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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봉사


BY 그대향기 2010-02-06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은 목욕가는 날이다.

부곡이 가까이 있는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일부러 온천가는게 아니라 우린 늘 온천욕이니 참 좋다.

 

지역민들은 온천하는 비용도 좀 싸다.

한달씩 티켓을 끊으면 더 싸고....

우리는 매주 열명이 넘는 인원이 티켓을 지우는 고정단골인 셈이다.

 

부곡의 웬만한 목욕탕은 더 섭렵을 했다.

어느 목욕탕의 시설이 안전하고 넓고 깨끗한가?

매주 탕을 바꿔가면서 정한다고 해도 좀 하다보면 또 더 나은 곳이 생기게 마련.

 

가령 엘리베이트가 없던 곳이 엘리베이트가 생겼다던지

욕탕 안 바닥이나 샤워시설이 새로워졌다던지

찜질방이 새로 들어왔다던지 하면 탕을 일시적으로 바꿔도 본다.

 

할머니들이시라 바닥이 미끄러워도 안 좋고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트가 있는 곳으로 선호를 한다.

그러다보니 지금의 목욕탕으로 정하긴 했는데 글쎄????

언제 또 할머니들이 다른데 가보자~하실지.....

 

오늘도 할머니들 다 모시고 부곡으로 룰루랄라~때 밀러 가는 날.

수십개도 넘는 일반 대중탕과 호텔 사우나 앞에는 외제차에 고급 승용차

봉고까지 차종도 다양하고 사람들도 각처에서 말투도 다양하다.

쏼라~쏼라~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억양에 따따부따..오리지날 경상도 발음까지.

 

걸음이 부자연스런 할머니들은 안다시피 해서 탕 안에까지 모셔드리고

제일먼저 내 몸부터 샤워한다...... 샤샤샥~~~

요지보고 조리봐도 한 몸매 한다 크흐~~~~이 건각 이 근육.

그런 다음 입수~~~` 음..오늘 수온은 좀 덜 따뜻하네.

관리하는 사람이 물을 너무 식혀버렸나?

 

온천수는 너무 뜨거워서 식혀서 쓴다고 그랬다.

호텔방의 난방도 온천수로 쓴다고.....

그러니 얼마나 큰 자연의 수혜지역인가 .......부곡은.

그 옆 동네에 사는 우리도 더불어  수혜자고.

 

입수를 끝내고 다시 샤워를 쌰쌰쌱~~두어번.

물 서너바가지 뒤집어 쓰고 본격적으로 할머니들 등 밀어 드리기에 돌입.

한분 두분 또 한분...헥헥헥...일곱분까지 밀어 드리면 나도 기운이 다 빠질 지경이다.

한분은 절대로 등을 안 밀으신다...피부거칠어 진다고.ㅋㅋㅋㅋ

탕 안은 덥고 땀은 삐질삐질 사우나실에 따로 안 들어가도 된다.

 

그런데 오늘 한 할머니의 등을 밀어드리다가 눈물이 왈칵....쏟아지려했다.

6개월 전에 간암판정을 받으셨고 수술은 연세가 있으셔서 안 하셨는데(88세)

서서히 살이 빠지시더니 이젠 피골이 상접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

뼈에 피부만 덧 입혀 놓은 형상이었다.

 

그분을 모신지도 햇수로는 벌써 15년째.

우리 아들이 기저귀 차던 시절부터 봐 오시던 분이신데 이젠 가실 날만 기다리고 계신다.

본인도 오늘이나..내일이나...주무시다가  천국에 올라가시기를 소원하시며 그렇게 기도하신다.

우리 친정엄마보다 한살이 더 많으신데 그 동안 너무나 정정하셨고

지금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화초에 물주기며 강아지 밥 챙기기는 잘 하신다.

 

소일거리라도 없으면 더 심심하다시며 주방 일도 잘 거들어 주시던 할머니신데....

난 이별이 너무너무 서툰데 또 어쩌나 싶다.

꼭 친정엄마처럼 우리 가족을 챙기시고 특히 우리 막둥이를 손주처럼 이뻐하셨는데

그런 분을 떠나보내려니 사우나에서 나온 김서리는 아닌데 갑자기 눈 앞이 뿌옇기만 했다.

 

살이 다 빠지신 헐렁헐렁한 팔다리를 밀어드리며 친정엄마가 그리웠고

또 얼마나 더~  몇번이나 이 할머니의 등을 밀어 드릴 기회가 있을까? ..... 싶으니

구석구석 손 안 닿는 곳마다 두번 세번 자꾸만 밀어 드리는 나.

엄마 등을 밀어 드리는 기분으로... 이 순간이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식사량도 많이 줄어들었고 소화 기능도 많이 떨어지셨다.

요즘들어 부쩍  수의를 챙기시고 주변을 정리하시는 모습을 자주 본다.

사형선고를 받은 기한이 다 차 간다시며 날더러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까지 마치시려는 할머니.


쓸모있는 물건이다 싶으면 죄 갖다 주신다.

본인이 죽고 난 다음에 가지려면 기분 나쁠거라시며 포장이 안 풀어진 선물봉지는

아들아이 갖다주라며 다 들고 나오신다.

아직은 더 가지고 계셔도 좋으련만 하나 둘씩 내려 놓으신다.

 

조만간 난 또 한분의 엄마를 떠나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