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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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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그만 하렵니다.


BY 엠파이어 2010-01-07


  


어제는 2010.1.6


2009년 11월말 원장님이 내년도 향방을 물으신 뒤로

전 영어교사로 갈지 그냥 보육교사로 남아서 아이들과 지낼지 고민을 했지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던 중

12월 말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영어교사 자리로 난 학원은 거리가 멀고

아이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끌려서

전 어린이집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지요.


그런데, 지금 일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계속 해야 할지는

쉽게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원장님이 재 면담을 요청하시더군요.

마음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면담에 들어갔는데

올 해와 마찬가지로 종일반을 요구하십니다.

6,7세 혼합으로 운영되는 20여명의 아이들이 머무는 빨강반을 맡아주었으면 하더군요.

하지만 전 이른 출근은 상관없지만 퇴근(지금보다 두 시간)을 일찍 하고 싶었어요.

그랬더니 시간문제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고 하십니다.


그런데 전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 폭설이 내려 길고생이 심했던

월요일과 화요일에 마음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병가로 인해 이미 두 달이나 힘들게 하던 선생님

그 뒤로 출근 시간은 한 시간이나 늦어졌고 퇴근 시간은 한 시간 빨라지고

일하는 시간이 짧으니 늘 바빠서 종종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월요일....휘몰아치는 눈을 피해 우산을 썼다지만 온몸에 눈을 뒤집어쓰는

험한 몰골로 시간도 두 배는 더 걸려  출근을 했고

다른 반 선생님들 역시 상황은 같았습니다.

하도 일기가 험해 틀어놓은 라디오 방송으로 듣기만 해도 길 고생이 아주 심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차량도 운행하지 않았고

그 눈길을 뚫고 등원한 아이도 몇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출근한 원장님 제게 그러십니다.

“선생님~~ 빨강반 선생님이 차를 가지고 나왔다가 길에서 오도 가도 못한다고 해서

들어가라고 했어요. 오늘 선생님 반이랑 빨강반 합반 부탁 드려요“

말이 부탁이지....우리 반은 세 명, 옆 반은 6명, 겨우 9명...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이 길 사정 안 좋다고 출근 안하나요?

“원장님, 빨강반 선생님, 대단히 용기 있으시네요.

이런 날 모두 놓고 나오는 차를 끌고 나오시다니  대단히 용감하시네요“

화가 났습니다. 그럼 눈을 뚫고 온 나머지 선생님들은 뭔가.....?

그런데 그 선생님은 그 다음 날도 차를 가지고 나오다가 사고가 났다고

또 결근을 했습니다.


전 늘 이런 불공평에 화가 납니다.

힘들어도 함께 힘들면 서로 격려하며 위로도 하며 이겨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전 원장님과 제 속을 그리도 상하게 하던 옆 반 선생님의 관계를 알게 되었습니다.

둘은 시누이, 올케 사이였습니다.

차량 운행을 하는 원장의 남편(부원장)의 여동생이 바로 빨강반 교사였던 겁니다.

‘그래, 그럼 그렇지....그러니까 두 달 씩이나 안 나와도 그 자리를 비워두고 기다려주지...’

옆 반 선생님은 차량지도도 안하고 늦게 오고 일찍 가며 말도 함부로 하곤 했고

여러 가지 특혜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나머지 선생님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는데

우연히 부원장이 통화하는 소리를 듣고 알게 되었지요.


아이들과 든 정을 생각하면 울 반 아이들 데리고 옆 반으로 가고 싶지만

공과 사 구별 못하는 원장님의 태도에 또 한 해를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어제 제 결정을 전했습니다.

다른 교사 구하시라고...


그랬더니....원장님 제게 이러십니다.

“그러세요....할 수 없지요....하긴 저도 광고 냈는데요.

좀 더 젊은 선생님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나이가 드신 선생님은 어렵기도 하고....“


우~~~씨


그만 두려고 마음먹었지만  한 번 쯤 잡아주는 리액션을 기대 했을까요?

섭한 마음이 싸~~~~~~~~~~~~하게 밀려옵니다.


‘치, 나만큼 일 잘하는 교사 구하기 쉽지 않을 걸? 복을 찼다 그거지?

(요 부분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내뱉는 말이랍니다^^)

그래, 나 이제 간다. 그런데 이제 부터는 공과 사 구별 좀 해서

시누이 때문에 다른 교사들 힘들어 하는 것 좀 살피고

인사도 할 줄 모르는 원장님 아이들, 특히 목소리 커서 악을 쓰는 막내아들은

버릇 좀 가르치고 살아가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란다요~~‘


퇴근 후, 꿀꿀한 맘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딸과 함께 셜록홈즈 보려고 예매를 했었기에 딸과 만나서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제 꿀꿀한 기분을 달래줄 만큼 재미났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지난 번 보았던 솔로이스트에서 봤던 모습과

또 아이언 맨에서 봤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해내고 있었고

주드로의 모습도 멋졌고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얼마 전 보았던 레이첼 맥아덤스 역시 반가운 얼굴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줬고요. 홈즈의 명성에 맞는 명장면들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홈즈의 추리를 보는 즐거움과 사전계획을 세우는 그의 치밀함이 빈틈없이 진행되어짐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고요, 궁금증을 모을 수 있게 배경에 깔리는 음악들, 효과음들

정말 멋졌습니다^^


돌아오는 길

기분이야 썩 좋지 않지만 기분 나빠하며 우울해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거나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생각을 정리했답니다.


“딸~~ 엄마가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려나봐~ 그치? 그럴 것 같지?”

“맞아. 엄마 같은 인재를 잡아야지... 그렇게 보내면 안 되지...”

“진아~ 살면서 맘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많이 만나게 될 거야.

그 때는 이미 벌어진 일에 마음 쓰기보다는 어떻게 앞으로의 일을 해결할지를 생각해야 해.

알았지? 엄마는 지금 더 좋은 직장에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


이제부터 새 일터를 열심히 찾아봐야 할 것 같네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곳으로요.

앞에 4자를 다는 해 부터는 아이들 앞에 서는 게 자신이 없어지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이들 옆에 있고 싶은데, 필요로 하는 곳이 곧 생기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