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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사랑 진한감동(72) 무효가 된 유서


BY 남상순 2009-11-22

 

 

 

오늘 드디어 수술하러 들어가면서 수첩에 빼곡히 쓴 남편의 유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 번호를 쓰며 조목조목 글을 남겼더군요

젊은 날에 월남파병 때 제1진 청룡부대로 출병 전날 모두 유서를 쓰라고 해서
써본 후 두번째의 유서를 썼다고 합니다.

 

9시간반동안 수술후 중환자실을 거쳐 살아났으니

유서는 무효라고  보고싶지 않았으나 넌즈시 보여주는게 아니예요
자기는 눈물이 나는지 복도로 피신을 하는군요 .

 

수술 직후 중환자실 밖에서 대기하라고 할때  
혼이 빠져 나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머리로 생각했던 것들이 느낌으로 처음 체험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에서 실패하거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남편은 하고싶은 말들을 남겼더군요
부탁한 내용들 속에서 남편이 바라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천국에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소에 유서를 써 놓고 살다가
정초에 그 유서를 고치면서 살아보라는 충고를 받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사형선고는 이미 떨어졌고 집행날짜만 유예된 삶을 사는게 인생이지요

 

더 진지하게 삶을 대하고 더 간결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덜 필요한 것들을 편집해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을 놓지지 않고 편성하기 위해서

유서를 써 놓고 한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기피하고 싶지만 
어쩜그리도 가깝게 삶에 질기게 붙어 있는지
떼어낼 수 없는 삶의 한 부분이 죽음이니까요

 

남편이 유서를 쓸때 얼마나 울었을까 생각하면서
남편 몰래 안  우는 척 우느라 힘이드는군요
강심장이라도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군요

 

\" 무효가 된 유서\"

 

지금 남편은 방광암제거 수술후 15일째 아산병원에 입원중입니다.

장 마비 현상이 아직 풀리지 않아 소강상태에 있습니다

속히 잘라낸 장이 활성화 되고 새로 만든 방광도 제구실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