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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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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신 축하드려요.


BY 그대향기 2010-01-21

 

 

겨울 수련회가   오늘로써 끝이 났다.

작년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었다.

신종플루의 여파는 우리집에도 있었다.

겨울방학이 거의 다 끝날 때 까지 이어지던 수련회가

오늘부로 종지부를 찍었다.

 

바같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져 있었어도

큰 솥 작은 솥에 가스불을 잔뜩 피워 둔 주방 안에는

훈기가 있어서 추운 줄도 모르고 수련회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초등부가 다 취소되고 중고등부와 일반부는 그런데로 ....

이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머지 겨울을 보내면 된다.

 

낮에 손님들을 다 보내고 좀 한가한 시간이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봉사자들의 앞치마와 행주를 세탁 해 두고

거실에 마악 들어 서는데 전화가 왔다.

여전히 또랑또랑하고 톤이 높은 둘째였다.

\"엄~마~??? 최여사님?

 하하하하하하하...

 생신 축하드리려고 전화했어요.

 설이 다 되어가니 엄마아빠 생신이 생각나잖아요.

 나중에 잊어버릴까 봐 미리 전화 드려요.

 건강하시고 선물은 국제택배 보낼까요?

 하하하하하하하....\"

 

언제 들어도 우렁차고  높은 목소리.

그랬다.

둘째는 조용하면 아픈 거였다.

언제나 시끄러웠고 씩씩했다.

늘 산만하다싶을 정도로 주변이 복잡하게 어질러져 있었고

정리를 하라고 야단을 치면 다락에다가 저 짐을 다 옮겨 놓는

천하장사 기질이 좀 있는 힘도 쎈 아이였다.

아마도 내 피가 더 많이 흐르는 듯한...ㅎㅎㅎ

 

며칠 있으면 엄마 아빠 생일이란 걸 안 잊고

멀리서 국제전화를 넣어 준 둘째.

물론 선물은 립서비스고...ㅎㅎㅎ

그래도 궂이 국제택배로 보내 준다면 받을 수 있는데....

제 살 길도 벅찬데 선물까지 바란다면 나쁜 엄마지.

그냥 건강하게 잘 지내다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 해 고 3 인 막둥이가 걱정된다면서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하란다고 전해 주란다.

그래도 누나라고.

웃겨~`ㅋㅋㅋ.

 

그러고보니 나랑 남편의 생일이 얼마 안 남았네~`

수련회로 바쁘면  생일도 잊고 지나가는데 올 해는 일찍 마쳤으니

생일을 찾아 먹을 수 있겠다.

내가 하루 빠르고 남편이 하루 늦는 우리 부부의 생일.

나중에  애들이 시집 장가 가더라도 하루에 몰아서 챙기면 될 듯....

챙기지 말라는 이야기는 절대로 안하지 ~내가 왜???ㅎㅎㅎㅎ

하루 차이가 나는 생일이라   내 생일에는 미역국을 생략하고

남편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고 촛불을 밝힌다.

아이들이 다 있을 땐 케잌도 사고 제법 시끄리벙벙하게 했었는데

이젠 다 멀리 있고 막둥이는 기숙사에 있으니

우리 두 부부가 오붓하게 거실불이나 끄고 촛불이라도 밝혀? 말어?

 

이런저런 일로 지출이 많았던 지난 해.

올 해는 그저  큰 욕심 안 부리고 가족 모두가 다 건강하고

오가는 소식들이 다 안녕하기만을 바란다.

지척에 있는 아이들도 아니고 보고싶은 날에 만나서

뜨끈한 우동국물을 같이 후루룩 거릴 그런 형편도 아니라서 서운하다.

그래도 잊지 않고 장거리 전화로라도 축하 해 주는 둘째가 고맙다.

큰 딸은 둘째보다 더 며칠 전에 전화통화에서 미리  축하하고...........

생각난 김에 미리미리 다 한다는 아이들.

늘 겨울방학 때도 바빴었던 엄마아빠를 생각하면서

저희들도 힘들어도 잘 이기려고 노력한다니 더 고맙다.

때론 힘들었던 어린시절이 큰 스승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