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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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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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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흔적


BY 오월 2010-01-06

한잔 드세요

맛은 별로 없지만 솔향이 참 좋아요

솔잎 엑기스라는데 마음과 머리가 상쾌해 지는

느낌이 들어 가끔 이렇게 마셔요.

아들 휴가 오기 이틀전 너무나 리얼한 꿈을 꾸고

아파서 죽을 수 있다는 경험을 했었어요

맘이 아파서도 죽을 수 있다는~~~~

 

집으로 바로 오지 않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오리라는

제 생각과는 다르게 출근하는 제게 남편이 전화를 걸어

왔어요 아들이 휴가 첫 날 사무실로 바로 왔더라고요.

책과 꽃만 있으면 늘 배부른 엄마를 위해 한 달 8만원

월급을 찾아 제 책상위에 \"솔송록\" 이라는 다육이 화분 하나를

사다놓고 생선이나 육류를 먹지 못하는 남편에게는 김치만두를

사무실직원들과 나눠 드시라며 사가지고 왔어요

 

빙글빙글 웃으며 엄마를 기다리는 아들

사무실로 오는 동안 꿈생각에 벌써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아들을 컴퓨터에 앉혀놓고 제 글을 읽게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엄마는,이제 소설이나 쓰세요.\"

합니다  다음날 휘 인사차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온 아들

스키장이며 여행 계획들이 오락가락 눈때문에 모두 취소되고  혹 아들이

컴퓨터를 하다 엄마와 부디칠까 전 아예 컴퓨터 근처도 피했답니다.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으로 알뜰하게 10박 11일을 보내고 누나 옷 한 벌을

사주고 아빠,엄마 용돈까지 챙겨주는 아들

4박5일 휴가때도 그렇게 용돈을 주더니 참웃기는 녀석입니다.

먹고살기가 팍팍한 것도 아닌데 부모에게 돈 가져가는 것을 꽤 부끄러운 걸로

아는 녀석입니다. 늘 인생이라는 것은 후회속에 나이 먹는 것인가 봅니다.

지 몫은 지가 했어도 엄마몫들은 늘 부족함 만으로 남는 아쉬움인가 봅니다.

데려 오지도 못해 데려다 주고 싶었는데 큰길도 맘데로 다니지 못할 만 큼

내려버린 눈 길거리에 찬바람 부는 거리에 아들을 두고 돌아서는 길

 

아들이 말했습니다.

\"나 안데려다 주는 것도 좋고 서운하고 아쉬운 것도 없는데 엄마 눈물

보는 것이 제일 큰 고통입니다.\"

키도 그렇고 맘도 그렇고 어느 한 곳에 매듭처럼 묶여 자라지 못하는 저

아마도 영원히 철나지 않을 사람인가 봅니다.

늘 남편과 아들 그리고 딸 그 속에서 아내라는 타이틀도 엄마라는 타이틀도

저에게는 버겁고 어색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크고 따뜻하고 뭐든 잘하는 의지할 만한 엄마도 아내도 되주지 못하는 것이 참 미안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아들을 부대까지 데려다 주지 않았다고 눈물바람하는

철부지 아내에게 남편이 그랬습니다.

 

\" 아들을 암만 사랑해봐 이 다음 내 쭉정이 만도 못할걸.\"

하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아들만 사랑하는 듯 보여 서운하기도

했답니다 오늘 입을 꼭 다물고 출근한 저에게 남편이 비밀금고를 열고 거금 오십만원을

꺼내 줍니다 십만원은 책사고 40십만원은 반코트 하나 사입으라고 ~~~~

그래도 그 추운날 길거리에 아들을 두고온 생각에 가슴이 저립니다.

잘 들어갔으니 걱정말라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도 말입니다.

 

미안해 하는 남편을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때요 맛 별로 없지요

그래도

차 드세요 당신 맘으로 하는 소리 다 들려요.

이 우라질년아 처먹고 살만하니 청승 그만 떨라고요

하지만 저도 한마디만 할게요

너무 그러지 마요 이렇게 생겨 먹고 태어난 걸 어쩌겠어요

제 차가 눈에 덮여서 이글루가 되었어요

호호호 눈덮인 그대로 살짝 문만 열어 타고 길거리로 끌고 나가볼까요

바람에 은빛가루가 눈부시게 날릴텐데.

아들은 시린손을 호호불며 눈을 치우고 있겠지요.

남편은 사무실 마당에 눈을 치우고 밤새 앓았어요

철없는 마누라는 그 밤 이렇게 말했지요

 

\"나 잠 안 와 안아줘 ㅎㅎㅎㅎ\"

남편\"잠 안오면 나가서 책 봐\"

그래서 또 삐졌답니다.

조개의 아픔으로 눈부신 진주가 생겨나 듯

잠 안오는 밤 48년의 인생창고를 열어보며 아픔이 켜켜히

쌓인 창고 앞에서도 전 그 아픔창고 마저 너무나 소중합니다.

집착이 너무나 강해 아픔도 많은것 같지만 그 또한 저인것을요.

후회 속에서 눈물 속에서 끝없는 웃음 속에서 2010년 오월이의

햇살인생은 계속됩니다

재밌잖아요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