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련회가 오늘로써 끝이 났다.
작년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었다.
신종플루의 여파는 우리집에도 있었다.
겨울방학이 거의 다 끝날 때 까지 이어지던 수련회가
오늘부로 종지부를 찍었다.
바같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져 있었어도
큰 솥 작은 솥에 가스불을 잔뜩 피워 둔 주방 안에는
훈기가 있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수련회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초등부가 다 취소되고 중고등부와 일반부는 그런데로 ....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머지 겨울을 보내면 된다.
낮에 손님들을 다 보내고 좀 한가한 시간이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봉사자들의 앞치마와 행주를 세탁 해 두고
거실에 마악 들어 서는데 전화가 왔다.
여전히 또랑또랑하고 톤이 높은 둘째였다.
\"엄~마~??? 최여사님?
하하하하하하하...
생신 축하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설이 다 되어가니 엄마아빠 생신이 생각나잖아요.
나중에 잊어버릴까 봐 미리 전화 드려요.
건강하시고 선물은 국제택배 보낼까요?
하하하하하하하....\"
언제 들어도 우렁차고 높은 목소리.
그랬다.
둘째는 조용하면 아픈 거였다.
언제나 시끄러웠고 씩씩했다.
늘 산만하다싶을 정도로 주변이 복잡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정리를 하라고 야단을 치면 다락에다가 저 짐을 다 옮겨 놓는
천하장사 기질이 좀 있는 힘도 쎈 아이였다.
아마도 내 피가 더 많이 흐르는 듯한...ㅎㅎㅎ
며칠 있으면 엄마 아빠 생일이란 걸 안 잊고
멀리서 국제전화를 넣어 준 둘째.
물론 선물은 립서비스고...ㅎㅎㅎ
그래도 궂이 국제택배로 보내 준다면 받을 수 있는데....
제 살 길도 벅찬데 선물까지 바란다면 나쁜 엄마지.
그냥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 해 고 3 인 막둥이가 걱정된다면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란다고 전해 주란다.
그래도 누나라고.
웃겨~`ㅋㅋㅋ.
그러고보니 나랑 남편의 생일이 얼마 안 남았네~`
수련회로 바쁘면 생일도 잊고 지나가는데 올 해는 일찍 마쳤으니
생일을 찾아 먹을 수 있겠다.
내가 하루 빠르고 남편이 하루 늦는 우리 부부의 생일.
나중에 애들이 시집 장가 가더라도 하루에 몰아서 챙기면 될 듯....
챙기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안하지 ~내가 왜???ㅎㅎㅎㅎ
하루 차이가 나는 생일이라 내 생일에는 미역국을 생략하고
남편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고 촛불을 밝힌다.
아이들이 다 있을 땐 케잌도 사고 제법 시끄리벙벙하게 했었는데
이젠 다 멀리 있고 막둥이는 기숙사에 있으니
우리 두 부부가 오붓하게 거실불이나 끄고 촛불이라도 밝혀? 말어?
이런저런 일로 지출이 많았던 지난 해.
올 해는 그저 큰 욕심 안 부리고 가족 모두가 다 건강하고
오가는 소식들이 다 안녕하기만을 바란다.
지척에 있는 아이들도 아니고 보고싶은 날에 만나서
뜨끈한 우동국물을 같이 후루룩 거릴 그런 형편도 아니라서 서운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장거리 전화로라도 축하 해 주는 둘째가 고맙다.
큰 딸은 둘째보다 더 며칠 전에 전화통화에서 미리 축하하고...........
생각난 김에 미리미리 다 한다는 아이들.
늘 겨울방학 때도 바빴었던 엄마아빠를 생각하면서
저희들도 힘들어도 잘 이기려고 노력한다니 더 고맙다.
때론 힘들었던 어린시절이 큰 스승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