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57

암? 그거 별거 아녀~! (2부 11회) 사랑 이란다


BY 만석 2009-09-27

 

2부 제11회


사랑 이란다


  오늘은 산엘 다녀왔다. 그래봤자 왕복 4km의 가까운 코스지만. 그래도 여느 날과 달리 집을 나섰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야. 복이 많아서 삼각산(북한산)의 한 자락을 뒷산으로 부르고 사니, 산행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실행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이유가 달라붙는지, 여러 날 산행을 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오늘도 일주일만의 산행이었나 싶다. 것도 남편이 아직 퇴근 전이라, ‘에~라!’ 하고 맘을 독하게 다잡아먹고 나서는 용기가 필요했다. 다행히 그이는 내가 귀가해서 홈웨어를 차려입은 뒤에야 퇴근을 해 왔다.


  집에 들어서서 메케한 땀 냄새가 베인 옷들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며, 나는 발가벗겨진 내 처량한 몸매를 거울로 들여다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 몰골에 웃음이 나오니 기가 차지만 웃음이 나온다. 요즘에 ‘투시경’으로 사기를 쳐서, ‘억’ 소리 나게 잘 벌어 모은 녀석이 있다지? 오늘 만났던 그 사내가 그 투시경으로 내 몰골을 볼 수 있었다면, 으하하 백리는 멀리 도망을 갔을 걸?! 으하하. 크게나 좀 웃어주어야겠다. 푸하하. 그거 참, 생각할수록 우습네. 그러고 보니 참 즐겁게 사는 사람도 많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해서, 내 지정석은 언제나 한적한 구석이다. 오늘도 등이 굽은 소나무 아래의 그늘에 숨어, 양쪽 맨발만 양지에 내놓고 일광욕을 시키고 있을 때였다. 등 뒤에서 한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 어디 아파요?”

  돌아보니 쉰 살은 좀 안 돼 보이는 건장한 사내다. 그런데 쌩퉁맞게 느닷없이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 뭘 좀은 볼 줄 아는 사람인가?

  “제가 아파 보여요?”

  “맨발을 벗고 일광욕하는 사람들은, 다 어딘가 시원찮아서 하는 거거든요.”


  옳거니. 센스가 남다른 사람이로고. 모르는 남자에게 전신을 발가벗긴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제풀에 기가 죽어서 아니 거짓말은 못하는 주재라서,

  “예. 좀 아파요.”했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또 묻는다.

  ‘이 작자가 왜 이래.’ 싶기도 하고 내 병을 뭐, 시시콜콜 알려주고 싶지도 않다.

  “그냥 좀 아파요.”했더니 이번에는,

  “아줌마. 우리 모레 만날까?”한다. 얼렐레, 별 일도 다 있네.

  “……?”

   

  꼭 대답을 듣겠다는 눈빛에,

  “난, 매일 오지 않아요.”했더니,

  “나도 매일 못 와. 내일은 직장 나가고, 그러니까 모레 만나자고.”한다. 어디, 경비아저씨쯤 되는가 싶다. 아니 그건 그렇고, 이런 경(警)을 칠 녀석! 나를 언제 봤다고 온전한 말을 싹둑 잘라먹고 반말이야 반말이!

  “만나서 뭘 하게요?”

  “내가 병에 대해서 좀 알거든. 나랑 얘기하면 얻어들을 말이 많을 텐데……. 어때. 모레 요기서 만나자고. 맛있는 것두 먹구.”

  “여기 맛있는 게 어딨어요?”했으니 맛있는 거 있음 만석인 시방 올 생각이여?

  “아, 요 밑에 내려가서 사 먹지이~”하며 제법 입가에 침을 바른다.

  “아이고. 이 나이에 소문내고 욕먹을 일 있수?”했으니, 만석이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뱉듯이 던져 말하고 돌아서는데 아하~, 요 녀석 좀 보게.


  “아줌마 몇 살인데. 나보다 아래겠구먼.”
  “예이 여보쇼. 내가 시방 칠십을 바라보우다.”

  “어~? 아이구 많이 잡샀네. 그치만 사랑에 나이가 뭔 상관이래요.”

  우하하. 푸하하. 그걸 사랑이란다. 이 작자 하는 꼴새로 보아, 진짜 사랑은 해 보지도 못한 듯. 말은 그리하면서도 두 발은 벌써 멀찌감치 뺄 준비를 하고 있다. 갑자기 내 장난기가 발동을 한다. 돌아선 등 뒤에 대고 소리를 질러 봐봐?

  ‘나, 암 걸린 환잔데 괜찮다면 이리 오시게~.’ 해 봐봐? 크크크. 백리는 도망 갈 걸?!

  ‘만석아~! 너무 좋아 하지 말거라. 작은 체구에 썬 그라스로 눈가의 깊은 주름을 덮었고, 챙 달린 모자가 앞머리를 밀어 내려서 이마의 굵은 주름이 가려졌을 뿐이네. 아니면 그 녀석 눈이 삐었거나.’ 케케케. 그래도 기분은 썩 괜찮은 걸?!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그런 작업에 따라나서는 여자가 있긴 한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