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뒤돌아 본 등 뒤로 무심히 흘려버린 내 나이 앞에서 차마 내게 너무 미안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올려다 본 머리에 무언가 하얗게 빛나는 그것을 뽑아들고 그렇게 한동안 넋이 나가있는 내게 너무나 무책임 했던 난 마흔이다.
어쩌면 우린 나이 사십을 넘어서는 순간 부터 뭔가를 하나씩 포기해야 하는 아픈 현실을 맞이하게 될런지도 모르겠다.
사진속 예쁜 모습도 포기하고 넘치 듯 힘있는 꿈과 열정도 잊어 버리면서 거울 속 나이든 내 모습에 우울해 하면서 쓸쓸한 노후를 맞이 하게되는 건 아닌지-
진정한 절정의 날은 아름답게 나이 드는 일과 함께 온다고 어느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다.그런 우아하고 있어 보이는 글귀처럼 나도 그리 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인생의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고
그 작가는 얘기 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까.절정의 날이 과거 속 추억에만 있어야 한다면 그 또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십이 넘어서고 부터 나이듦에 대해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하곤 한다.
마흔 살 부터는 얼굴에 책임도 져야하고 겹겹이 쌓이는 시간안에서 젊은 시절 화려 했던 모든 행동들 또한 얼굴위로 그대로 나타 날 진데- 내 나이 듦에 서러워 하기 보다는 이제는 정말 진짜 어른임을 깨달아야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눈이라도 쏟아 질 듯 재빛 하늘이 표정없이 조용히 내려다 보고 있는 화요일이다.
시간은 참으로 충실하게도 자기 소임을 잊지 않고 묵묵히 흘러간다.
나의 사십이 채 익숙하기도 전에 벌써 또 한해를 소리도 없이 가져다 놓고 쏜살같이 숨어 버린 세월이 밉다.
이제는....
어른이? 돼었으니 아이의 인자한 엄마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해야 할 것과 남편의 예쁜 연인,친구도 돼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잊어 버리지 않도록 !!..
나이듦이 비단 나에게만 오는 맞춤의식이 아니라 세상모든 사람들이 지고 가야 할 공통과제 인것을-정확히 사십때는 그냥 우울하기만 해서 매일이 시린 마음의 맨날이더니- 이제도 돌아와 거울 앞에 선(국화 옆에서 중) 나는 씩씩하고 용감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다.
회색 빛 하늘 사이로 그 누군가가 주황색 빛줄기를 강렬하게 내리꽂는 오늘은 내일보다 훨씬 맑은 날이 될 것을 약속이나 하듯 신비 롭기까지 까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