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손에 익숙해질 쯤
2010년이 되고 아직도 관공서 날짜에는 십중팔구
2009년 이라 썼다가 다시 2010년을 적어넣곤 한다.
2010년을 맞은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고 남녘에선
봄소식이 전해 오는데 난 새해가 아직도 익숙하지 가
않다 어쩌면 엄마라 불리우는 소리를 24년 듣고도 그 \'엄마\'
라는 단어에 늘 자신이 없듯 아마도 뭔가 그 단어 앞에
당당하지 못한 내 자신감의 결여 같다.
엄마라 불리우며 엄마의 역할을 다 못하는 나에게
세월은 날개를 달고 아이들은 어느새 둥지를 떠나고 난
빈둥지를 지키는 생활을 벌써 5년째 하고 있다.
이별연습 어쩌면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은 곧 이별의 수와도
비례하지 않을 지 아직은 내가 어리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영원한 이별은 꼭 한 번 겪어 봤지만 빈둥지로 새끼들이
들었다 나는 이별은 늘 겪고 산다.
훌쩍 다른나라로 훌쩍 제 집이라고 그렇게 떠난다.
보내며 늘 드는 후회는 아이가 잠시 집에 머무를 때
최대한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싶어 나름 인내를
발휘한다 일찍 일어나 제 시간에 나가야 하지만 준비하는
딸에게 잔소리 없이 조용히 앉아 기다리기
퇴근시간도 되기 전 집에 가자고 조르는 딸 철부지 마음 받아주기
퇴근길 꼭 마트에 들려 새로운 찬거리 먹거리 장만하는 응석 받아주기
바쁜 내 맘 나몰라라 세월아 내월아 밥먹고 있는 딸 지켜보기.
어느 땐가 지 먹은 것 설거지 통에 그냥 담겨진 것 소리없이 내가 치우기
이옷저옷 입어보고 수북히 쌓아놓고 외출한 딸 방 잔소리 안하고 봐주기
미장원 화장품 옷 무엇이든 쫒아와 나보다 더 많이 사도 참기
지 핸드폰 정액제 다 쓰고 내 것 쓰다 집전화 쓰다 난리 떨어도 참기
샤워 후 그냥 나온 욕실 물 닦아 놓기.
남편에게 언제나 온화한 현모양처인 양
어느집은 엄마와 딸도 막 소리지르고 싸운다는데
난 이렇게 큰소리 하나 없이 산다우
교만을 떨어 가면서 .
아이들에게 꽤나 참을 성 있는 뭔가 좀 아는 현명한 엄마인 양
나 혼자만 참고 나 혼자만 노력하고 나 혼자 잘나서 늘 남들이
부러워 하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줄 알았다.
내 사무실 바뀌는 전산 시스템들을 가르쳐 주로 2개월 머무는
동안 이러한 속앓이들이 있었음에도 우린 늘 웃고 즐거웠기에 남편이
두 여자가 집에 있으니 넘 행복하다는 말을 했었다
딸이 다시 복학을 하기 위해 떠나기 전 날
뜻밖의 말을 꺼냈다.
\"엄마,나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먹고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혼자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엄마랑 막 싸우고 그래도
집이 너무 좋아\"
\" 헉 아롱아, 엄마는 아롱이에게 한 번도 큰소리 친 적 없고 또
싸운 적도 없는데 언제 엄마랑 싸웠어?\"
\"응 엄마,ㅎㅎㅎㅎ 나 속으로 엄마랑 많이 싸웠어 ㅎㅎㅎ!\"
누구나 그런 착각에 빠져 산다.
피해자는 나 뿐이라고 그 작은 가슴에 엄마를 배려해 혼자 꿍꿍 앓고
삭혔을 딸아이
내가 봐준 만큼 상대도 날 봐줬고
내가 참은 만큼 상대도 참았고
세상에 일방적 피해자는 없다는 것을.
역시 부족한 엄마에게 강펀치 한 방을 남기고 꼬물거리는 내 딸은
또 떠나갔다. 또 다시 돌아오는 날 그때는 조금 더 엄마 스러워 진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지
24년을 불리워도 늘 부족한 내 타이틀
엄마
끝까지 미완성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부모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