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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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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 가요제


BY 동요 2009-09-27

난 아이들 데리고 게임하는 게 좋았다.

게임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을 방청객 삼아 박수받으며

노래하는 것도 좋아했다.

 

아이들 어렸을 땐 매일 공연(?)을 했다.

아이들이 못올라오는 다락에 올라앉아 기타를 똥땅거리며

나는 지금 가수고 노래 부를거니 너희는 박수치라고 그랬다.

아이들은 박수를 쳤고 나는 신나게 노래를 두 어곡 부르면

자기들 박수친 가수의 노래여선지 고개를 쳐들고 꼼짝도 안하고 보고있다가

내 노래 끝나고 인사를 꾸벅하면 또 박수를 쳐댔다.

이렇게 노래 서너곡 부르면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로도 모라자 가족 친지들까지 끌어들였다.

 

매일공부 스티커 모아 했던 월 말 시상식, 영어 연극 공연, 스피드 퀴즈

모두 친척들 앞에서 내가 벌였던 이벤트(?)다.

 

노래자랑 대회나 동시낭송대회도 벌였는데

가족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사회를 보았다.

\"자~ 지금부터 제 5회 창착동요 부르기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가번호 1번 나오세요~ 방청석 박수 크게 부탁드립니다~\"

가족들과 친척들은 내 주문에 손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감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 아이들과 했던 그 놀이는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청중이 500명이 넘는 대형 강의장에서 강의를 해도 조금도 떨지않고 하고싶은 말 할 수 있는 저력은

그 뻔뻔스런(?)놀이들이 나에게 준 힘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동요를 많이 불러주고

가족 노래자랑 대회를 많이 해선지 우리집 아이들은 모두 노래를 참 잘 부른다.

요즘은 드물지만 전엔 노래방에 가족끼리 가기도 했었는데

난 꼭 카운터에 부탁해 노래를 녹음해 왔다.

그 녹음 테이프들을 내 차에 두고 내가 운전하다 졸리거나 아이들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듣곤 하는데

녹음 당시의 상황이 기억나 아주 즐거운 추억재현용이 되어준다.

 

딸이 부르는 노래는 녹음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거의 눈치 못챌만큼 거의 가수 수준이다.

엊그제 내 차를 함께탔던 분도 테이프로 딸의 노래를 듣고 노래실력 대단하다고 말했다.

저녁에 딸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슬쩍 추켜주었다.

\"너 뭐가 잘 안풀리면 가수 해도 되겠더라~ 네 노래 들으신 분이 너 완전 가수라던데~\"

 

그러다 장난끼가 도져서 좀 더 나갔다.

\"무슨 가요제 이런데 나가서 혹시 가수해보실 생각 없나요? 아가씨?\"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TV 채널 돌리던 남편이 시선은 TV에 고정시킨 채 말했다.

 

\" 꿀맛 가요제 나가면 대상 받을거다.

이 번 추석에 가요제 열면 참가자가 두어 명 더 있을테니 한 번 개최해보시지\"

 

하하하...   

아이들 둘을 데리고 노래자랑을 하던 시절이 생각나 우리는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추석이면 아이들과 친척들과 무슨 게임하며 재미있게 놀까를 궁리하던 행복한 시절이 문득 그립다.

이젠 귀공이 말고 모두 다 청소년에 성인이 되었으니

동요 아닌 가요라도 함께 불러야 겠다.

이왕이면 점수바구니까지 만들어 자기 점수 뽑게 할까?

 

나이가 낼 모레 50이 다 되어가는데 따르지 않는 정신연령,,내가 생각해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