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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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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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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BY 엠파이어 2009-10-30

 

 


아침 출근길

한 주택가를 지나가는데 네 살 쯤 되 보이는 아이가

아빠로 보이는 남자의 등에 업혀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손으로 가리키고 아빠는 아마도 설명을 해주시는 듯...

세상에서 아름다운 모습은 사실은 일상 속에서의 이런 모습일거라는 생각을 하며

귀에 꽂은 엠피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출근을 했습니다.


여러 주에 걸쳐 옆 반 선생님의 몫까지 일을 하느라 지쳐있긴 했지만

드디어 마지막 날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수업을 했습니다.

오늘도 기도로 시작하고 간단한 간식을 먹고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어지는 영어시간

영어 선생님이 오셔서 분반이 되어 동생반이 수업을 하는 동안

저는 미리 만들어 놨던 편지지를 큰 반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월요일에 출근하실 선생님께 편지쓰기를 지도했습니다.

“얘들아 월요일에 선생님이 오셨을 때 너희들의 편지를 보시면

얼마나 행복해 하시겠니?^^ 예쁘게 선생님도 그리고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보고 싶었어요, 아프지 마세요...을 쓰면 돼.

모르는 글자는 선생님께 물어보면 알려줄게요.

글자를 잘 모르는 친구는 그림을 예쁘게 그리면 돼요^^“

아이들은 선생님을 생각하며 열심히 편지를 썼고

전 편지 봉투를 만들어 하트 스티커도 붙여서 아이들의 편지를 담아 봉해서

잘 두었습니다.

체육수업과 세계 여러 나라의 물건들을 관찰하고 그 특징을 살펴보며 이야기 하고

그 특징을 기록 또는 그림으로 남기는 수업도 하고 종례시간에는 퀴즈도 함께 풀며

훈훈한 마무리를 했습니다.


두 주 동안 잘 참고 견딘 형님반과 아우반에게 듬뿍 칭찬도 해주고

주말 동안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다가 월요일에 보자고

귀가 지도를 한 뒤 오늘도 교실 마무리를 합니다.

합반을 책상과 의자가 옮겨졌기에 다시 울 반으로 옮기고

옆 반 선생님이 쓰셨던 대로 잘 치우고 정리하고 할 수 있는 한 교실을 원래대로

해 놓았습니다.

일이 마무리가 되고 제 교실로 돌아와 월요일에 있을 수업을 위해 저희 반 또한

곳곳을 살피며 닦고 있는데 원장님이 노크를 하시며 들어오십니다.

 

혹시......?

의자에 앉으며 원장님은 입을 뗍니다.

“선생님~ 빨강반 선생님이 한 주 더 쉬어야 나올 수 있다네요.

제가 도움을 드리고 선생님이 한 주만 더 수업을 해주시면 하는데 어떠세요?

해주실 수 있겠어요? ”

저는 화가 났습니다. 울컥 하는 마음에 아무런 말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입을 뗐다가는 험한 말을 할 것 같아서 입을 더 다물고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그 선생님의 상황을 주저리 주저리 더 이어가셨고

전 차분히 입을 뗐습니다.

“원장님이 하시면 되잖아요. 아픈 건 마음대로 안 되는 거지만 아이들에게

처음 한 주 그 다음 한 주 더 오늘은 담임선생님께 월요일에 볼 수 있을 거라며

편지까지 쓰게 했는데 저보고 더 한 주를 더 하라고요? 물론 거짓말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저희 반 5세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안되겠는데요.

아무래도 형들과 있으면 치게 되는데 오늘도 빨리 파랑반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걸

월요일엔 우리끼리 놀자 했는데 어떻게 또 그럴 수 가 있어요.“

“.............”

“도움 주시는 분 오신다고 했잖아요? 그럼 원장님이 하시면 되잖아요”

“그게, 선생님.... 주방 아줌마가 월요일부터 못 나온다네요.

그래서 그 분을 주방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거든요”

“.......그래도 원장님이 하시면 되잖아요?

차라리 처음부터 삼주를 봐달라고 했으면 제가 했을 거에요.

그런데 처음엔 한 주, 한 주가 지나면서 또 한 주... 그리고 또요?

일이 힘든 것 보다 이런 불편한 마음이 더 힘드네요.

지금 맘으로는 딱 그만두고 싶네요...”

원장님은 수업을 놓은 지 오래되었고 큰 아이들을 맡아 수업하기에

힘들 것 같다는 겁니다.

많은 도움을 줄 테니 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또 말뿐임을 압니다....여지껏 그래왔기에......

결국....원장님이 큰 반을 맡긴 하는데 상담이 있거나 볼일이 있을 때는

제게 합반을 부탁한다고 마무리를 짓습니다.

 

아픈 사람이 밉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분명 몇 일 전 보조교사만 있으면 출근하겠다고 통화까지 했는데

또 일주일을 미루는 선생님이 야속합니다.

아이들이 보고 싶고 미안해서라도 나올 것 같은데 그럼 도와줄 수도 있는데

물론 얼마나 아프면 그럴까 싶으면서도 오늘은 화난 마음에 아픈 사람이 야속합니다.

사람 일 모르는 건데, 내가 언제 아플지 모르는 건데 이러면 안 되는데....

 

거기다가 원장님은 처음 한 주 부탁하면서 월급을 생각해서 좀 더 주겠다고 하더니

입금내역 보니 전과 같은 금액...혹시 퇴근시 봉투를 주나?.....

원장님 얼굴은 그게 뭐야? 하는 표정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화난 맘에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부른 배를 보니 화가 더 납니다.

우씨~ 미련하기는.....

그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잖아. 또 부딪히면서 하면 되지 뭐.

그래 더 한 일도 했는데 이제 못할 일이 무에야.... I can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