 호박말린 거 물에 담궈두었더군요.
냉동실도 냉장실도 잘도 찾아 식탁에 올려놓아요.
어련히 저녁엔 비빕밥 안 해 줄까봐~~
찰밥을 안 해주네 뭐네 궁시렁궁시렁거리더니
마트에 간다더이다.(솔직히 친정에서 찹쌀 가져다 먹을 땐 모르다가 마트에서 사려니 돈이 아까워 그냥 왔더군요)
텃밭에서 6년산 도라지 캐와요. 냉이캐와요.
결혼해 살다보니 차려준 밥상이 젤로 맛있기에
숟가락 뜨면 될 정도로 준비해놓은 저녁밥상에 고추장 한스푼 넣고 비비면 끝인데
도라지 벗길까? 솔직히 안 반가워요.(내일 고추장구이 해 먹자)
냉이 씻을까? 솔직히 안 반가워요.(무채썰어 냉이 콩가루 묻혔지요 다싯물내어서 냉이국 끓였네요)
주방에서 머무른 시간이 길어질수록 속으로 짜증이 밀려와요.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설거지 그릇들도 늘어가거든요.
설거지도 미리끝내고 쉬고싶은데 그늠의 귀밝이술에 부럼까지 다 챙겨대는데....
주방일을 할 줄 아는 입만 많이많이 바쁜 남자(설거지거리 많이 만들어내는 남자) 솔직히 별로였어요.
신랑이 계절에 한번씩 귀국했다 인도가는 친한 친구는
칼퇴근 신랑을 두었다고
\"친구야~ 요즘은 니가 불쌍태이(?)\"하네요.
중고등 아들, 딸들은 학교에서 저녁까징 급식해요. 공무원인 이 친구는 퇴근 후 헬스다닌다나요?
주방은 주중행사인지?
특히 방학때면 삼식이들 모신다고 \"니 참 불쌍태이(?)\"하고 놀리기까지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