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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78) 75일만의 한 일


BY 남상순 2010-02-08

 

오늘 75일만에 남편 목욕을 하였다
남편 목욕한 것까지 글로 알리느냐고

미주알 고주알 알리지 말라는 남편이
이 글 올린줄 알면 몹시 싫어할 것이다

목욕탕이나 싸우나에 가게 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수술한자리 다칠까봐  또 최근까지 소독하는 터진자리를 모르고 상하게 할까봐
목욕탕에서 잘 못해서 빈혈이라도 일으키면 크게 다치는 일이 있을까봐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예 목욕탕에 갈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집에서 목욕을 했다는 이야기다

언젠가는 기골이 장대한 사나이가 좋아보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생각이 일단 스쳐간다.

아담한 싸이즈면 좋겠다

목욕통에 가득한 인간을 이태리 타올로 때밀이를 하는데
버겁고 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부분부분 시간이 걸리면 언젠가는 끝날 일이니
차근차근 밀고 닦아 주었다.

잘 못 닦아서 때만 불려버리면 몸이 가렵고 힘이드는지라
부드럽지만 깔끔하게 닦느라 최선을 다했다.

목욕을 하는 과정에서 한 순간이라도 실수하여 넘어지거나
다치거나 미끄러지거나 혈압이 올라 어지러워한다면 큰일이다 .

 

미리 차가운 마실 것을 준비 해두고 속옷도 찾아두고 
처음으로 상처 부위에 거즈를 덮은 채로 목욕을 마치니
얼마나 개운하고 좋았을까요?

씻지 않고 75일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매일 샤워를 하지 않아도 사람은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도 증명된 셈이다

매일 원하기만 하면 씻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해 본적이 있던가?

다행스럽게 겨울이라서 냄새가 덜 나서 견딜만 했지만
그래도 가까이 가면 시큼한 쉰내가 나는 것을 부부지간에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을 어렴프시 남편이 짐작을 하면서 누구도 곁에 오는 것을 싫어했다
자기 몸에서 냄새가 나서 혐오스러울까봐 얼마나 예민해 하는지
유난스레 깔끔한 남편으로서는 이것도 무서운 형벌이었던 것이다

이제 매일 목욕을 시켜야 하는 내 일과가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해 둔다 
고달프지만 이것이 나의 지금의 행복이라고 감히 말하면서
즐겁게 한날 한날을 지나고 있다.

오늘 현재의 상황에 감사하지 아니하면
내일 감사의 조건은 내게 일어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뼈만 앙상한 남편에게 속히 근육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언제라도 원하면 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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