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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할머니의 사랑(2)--숨겨둔 수호천사


BY 동요 2009-10-01

아주머니와의 인연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귀공이 보모역을 부탁했던 아주머니는 귀공이가 얌전해 할 일이 없다시며

하나 둘 집안 일을 찾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청소, 빨래, 김치 담그기, 가족들 저녁식사 준비까지 스스로 찾아 하시며

나를 집안 일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맏며느리로 시집와 귀공이 태어나면서는 일곱식구까지 되는 대가족 살림살이에 허덕이던 나에게

아주머니는 하늘에서 보내준 구세주였습니다.

 

돈 벌고 집안 살림 하고 세 아이 키우는 일 말곤 어떤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던 나는

아주머니 덕분에 집안 일에서 벗어나며 다른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맡게된 학교 자모회장도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8시도 되기 전에 출근해야 하는 중학교 기간제 교사의 경험도 아주머니 덕분에 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그 어떤  것보다 가장 고마웠던 일은

나에게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마련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늦은 밤 직장에서 돌아오면 집엔 내가 해야할 일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돌아오면 식사를 차려주고 설겆이까지 마치셨으며

다음 날 가족들이 먹을 아침반찬까지 만들어 냉장고에 준비해 두셨지요.

김치 썰려면 힘들다고 김치까지 썰어놓고 가셨습니다.

직장 일을 마치고 밤 늦게 돌아와 냉장고 문을열고 그 속에서 아주머니의 마음을 눈으로 읽으며

그 따뜻한 사랑에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습니다.

 

가족들도 모두 아주머니를 좋아했습니다.

아들은 먹을 거 생기면 가장 먼저 아주머니 입에 넣어드렸고

큰 딸은 일하는 아주머니 뒤에서 어깨를 주물러 드렸고

귀공이는 부엌으로 욕실로 아주머니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쫓아다니며

일 하러 간 엄마 찾지않고 아주머니의 꼬마동무가 되어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알뜰한 가족경영자 셨습니다.

음식 한 젓가락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습니다.

가족들에겐 새로 만든 반찬을 차려주고 먹다 남은 음식은 몰래 혼자 드셨습니다.

그 모습을 발견하고 뻿으면 굳이 아까워서 그런다고 우기시며 드시곤 했지요.

 

아주머니는 가족들이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지 못하게 저를 대신해 노력했습니다.

각각의 식성과 성격을 파악해 음식을 만들어 주셨고

가족 모두가 자기의 일들을 잘 해낼 수 있게 배려하고 도와주셨지요.

 

아주머니 덕분에 집으로 돌아와도 크게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컴퓨터 앞에앉아

\'달콤한 교육, 꿀맛교육\' 이라는 주제로 어딘가에 연재 수필을 쓰게 되었고

그 수필이 운 좋게 출판사 측의 눈에 들어 출판제의를 받게 되었고

그렇게 평범한 아줌마일 뿐인 저는 제 이름 석자를 단 책을 세상에 내는 행운을 갖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면 우리 아주머니 아니면 절대로 꿈꿀 수 없는 행운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여도

넘치는 일에 허덕여 몸이 피곤하면 절대 끄집어 낼 수 없는 것이 머리 속 생각입니다.

내 글을 읽은 분들이 재미있다 유익하다 감동적이다고 고맙게 말해주는

그런 글을 쓰는 재주가 나에게 있는 줄 결코 몰랐습니다.

 

시집살이하며 시어머니께도 남편에게서도 칭찬받는 일에 크게 익숙해져 있지 않았던 나는

사이버의 넘치는 행복한 댓글에 진짜 재미있게 글을 적는 재주가 나에게 있나..착각에 빠져

매일 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쓰듯이 그렇게 매일 밤 글을 썼습니다.

 

늦게 잠이 들었어도 걱정이 안됐습니다.

다음 날 먹을 반찬까지 아주머니가 다 준비해놓고 가셨기 때문입니다.

 

아주머니의 존재에 대해선 숨기고

직장 일도 하면서 사교육없이 아이들도 키우면서 학교 자모일까지 거기에 매일 밤

후배엄마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글도 적는 수퍼우먼인 척 했던 거...

사실 숨겨둔 제 수호천사, 우리 아주머니 덕분이었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