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일기책을 쓰면서 잊고 살았던 많은 것들을 찾아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만들었던 소중한 추억들입니다. 재미있는 것들이 참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 가족회의 라는 아이의 일기를 읽는 순간 생생히 옛날의 그 장면이 떠올라 가족들을 다 불러 읽어주며 그 시절을 함께 그리워 하였습니다. 2000년 7월 22일 토 (6학년) 주제: 가족회의 밤 10시쯤 우리 가족은 모두 동민이 방으로 모였다. 바로 가족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매 주 토요일마다 가족회의를 하기로 결정했었는데 가족끼리 시간이 잘 맞지 않아 몇 주 동안을 하지 않았다. 이번이 ‘제 5회 가족회의’인데, 4회는 6월 24일에 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하는 회의여서 그런지 기대되기도 하고 조금 떨리기도 하였다. 먼저 지난 번 회의에서 각자 ‘이번에는 이 일을 꼭 지키겠다.’라고 다짐했던 것들에 대해 가족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시간을 가졌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께 화를 내지 않겠다.’였고, 할머니는 마찬가지로 ‘할아버지께 말대꾸를 하지 않겠다.’였으며, 아빠는 ‘엄마에게 잘 대해주겠다’였다. 엄마는 ‘식사를 제 시간에 준비하겠다.’였고, 나는 ‘어른들께 존댓말을 잘 하겠다.’, 동민이는 ‘10시 전에 일기를 쓰겠다.’였다. 우리들은 각자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 내가 25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할머니께서 21점으로 높았다. 다음은 자기반성과 건의 사항의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께서는 “우리 가족 모두가 말을 곱게 사용하고, 꼭 인사를 공손히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고, 그 외에도 할아버지께서는 자기 위주로 행동하지 말라고 하셨다. 가족회의를 통하여 서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남의 잘못을 지적해주기도 하였다. 앞으로는 꼭 매 주 토요일마다 가족회의를 해야겠다. 어제 부모님이 추석지내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몇 차례 식사 준비를 하는데 계속 그 일기 생각이 났습니다. 일을 하는 며느리였던 나는 늘 저녁시간에 허둥지둥 들어와 가족들의 밥을 하느라 동동 걸음을 하곤 하였습니다. 다른 집은 어머님이 밥을 해 놓고 기다리는 집도 많았지만 우리 어머닌 부엌엔 일절 들어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이상하게 넉넉한 형편도 아닌데 며느리가 일 하러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집안 일 제 때 할 자신 없으면 직장을 다니지 말라는 주의셨습니다. 돈이란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알뜰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시며 그냥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이나 알뜰하게 살라고 말씀하셨지요.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남편 벌어오는 돈으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살지 왜 그렇게 아둥바둥 힘들게 살았나 싶습니다. 아이의 일기장을 보니 가족회의에서도 저녁밥을 제 때 못차리는 걸 가족들 앞에서 반성했나보다 생각하니 내가 무척 가엾어 집니다. 오늘 점심 때 잠시 집으로 와 조금 늦은 점심을 차리면서 어머니께 슬쩍 옛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머니 책 읽으셨어요? 옛날에도 식사를 제 시간에 차리지 못해 가족회의에서 자가비판하고 반성하고 그랬는데 오늘 또 식사가 조금 늦었죠? 죄송합니다~\" 그러자 아버님이 웃으시며 소년처럼 말씀하십니다. \"나, 니가 쓴 그 책 돋보기 쓰고 다 읽었다. 네 시어머니는 아직 반 남았다 하하. 그 책 읽으니 옛날 생각 많이 나더라 아가. 근데 아직도 너거 시어머니는 나한테 말대꾸하는 버릇 안고치고 대든다 하하\" 모두 옛날 그 버릇 못고치고 그대로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아이의 일기 기록 덕분에 행복했던 과거 이야기가 그대로 우리곁에 있어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이의 일기는 정말 소중한 가족의 역사책입니다. 책을 쓰는 바람에 가족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옛날 기억들을 다 되살려 놓은 시점에서 맞은 추석이라 여느 때보다 가족들과 부모님 친척들과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올 듯 합니다. 지난 번 요리강습에서 새운 고등어 구이를 저녁 특별메뉴로 만들었습니다. 생강을 강판에 갈아 고등어살에 넉넉히 스며들게 재우고 식초를 바르고 소금을 뿌려 오븐에 구운 고등어 구이를 드시면서 어머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아가. 넌 요리도 잘 한다. 어떻게 비린내가 하나도 안나나. 난 이런 맛이 안나던데\"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내일 메뉴는 뭘로 색다르게 만들어 칭찬도 받고 부모님 몸보신도 시켜드리나 그 궁리하였습니다. 아이들 일기장의 댓글처럼 며느리 요리 뒤에도 댓글처럼 칭찬을 주시면 일기 더 예쁜 글씨로 쓰게 되는 아이처럼 며느리도 더 맛있는 요리 만들려고 온 머리를 다 굴리게 된다는 것을 터득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칭찬이 명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