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시가 지난 늦은 시간
아마도 아홉시 뉴스에 내일 비 소식이 있음을
들었고 습을 안은 밤공기는 꽤나 무겁게 내려
앉아 있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라는 책을 읽다가 잠시
눈에 피로를 풀 요량으로 무심코 텔레비전을
켜고 화면가득 펼쳐진 영상에 갑자기 저녁먹은
음식물이 목에 걸린 듯 갑갑한 이물감이
들고 예민한 성격탓에 내가 신경쓰는 어떤 일들이
틀림없이 꿈 속에 적나라히 펼쳐지는 평소의 습성을
고려해 텔레비전을 꺼야 되는데
몸은 자꾸만 뒤로 물러나면서 눈은 화면에서
떼지를 못했다.
\'차마고도\'
그리고 \'조장\'
사람이 죽고 영혼이 떠난 육신은 빈그릇에 불과하고
그동안 영혼을 실어 주었던 그 육신은 마지막 보시로
독수리에게 시신을 던져주는 \'조장\'
아~~~
식육점에서 돈까스 만들 고기를 다져 오는 것도 아니고
닭 몇 마리 툭툭 잘라서 맹수에게 던져주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많은 의식이 치러졌길래 낙숫물이 돌을 뚫듯
넓직한 돌 위에 자리가 잡혀 있고
도끼,커다랗게 묶어놓은 돌덩이 .칼 그런 것들이
작업?을 하는 도구 들이다.
망자가 입었던 옷들은 벌판에 휘휘 던져지고
아하~~
흔적마저도 자연의 일부로 그냥 둔다.
사후에 한 줌 재가 되어 남는 것이
훼손없이 땅에 묻혀 벌레들 밥이 되는 것이
나무 한 그루 밑에 거름이 되는 것이
무엇이 더 의미 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악몽에 시달릴 것 같아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책 속에서는 헨리가 과거와 미래를 발가벗고
넘나들며
환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시간여행을 한다.
이러다 내가 돌겠다.
악몽에 시달리더라도 잠을 자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남편이 날 지켜 줄까.
그래도 남편을 믿고 오늘은 지독히 코 고는
그 품을 파고 들어본다.
털복숭이 남편팔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며
최면을 건다
여기는 푸른 초원이라고
털복숭이 남편품이 푸른 초원이라고
내가 본 그 화면이 내 꿈 속에서 다시
펼쳐지지 않기를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영원한 축복 얻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