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畵集
차창 밖의 풍경은 맑고 청초함이 묻어난다.
머릿속의 하얀 도화지에 분홍색의 진달래가 피어 있는 산기슭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란개나리가 핀 구부러진 길과 먼발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도 화폭에 옮겨 놓았다. 그때 개울에서 놀고 있는 원앙새들을 보았다. 달리는 차는 빠른 속도로 원앙새들을 앞질러 가버렸고 다시 보고픈 마음에 고개를 젖혀 바라다보았지만 이미 다른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보은으로 민화강의를 나가던 때가 생각이 났다 .민화를 배우고자 모여든 각종 사람들을 만날 때 민화를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열정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그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었다. 그래서 청주에서 탄부까지 남들은 힘들어 다니길 꺼려하는 곳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직접 차를 몰고 달려갔다. 1시간 내에 간다는 길을 운전이 서툴다 보니 30분이나 더 달려야 했었다. 강의를 하러 갈 때는 할 일이 있기에 긴장을 하며 정신없이 갔지만 돌아오는 여중의 특별활동을 하는 날에는 1교시부터 강의가 있어서 아침 일찍 출발하였고 그런 날이면 더욱 지치곤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인지 작은 몸살감기가 찾아왔다. 아픔을 도저히 견디다 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스트레스와 고혈압이라는 병명을 달았고 되고 심하면 협심증이 된다며 ‘절대 안정’하라는 의사의 처방에 그동안 맡고 있었던 일들을 그만두어야 했었다.
망가진몸을 추스른 몇 년 후 보은 옆에 있는 ‘창리’ 라는 곳으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예전 내가 다니던 때의 풍경과 너무나 같았다. 조금은 변하긴 했겠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변함을 두려하는 내게는 그것이 반갑기만 했다
지금은 예전의 시간들 보다 더 여유롭다. 한 번의 경험으로 다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없게 시간상으로도 보은보다 가까운 곳을 택했고 강의는 일주일에 한번만 하기로 하였다 .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것은 운전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시외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학교가 옆에 있기 때문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여유 있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놓칠세라 온 통 눈이 차창너머를 향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차창 밖의 많은 풍경들이 아름답다. 그곳에는 진달래, 개나리, 산벛꽃도 피어있고 버드 나뭇가지의 연둣빛의 새싹들도 나폴댄다 . 한해의 농사 준비로 바쁜 사람들이 밭을 매고 있었고, 따라 나온 강아지들도 꼬리를 흔들며 새로 돋은 풀들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비온 뒤 불어난 개울 따라 원앙새 몇 마리가 여유롭게 물가에서 헤엄치고 잇다
차창 밖의 풍경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그때 마다 머릿속의 하얀 도화지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행복을 담은 예쁜 그림이 되어 내 맘의 화집에 차곡차곡 쌓여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