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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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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질\'


BY 오월 2010-02-20

2009년이 손에 익숙해질 쯤

2010년이 되고 아직도 관공서 날짜에는 십중팔구

2009년 이라 썼다가 다시 2010년을 적어넣곤 한다.

2010년을 맞은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고 남녘에선

봄소식이 전해 오는데 난 새해가 아직도 익숙하지 가

않다 어쩌면 엄마라 불리우는 소리를 24년 듣고도 그 \'엄마\'

라는 단어에 늘 자신이 없듯 아마도 뭔가 그 단어 앞에

당당하지 못한 내 자신감의 결여 같다.

 

엄마라 불리우며 엄마의 역할을 다 못하는 나에게

세월은 날개를 달고 아이들은 어느새 둥지를 떠나고 난

빈둥지를 지키는 생활을 벌써 5년째 하고 있다.

이별연습 어쩌면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곧 이별의 수와도

비례하지 않을 지 아직은 내가 어리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영원한 이별은 꼭 한 번 겪어 봤지만 빈둥지로 새끼들이

들었다 나는 이별은 늘 겪고 산다.

훌쩍 다른나라로 훌쩍 제 집이라고 그렇게 떠난다.

 

보내며 늘 드는 후회는 아이가 잠시 집에 머무를 때

최대한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어 나름 인내를

발휘한다  일찍 일어나 제 시간에 나가야 하지만 준비하는

딸에게 잔소리 없이 조용히 앉아 기다리기

퇴근시간도 되기 전 집에 가자고 조르는 딸 철부지 마음 받아주기

퇴근길 꼭 마트에 들려 새로운 찬거리 먹거리 장만하는 응석 받아주기

바쁜 내 맘 나몰라라 세월아 내월아 밥먹고 있는 딸 지켜보기.

어느 땐가 지 먹은 것 설거지 통에 그냥 담겨진 것 소리없이 내가 치우기

이옷저옷 입어보고 수북히 쌓아놓고 외출한 딸 방 잔소리 안하고 봐주기

미장원 화장품 옷 무엇이든 쫒아와 나보다 더 많이 사도 참기

지 핸드폰 정액제 다 쓰고 내 것 쓰다 집전화 쓰다 난리 떨어도 참기

샤워 후 그냥 나온 욕실 물 닦아 놓기.

 

남편에게 언제나 온화한 현모양처인 양

어느집은 엄마와 딸도 막 소리지르고 싸운다는데

난 이렇게 큰소리 하나 없이 산다우

교만을 떨어 가면서 .

아이들에게 꽤나 참을 성 있는 뭔가 좀 아는 현명한 엄마인 양

나 혼자만 참고 나 혼자만 노력하고 나 혼자 잘나서 늘 남들이

부러워 하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줄 알았다.

내 사무실 바뀌는 전산 시스템들을 가르쳐 주로 2개월 머무는

동안 이러한 속앓이들이 있었음에도 우린 늘 웃고 즐거웠기에 남편이

두 여자가 집에 있으니 넘 행복하다는 말을 했었다

 

딸이 다시 복학을 하기 위해 떠나기 전 날

뜻밖의 말을 꺼냈다.

\"엄마,나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혼자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엄마랑 막 싸우고 그래도

집이 너무 좋아\"

\" 헉 아롱아, 엄마는 아롱이에게 한 번도 큰소리 친 적 없고 또

싸운 적도 없는데 언제 엄마랑 싸웠어?\"

\"응 엄마,ㅎㅎㅎㅎ 나 속으로 엄마랑 많이 싸웠어 ㅎㅎㅎ!\"

누구나 그런 착각에 빠져 산다.

피해자는 나 뿐이라고 그 작은 가슴에 엄마를 배려해 혼자 꿍꿍 앓고

삭혔을 딸아이

내가 봐준 만큼 상대도 날 봐줬고

내가 참은 만큼 상대도 참았고

세상에 일방적 피해자는 없다는 것을.

역시 부족한 엄마에게 강펀치 한 방을 남기고 꼬물거리는 내 딸은

또 떠나갔다. 또 다시 돌아오는 날 그때는 조금 더 엄마 스러워 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지

 

24년을 불리워도 늘 부족한 내 타이틀

엄마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부모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