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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 (2부 제9회) 닉 네임에 대하여


BY 만석 2009-09-23

 

2부 제9회


닉 ‧ 네임에 대하여


  오늘은 내 닉‧네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만석이라……. 솔직하게 말하면 이건 내 필명(筆名)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필명을 가져 보는 게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적부터 글을 썼다. 글을 잘 쓰고 그래서 멋진 필명을 붙이는 게 청학(淸學)의 꿈이었다는 말씀이야. 그런데 멋진 필명이 아니라 대가(大家) 댁(宅) 종놈 같은 필명을 갖고 말았다. 그것이 인터넷에서의 닉‧네임이고 보니 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아이디로고. 내 아들딸들은 하나 같이 하필이면 ‘만석’이냐고 반문을 하지만, 그들이 황새의 높고 심오한 뜻을 어이 알리요.


  02학번으로 대학에 입학을 앞둔 어느 날. 전공인 국문과 홈 페이지를 찾으니 아이디가 필요했다.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하려 하니 아이디가 필수라 한다. 학부 공부를 하려면 컴도 필수라 하니, 합격 통지서를 받은 즉시 인터넷을 배우기 시작했겠다?! 아직 아이디도 없고 비밀번호도 쓸 줄 모르던 나는 급히 머리를 쥐어짜며 서재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무엇이 좋을꼬?’ 예쁜 꽃 이름? 별 이름? 해? 달? 예쁜 꽃 이름이라면 백합? 장미? 개나라? 별 이름이라면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아~. 둥근 해도 좋고 보름달도 좋으렸다.


  쥐어짜던 머리에 쥐가 나기 일보 직전. 남편이 서재에 들어섰다. 으하하. 자꾸만 ‘서재’라 하니 좀 쑥스럽구먼. 어느 학자의 서재만큼이나 장서(藏書)를 비치한 것은 아니지만, 네 아이들이 전공이 제각기 달라서 아니, 그이도 나까지도……. 일반 가정에서보다는 제법 많은 량의 전문서적을 꽂아놓았기에, 그리고 안방의 마님이(?) 책은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성미라서 그냥 그렇게 ‘서재’라고 부른다. 뭐,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좀 근사하게 이름을 붙였다고 누가 점검을 나올 것도 아니니 그리 해 두자. 


  아무튼 그이가 들어서니 반가운 마음에,

  “아빠. 나, 필명 하나 지어 주지.”했다. 그이는 아직 컴맹이어서 ‘아이디’라는 단어보다는 필명에 더 친숙할 테니까.

  “무슨 필명씩이나…….”

  허긴 그렇다. 남편의 말대로 내가 무슨 유명세를 타는 문장가도 아니고, 이름 난 작가는 더 더군다나 아니다.

  “그렇긴 한데, 학교 가면 레포트도 컴으로 제출 한다는데……. 당신이 지어주면 아무 거라도 무조건 좋아요.”


  잠시 뒤에 다시 남편이 고개를 들여 밀었다.

  “만석이 어때? 늦었지만 공부하는 게 기특하고 도중하차(途中下車)는 절대로 용납 안할 것이니, 돌 같이 변함없이 전진하라구. 늦을 ‘만’에 돌 ‘석’자.”

  “…….” 

  참 맘에 안 든다. 아니, 당신은 촌놈(남편은 자기가 시골 출신이라고 자작 그렇게 부른다.)이라지만 나는 아닌데……. 만석이가 뭐야, 만석이가. 그러나 ‘당신이 지어주면 뭐든지 좋다’고 했고, 그리고 남편의 마음이 고맙지 않은가. 이 나이에 대학 나와서 박사나 교수가 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집안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터인데 말이다. 방긋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당신이 지어주는 이름이니까 좋았어.”


  푸하하. 우선 웃고 보자. 내 필명이나 아이디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내가 건장한 남자인 줄로 착각을 하기 일쑤다. 아니면 여자라 해도 덩치가 우람한 여인으로 상상을 한다.  키가 170cm쯤은 되고 몸무게는 80kg정도로. 또 웃고 볼 일이다. 우하하. 사실은 155cm에 48kg을 넘지 못하는, 그이 표현대로라면 ‘조막만한’ 늙은이다. 그런데 이 필명이 시간이 갈수록 정이 간다는 말씀이야. 그 심오한 뜻이 부자(富者)가 되라는 뜻의 일만 만(萬)자가 아니고, 늦을 ‘만(晩)’자를 써서 만석(晩石)이라지 않는가. 재물에 욕심이 없는 그이답다. 옳거니. 좋은 필명이고 좋은 아이디다. 이름을 잘 지으면 이름 덕을 본다지?! 그래. 내 필명 덕 좀 보자. 이름을 잘 지어주어서 공부를 끝까지 마쳤으니, 명(命)도 내 명대로 살아 보세나. 까지 것. 암이 별 거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