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동화 속 세상
흰눈이 온 세상을 다 덮고
날 꿈꾸게 하던 어느 날 눈 위에 꼭꼭 찍어
발자국으로 꽃송이도 그리고
제 오지랖 만큼씩 눈을 이고 선
겨울나무를 디카로 찍고 하얀 연탄재위로
모자처럼 뾰족하게 얹어진 흰 눈은
꼬마 요정이 뛰뚱 거리며 걸어올 듯
처마밑 고드름 어린 날 추억에
마냥 신난 어느 날
강아지 두 마리
토끼 한 마리
화초닭 세 마리
내가 사무실에서 키우는 우리 가족이다.
30센티가 넘게 쌓여버린 하얀 세상
내가 행복하면 모두 행복한 줄 알았다.
닭들에게 모이를 주러 아무런 생각없이 닭장 앞에
선 내 앞으로 뭔지 알수없는 것들이 순식간에 날아오른다.
깜짝놀라 닭장안을 살펴보니 미처 도망치지 못한
참새 한 마리가 갇혀 있다.
오호라 눈속에서 먹이를 찾지 못한 새들이 닭장안에
먹이를 찾아 들었구나. 그들이 드나드는 구멍을 모두
막으면 되는데 남편이 그런다 그러면 참새들은 흰 눈
속에서
뭘 먹고 사느냐고 그때부터 닭이 먹는 사료보다
참새떼들이 먹는 사료가 더 많아졌다.
슬금슬금 지나가던 옆집개는 우리 멍멍이 밥을 다 먹고
날 흘금흘금 바라보며 도망치고
닭장에는 참새가 닭모이를 다 먹고 날보면 호르륵 도망치고
봄에 꽃밭에 퇴비로 쓸 거름더미에는 돼지 같은 쥐들이
얄미운 고양이가 함께 공존한다.
그들도 내 가족이다.
감도 따지않고 새들에게 줬더니 콕콕 찍어 먹느라 마당이
엉망이다 그래도 가족이다
좋을때만 바라면 가족이 아니다
싫을때도 미울때도 다 품을 줄 알아야 가족이다.
참새가 도망치지 않고 날 바라봐 주는 날은 없을까
난 가족인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촉촉히 비 내리며
새봄이 오면 참새들은 우리 닭장에 오지 않을까.
난 함께 살아도 좋은데~~~~~
산란용 모이를 많이 먹었으니
새끼는 튼실하게 잘 낳을텐데~~~
아들딸 낳고 행복해라
참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