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재촉하는 비바람이 하루 온 종일 불었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바람 소리가 온통 짐승들의 울부짖음 같다.
속력이 있을 때는 산 짐승소리 같고 속력이 줄었을 때는 작은 새소리.
오늘은 수능치는 날이네~~하면서 자기 실력들을 잘 발휘하기를 바라는
학부모같은 마음으로 짐차에 고개를 젖히고 느긋하게 부산으로 향했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지만 내년의 이 시간이면 나도 불안하겠다.....
새벽 5시...이른 잠을 깨었기에 게슴츠레한 눈으로 차창 밖을 보다가 자다가
요금내는 톨게이트가 다 되어 남편이 \"돈~~\"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데
내 주머니에도 앞치마에도 남편 지갑에도 단돈 천원짜리 한장 없다.
순간 잠이 화들짝~~다 깨고 젖혔던 고개를 확 올리고는
남편 지갑 이 쪽 저쪽 칸칸마다 다 열어 봐도 진짜로 돈이 없는게 아닌가?
\" 돈이 없는데?????.......\"
톨게이트는 당장 눈 앞으로 다가오고 아무 곳에도 돈은 없고....
내가 돈이 없다고 하는데도 남편은 자꾸만 지갑을 열어 보란다.
지갑을 통째로 들고 왔는데 왜 돈이 없냐고??????
지갑에 든 것은 수도 없이 많은 영수증이고만서두...
보기 좋게 운전석으로 지갑을 활짝 열어서 보여주니
\"엥??..진짜로 없어?....\"
순간 당황한 남편은 안 주머니 뒷 주머니 내 앞치마와 파카까지
홀라당~~~다 까뒤집는 난리가 났다.
이 옷에도 저 옷에도 심지어 앉았던 의자까지 다 뒤져도 없~~~~~~~~~~~~~~~~~~다.
그 때
평소에 남편이 통행료를 지불하고 남은 동전을 짐차 구석으로 던져 두는 습관이 있어
운전석 앞의 작은 공간을 뒤져보니 있다~~있어~~!!!
하얀 동전들이 희끗희끗 보이는게 아닌가~!!!
백원 이백원~천원 이천원~~~
으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노다지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오고
백원짜리 동전이 왜 그리도 반갑던지.
통행료는 영산에서 올라왔으니 3800 원인데
그 돈을 지불하고도 130 원이나 남는게 아닌가?
통행료 받는 톨게이트에서 돈이 좀 무겁습니다~`하면서 동전을 내 미니까
아가씨가 좀 기다려 주세요~~그러고는 백원 이백원..천원 이천원...
한참을 동전을 쩔렁거리며 세더니
됐습니다 안녕히 가세요~~좋은 하루 되세요~~ㅎㅎㅎ
곱게 인사까지 하면서 밝게 웃어주는게 아닌가?
그랬으면 근처의 농협에서 돈을 인출해서 도시고속도로를 타야했거늘
아뿔싸~~~
급한 마음에 통행료 무사히 낸 기분만 좋아서 그냥 광안대로를 올라갔으니...
한참을 가던 남편이 아차차차차차차....
저 앞에 가면 또 통행료 내야 하는데 돈을 안 찾아 왔는데 어쩌누?
우리 집에는 업무용으로 짐차와 승합차가 있고 우리 승용차까지 세대지만
하이패스가 한대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차를 자주 바꿔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하이패스를 일일이 옮기질 못하니
그냥 현금으로 통행료를 지불하는데 아침에 옷을 갈아 입으면서
당연히 지갑에 돈이 있을 줄 알고 그냥 나온게 원인 이었다.
내 앞치마에도 늘 비상금 몇 천원이나 몇만원은 들어 있었는데
새로 갈아 입으면서 그냥 오느라 말끔했으니.
갓길에 짐차를 세워두고 둘이서 다시 차를 이 잡 듯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발칵 뒤집어서 없는데도 남편은 좌석 깔개까지 뒤집어보라니 참.
광안대로 위로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지요~~
지나가는 차들이 내는 소리는 휙~~휙~~무섭지요~~`
돈은 없지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데 둘이서 짐차 뒤 작은 공간까지 뒤지고 또 뒤지건만
없던 돈이 갑자기 어디서 나오냐고요....
한참을 어색한 폼으로 돈이라기 보다는 혹 굴러다닐 동전을 찾느라 난리를 친 내 눈에
갑자기 버번쩍~~
휴지조각 뒤에 작은 공간에 살짝 아주 살짝 동전 비스무레한 것이 보인다 보여~`
에구에구.
손가락이 너무 굵어서 안 들어가네~
낑낑낑.
이리저리 손가락을 돌려봐도 안되던걸 볼펜으로 으라차차차차차
햐~~드디어 뭔가가 올라온다 올라 와.
그런데 으와~~~
놓치고 말았다.
다시 조심 조심...잡힌다 잡혀~!!!
월척....대어를 낚았다.
백원짜리도 감지덕지 일건데 거금 5백원 짜리다~~!!
오백원 짜리라고 고함을 치는 내게 남편은 빨리 더 찾아보라고 재촉인데
평소에 깔끔하지 않은 동전관리가 이리도 고마울 때가.
저쪽 남편 발깔개 아래 또 백원짜리 하나가 더 있는게 아닌가?
아싸~~
또 어디 없나?
광안대로의 통행료는 거금 1000 원.
남편과 나는 아예 차 안으로 온 몸을 굽히고 땀까지 흘리면서 동전 줍기..아니지 동전 발굴에 열중한다.
5백원짜리 하나만 더~
아니면 백원짜리 두세개라도..
여기 또 있다~~!!!
이리저리 물건들을 올기던 남편이 또 백원짜리 동전 하나를 찾고
이제는 시간이 안된다.
약속한 시간에 배달할 물건이 짐차에 있으니 더 이상은 지체하기가 어렵다.
통행료 내는 장소까지 가서 사정을 해 볼 밖에.
그렇게 안해 준다면 계좌번호라도 받아가자며 서서히 다가갔다.
내가 카드로 결제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남편은 안될걸????..그런다.
단돈 천원의 통행료를 카드로 결제한다면 뭐라고 그럴까?
남편은 흙 묻고 짖밟힌 동전을 비벼 닦아서 830 원을 내 밀며
\"아가씨...170 원이 모라라는데요..\"
사정을 하기 전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동전을 내미는데
다행히 통행료를 받던 그 아가씨가 다음에 꼭 갚아라는 말만하고 순순히 보내주는게 아닌가?
고맙단 말을 하곤 목적지로 향하기 전에 통행료를 내는 그 곳을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눈 앞에 있는 농협으로 가서는 돈을 인출하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다.
길 나서서 이렇게까지 돈이 없어보기는 또 첨이네.
재작년인가?
휴가 중에도 한번 그랬지만 그 때는 입장료를 내면서 동전으로 해결했지 아마?ㅎㅎㅎ
둘 다 서로 있겠지..하다가 오늘 낭패를 당했다.
더 큰 일이 아니었으니 망정이지 어려운 자리에 갔다가 그랬으면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내 앞치마에 손을 넣어보니 아휴..몇만원이나 들어 있는 것을.ㅎㅎㅎ
남편이 벗어 둔 바지에도 지폐가 들어 있고....
집 나서기 전에 돈이 있나 없나를 한번 살펴 볼 일이다.
서로 믿고 나섰다가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