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튼실한 두 아이 에게 절절 매던
못난 엄마 삶에 주체가 되지 못하고 늘 끄달려
살며 힘들어 하든 못난 여자
온 몸에 때를 잔뜩 불려놓고도 힘겨워 그 때를
깨끗이 씻어내지 못했던 칠칠한 아내
세상에 온갖 복잡한 이유를 끌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며 주위사람을 피곤하게
하던 아주 많이 부족한 여자.
두려움이라는 옷을 겹겹이 껴입고 움추려 들 던
한심한 여자
남편보다 나이가 적은 사장이 마련한 회식
자리에 그옛날 깊은 산골 숯장수 아내같은 모습으로
참석해 분위기에 맞지않는 이야기를 불쑥 던지고
아무도 웃지 않는 이야기에 혼자 푼수마냥 웃어도
아파트 문을 닫고 들어서는 순간 등위에 손을 따뜻히
올려주며 내마누라가 최고 이뻤어 라고 말하며 등을
토닥여 준 사람
힘겨웠던 시절.
한 푼씩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아내가 동창회를
가거나 어딘가 집나설 일이 있을때 가방이며 신발이며
옷이며 그런 것들을 사라고 비밀금고를 털어 꼭 쥐어주던 사람
기 죽지 말라고 과거는 다 소용없는 것이라고 현실이 중요한
거라고 용기를 주던 사람
자신은
어떤모습으로 어떻게 살아도 괜찮지만 내 아내와 내 자식
만큼은 남에게 빠지지 않게 해주고 살겠다며 밤 낯을 가리지
않고 일하다 저승문턱을 헤매다 너무 작고 너무 가여운 아내를
아이 둘 딸려 혼자두고 갈 수 없어 다시 왔노라
말했던 남자
아내등에 날개달아 하늘을 날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던 사람
목구멍 까지 차오르는 속상함이 있어도 내가 이 말을 하면
혹 나보다 저사람이 더 상처받고 마음아파 하지 않을까 서로를
배려하느라 싸움같은 싸움도 한번 못해보고 살아온 23년
여행을 간다는 나에게 남편이 그런다
하루에 십 만 원씩 쳐서 주고가라고
돈만 많이 주고가면 어디가든 아무소리 안할거니 가서
안와도 좋다고
자신의 입을 옷이 마땅치 않다고 투정을 하고 점점 애기가 되듯
어리광을 부리고 이제 하고푼 이야기들을 제법 큰 언성으로
주고받으며 부부싸움도 한다
조심조심 상처줄까 배려하느라 부부싸움 다운 싸움도 못하고
살았던 날들보다 지금이 좋다
이제 보기싫은 어느날은 당신 보따리 싸 줄태니 집 나가란 말도
큰소리로 서로 하고 내집인데 내가 왜 나가냐며 버틴다.
남편이 날 봐주며 산 세월이 23년
이제 역할을 바꿀때가 됐다.
힘들고 초라하고 한없이 가여운 나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고
살아온 23년 이제 내가 남편을 품고 살아야할 시간이다.
23+23=46 23년은 살았고 앞으로 남편을 봐주며 23년을 살면
난 70살이 된다 그리고도 더 살 기회를 주신다면 그때는
서로 봐주면서 남은 생을 살면 되겠지
가난할 수록 없는 가정일 수록 따뜻한 사랑이 있어야 그 세월을
이겨낼 수 있다 두 부부가 키를 대보고 좀 더 큰사람이
먼저 배려하고 품어주기 그리고 세월이 흘러 좋은 날이 오면
다시 역할바꿔 또 품어주기 안아주기 세상살기 힘들어도
그렇게 기대고 살다보면 분명 좋을날도 있을것이다.
아픈 추억을 많이 공유한 두 부부는 오래도록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상대는 말하지 않아도 그 눈물에 의미를 알고
그래서 함께 운다.
큰소리 치며 싸우는 지금도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건
나보다 상대를 더 배려한 지난 세월의 고마움이 켜켜히
가슴에 자리잡은 때문이다
나 역시 내 역할의 23년을 남편만큼만 해 낸다면 우린 70까지는
행복할 텐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 자신의 부족함이 느껴질때마다 남편의 큰 사랑을 기억해
변함없는 내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퇴근후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남편에
편한 모습에 마음가득 행복이 밀려 온다
누구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또 불행이 될 수도 있다
행복을 만들어 살던 불행을 만들어 살던 그건 자기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