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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14

지하 살이(창문에 오줌싼 놈-하)


BY 푸우 2010-02-27

살다살다 별 꼴을 다 보네.

여자 혼자 산다고 무시하는 거야 뭐야.

어디다 대고 오줌을  싸....

이럴때 쫒아 나가서 그 놈 목덜미를 움켜쥐고 주먹한 번 날려주는 사람 있다면...

있다면  저 인간이 그렇게 나왔을까...

주차 문제도 그렇고,

남자가 있는 집이라면 다 들 그러진 않았겠다 싶으니 더 화가 났다.

 

지린내가 방안에 진동해서 더 이상의 신세한탄도 할 수 없었다.

젖어있는 커튼을 떼어 세탁기에 집어 넣었다.

세제와 락스를 섞어 모기장 부터 창틀, 벽까지 다 닦아냈다.

벽에 붙여 놓은 침대에도 튀었을까 싶어 침대보도 걷어내고

방바닥까지 ...

자다 봉창 두드린다더니, 자다 말고 이게 왠 난리람..

새벽을 꼬박 보내고도 화가 가라 앉질 않았다.

 

아침 일찍 전화 걸어 오는 사람이  하소연 들어 줄 타겟이 되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힌 말을 다 듣더니 하는 말이,

\"그걸 그냥 뒀어??  그리고 빨래랑 청소는 왜 니가 해?

그놈 한테 시키고.... 혼자 있어서 겁났으면 경찰을 불렀어야지.\"

\"경찰을 이런 일에까지 부르면 어떡해... 온다고 해서 뭐 달라질게 있어?\"

\"경찰 불러서 경범죄 벌금이라도 물게하고,

피해 보상도 하라고 하고,

해꼬지도 못하게 겁도 주고 그랬어야지. 

왜 혼자서 다 하려구 해??\"

\"그냥 혼자서 다 하고 살다보니... 알았어. 지금이라도 신고할게.\"

112를 눌렀다.

이런일 까지 경찰에 신고하냐며 혼날 것 같았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끝까지 듣더니 지금 바로 출동(?) 하겠단다.

반갑기도 하고,  좀 미안하기도 했다.

5분도 안 되어 경찰아저씨 한 분이 찾아 왔다.

들어와서 청소되어 있는 흔적이며  빨아놓은 커튼, 침대보를 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1층 집 아들이라고 했더니 올라가서 그놈을 불러낸다.

밖에 나가 창문가에 서서 한참을 얘기한다.

그놈은 끝까지 안 그랬단다.

경찰 아저씨가 그놈을 데리고 집에 들어 왔다.

\"얼른 사과 말씀 드리고,  용서해 달라고  해.... 이웃지간에 이게 뭐야..

아주머니도 젊은 사람이 잠깐 실수한 거니까 용서해 주시죠??

법으로 해 본댔자 경범죄 벌금 내는 거 .. 그까짓거 얼마 되지도 않아요.\"

그놈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힐끗 나를 보며 말을 연다.

\"이거 내가 그런 것두 아닌데...  기억두 안나구.... 암튼 죄송해요.\"

암튼 죄송해???

\"바쁘신데 이런 일로 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

그놈한테는 눈길도 안주고 경찰아저씨한테만 인사하고는 문을 닫아버렸다.

 

\"새벽에 놀랐게수... 2시 쯤인가.. 애 아빠가 아직 안들어 와서 ...

베란다 밖에 내다보다가  내가 봤거든.  1층집 아들이 오줌 싸는거...

경찰차가 왔다 간 것 같던데... 잘 해결 봤어요?\"

오전에 깜빡 잠이 들었는데, 3층 아줌마 벨소리에 깼다.

고지서를 갖고 왔는지...

평소에 주차 문제로 사이가 어색해서 내왕이 없었는데,

수다꺼리 물어 온 아줌마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냥... 사과 받고 끝냈어요.\"

기대보다 못한 반응이었는지 금새 표정이 바뀐다.

\"난  혹시 뭔일 있으면 내가 얘기해 줄까 해서 왔는데.. . \"

말꼬리를 흐리며 눈인사를 하곤 돌아선다.

큰 먹이감을 놓친 하이에나의 힘빠진 엉덩이마냥 축 늘어져보인다.

 

밤잠을 설쳐서 인지  그날은 종일 잠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