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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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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장의 펭귄


BY 그대향기 2009-12-16

 

날을 잡아도 참...

그 많던 따뜻한 겨울 날을 다 두고

하필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을 김장하는 날로 잡다니...

 

나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이 들어 와야 하는 김장인지라

봉사자들의 교회 일정에 맞추다보니 이런 날이 잡혔다.

 

배추는 두 주 전에 사회복지시설을 통해서 수백포기 확보해 뒀고

일 할 사람들이 확보되지 못했었고

또 확보가 되었다 손 치더라도 너무 이른 김장은 쉬 익어 버릴 우려가 있는지라

수백포기 다 들어 갈 김치냉장고가 없는 우리는

가능한한 가장  늦은 김장이 유리한 조건이긴 하다.

 

항아리 몇개는 땅에다 묻어 놓았지만

수백포기를 동시에 저장하기엔 역부족이고

둘 있는 김치냉장고는 어림도 없고

그늘진 곳에다가 큰 물통을 두고 그 통에다가 차곡차곡 넣어 둔다.

 

그러면 날씨가 좀 추운 겨울에는 늦도록 시원한 김치를 먹을 수 있는데

너무 따뜻한 겨울은 김치가  빨리 익어버려 설을 지나기도 전에

시어버린 김치를 먹어야 할 판이다.

적당히 익은 신김치는 찌개나 부침도 좋은데 너무 익으면 군내가 나서 곤란하다.

 

가능한한 늦은 김장을 한다고 한게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니...

김장을 앞두고 부재료를 사러 마산 어시장에 새벽 칼 바람을 가르고 갔었다.

생새우랑 칼치속젖 새우젖 굴 미나리....

양이 많아서 시골 장에서는 도저히 가격이 안 맞아 늘 새벽 어시장엘 가는데

춥다..춥다..하도 메스컴에서들 떠들어대니 은근히 겁도 났지만

속속들이 껴입고 나간다는데야 뭐...ㅎㅎㅎ

 

난 무릎까지 오는 긴~오리털 패딩파카에다가 털 목도리에 장갑까지

남편은 양가죽으로 된 무스탕에 가죽장갑까지 끼고 중무장을 했다.

얼마나 껴 입었던지 주머니에 든 휴대전화도 못 꺼낼지경으로 몸이 둔하니...

그러고 시장 바닥을 뒤뚱거리며 다니는 날 보고 뒤 따라 오던 남편이 낄낄 웃어댄다.

 

\"꼭 육지에 잘못 올라 온 촌뜨기 펭귄같으다....ㅋㅋㅋ\"

그 말에 그냥 안 넘어가는 나.

\"꿱~~꿱~~`뒤뚱뒤뚱~~~~ㅎㅎㅎㅎ\"

 

양 손을 옆구리에 찰싹대고 순바닥을 수평으로 펴고 정말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뒤에서 따라 오던 남편이 더 리얼하게 걸어보라는데 시장 한 복판에서

긴~~파란색 패딩파카를 입고 한덩치 하는 여자가 뒤뚱거리며 걸으니 어쨌겠는가?ㅎㅎㅎ

남편은 재밌다고 웃으며 따라오고 난 좀 더 몸을 흔들며 뒤뚱뒤뚱....

 

눈만 빠꼼하게 내 놓고 온통 둘둘 말아서 내다 버릴  마네킹 같고

그 모양새가 얼마나 둔해 보였으면...

돈 가방은 옆으로 휙~감아 두르고

털신에 버선발이고 노메이컵이었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키는 남편이나 하란다고 곧장 따라하는 마누라나....

어시장 새벽바람은 볼을 떼어 갈듯이 차가웠지만

눈밭에 굴러도 안 얼어 죽을만큼 껴 입은 촌뜨기 펭귄아줌마는 즐겁기만 했다.

이왕에 세련된 펭귄이면 좋으련만 촌뜨기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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