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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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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BY 바늘 2009-09-15


같은 버스에 함께 탄 줄도 모른 채 아파트 단지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간발의 차이를 두고

앞 서거니 뒷 서거니 내리다가 아들의 뒷모습을 발견하였다.

 

아들~

 

귀에 익은 엄마의 음성에 반사적으로 뒤 돌아보더니 좋아라 씩 웃는다.

 

대학 졸업반 2학기 복학을 하고 신림동에서 안암동 고대까지 하루 4시간 왕복 장거리 통학을 하다 보니 

아무리 젊은 청춘이라도 힘에 겨운가 보다.

 

오십 넘어 일하는 엄마 앞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소연 풀기도 녹록하지 않고

게다가 그간  중고생 두 군데 아르바이트를 해왔는데 이제 와 갑자기 접자니 경제적인 면도 그렇고

후임자 설정 없이 무작정 통보하기도 그래서 복학을 하고도 아직 병행하다 보니 아들의 갑갑한

상황이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인데

 

버스 정류장에서 우연히 만난 아들은 그럼에도 아주 씩씩하게

요즘 교양과목으로 판소리를 선택하여  수업을 듣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판소리 매력에 푹

빠져들고 있단다.

 

마침 오늘은  판소리 교양 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밀양 아리랑\"을 배웠는데

휴대전화에 동영상으로 선생님께서 부르시는 판소리를 담아 왔다면서 버스 정류장에서 슈퍼를 지나

놀이터를 지나 사는 동 입구까지 나란히  걸으면서  아들 녀석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

흥겨운 판소리 노랫가락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  00건설에 오늘 입사 지원서를 냈는데 좋은 결과가 들려왔으면 좋겠단다.

 

취업난이 장난이 아니라던데 원하는 대로 좋은 직장에 취직도 되고 보란 듯 자리 잡아 제 앞길 개척해

가면 엄마로서 얼마나 보람될까

 

그때는 절로 흥에 겨워 노래 부르리라 어깨춤은 물론이고...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알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문경세재는 왠 고개야

꾸부랑 꾸부랑 눈물이로다

 

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물 말없이 흘러만 간다

 

무정세월은 다 지나가고

젊음의 청춘이 다 늙는다

 

 

퇴근하여 집으로 가는길 우연하게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아들녀셕이 들려주었던

아리랑 노래 가락

 

살면서 우연이 주는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는 삶의 탱탱한 활격소가 되기에 충분하더군요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흥얼흥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