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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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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발견


BY 정자 2010-01-21

라다오가  고장나니 집안이 적막하다.

가끔가다 순님이가 지나가는 차 한번 지날 갈 때마다 캥캥 짖고

밤늦게 울 집 지붕위에서 동네 다른 고양이랑 정말 영역싸움을 피터지게 싸운 것 빼고는

진짜 별 일이 없는 오후였다.

 

라디오를 사러 가야 한다고 남편에게 애길 했더니

가던지 말던지 그냥 내 말을 지나친다.

대답은 원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십 년 이상 사용한 라디오가

안 나온다고 해도 눈만 테레비에 고정되어 돌아보지 않는다.

 

퇴물이나 고물이나 모두 관심이 없다.

방학중인 울 아들 그런다.

\" 거 맨날 목소리 없는 것만 틀어서 안 나오는 거여?\"

 

목소리가 왜 안나오냐? 상냥하고 살가운 아나운서들이 목소리 하나 쥑인다? 이 놈아?

쌀이 떨어졌다고 하면 얼른 쳐다볼텐데. 아들 마누라 굶을까봐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 적막한 시골에 개나 고양이가 한 번 짖고 말면 소리를 들을 일 없는 귀가 고프다고 하면

남편 별 걸 다 한다고 지청구 줄 것이 틀림없다.

 

하도 심심해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누구한테 전화해서 수다나 떨까

어떻게 버튼을 눌렀는데 핸드폰 단말기 바꾼지 두 달이 다 되가는데  화면 밑에

라디오라는 기능이 딱 눈에 띄였다.

 

\" 어라라..그럼 라디오도 된다는 건가?\"

혼자 생각에 그 버튼을 누르니 화면이 채널이 숫자로 뜨고 FM이라는 글자가 보이고 그 걸 누르니

익숙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야 야! 아들! 나 라디오 발견했다아?\"

\" 어? 엄마 이거 원래 라디오가 기본으로 있는 건디?\"

 

전화는 잘 걸고 잘 받으면 된다고, 화면 크고 글자 큰 효도폰은 라디오가 원래 있었단다.

울 아들 언젠가 학교에서 버렸다고 주워 온 스피커에 이어폰을 꽂으니

서라운드 오케스트라가 진짜 생생하게 들린다.

 

야! 이거 진짜 라디오네!

 

울 아들 옆에서 소리를 크게 키우니 오디오 툴어 놓은 것처럼 집안이 울린다.

그 때 마침 들리는 겄

슈만의 세레나데가 비올라의 중후한 연주가 흘러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울 남편

\" 거 어디서 디게 많이 들은 건디?\"

 

많이 듣긴 들었을 것이다. 트로트며 가요를 더 좋아하는 통에 이 수준높은 클래식이 문외한이라고 했지만.

고장난 라디오 덕에 오로지 몇 년을 클래식만 나오니 어쩔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조금 있으니 울 아들 채널을 바꿨나보다.

\"황지니 지니 지니~~~..너를 두고 뭐 어쩌구 저쩌구?\"

\"야? 이건 또 뭐여?\"

남편이 큰소리로 그런다.

\" 거기다 놔라? 엉? 그거 내가 좋아하는거다?\"

 

아니 이거 내 라디오라고 막 주장하고 싶은데. 황진이와 슈만은 너무 먼 사인가?

노래 끝나고 다른데 돌리는거여? 이러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