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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 (2부 제5회) 내 어머니 품 같은 산


BY 만석 2009-09-15

 

2부 제5회


내 어머니의 품 같은 산


  산이 좋다는 건 언제 적 이야기였다고. 오늘 새삼스럽게 되 뇌이지 않아도 익히 알만하다. 그러나 산이 좋아서가 아니다. 적어도 나는, ‘등산을 하는 것’ 그 자체가 좋아서다. 전문 산악인이나 등산을 자주 즐기는 사람들에게 왕복 4km는 우스운 코스다. 그러나 발가락이 조여오고 허벅지가 당기고, 종아리에 쥐가 날 정도라면 그냥 웃어버릴 일은 아니겠다. 구태여 핑계를 대라면 평지가 아니고, 산새가 좀 가파르다고 해야겠지. 헉헉 숨이 목젓을 치밀 때쯤이면 다리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빈약한 젖가슴이 터지려고 요동을 친다는 말씀.


  병을 얻기 전에는 이 코스를 35분에 완주했다. 아니, 내려오는 길은 20분이면 충분했다. 수술을 하고 아련한 향수처럼 그리워지는 뒷동산을(나는 북한산 뒷자락이 집과 가깝다 하여 이렇게 부른다) 오르자, 울컥 치미는 울음을 참느라 애를 썼다. ‘죽었으면 이 길도……. \'수술 뒤 일 년이 채 되기 전. 아직 운동화가 무겁던 터라 손자 녀석이 신던 실내화를 신고 나섰더니, 그 길이 하늘만큼이나 높은 느낌이었다. 바들거리는 다리는커녕 목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라, 숨이 차서 더는 오를 수가 없었다. 80세까지는 문제없다던 내 계획은 물거품. 시작하지 아니 한 만 못하게 되었다고 한심스러웠지.


  이제 일 년.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식으로 대들었더니, 목표한 대로 마당바위(나는 이곳을 항상 정상이라고 한다)를 정복했다. 1시간 40분에서 1시간 30분으로, 다시 1시간 20분에서 오늘은 1시간 만에 올랐다. 등산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나까지 하면 신물이 날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좀 해야겠다. 내 표현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등산이 건강에 좋음을 몸소 체험했다는 말씀이야. 아,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등산’이라기보다는 ‘산’, 그 자체가 좋다고 해야겠다. 고맙게도 내 글을 읽는 이들이 줄잡아 100여명. 그들에게 아주 조그만 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서다.


  가볍게 ‘등산이 좋다’라고 하는 이들은, 구태여 산에 오를 필요가 없다. 집에서 자전거 바퀴를 돌려도 좋고, 도심의 인도를 걸어도 족하다. 그러나 ‘산이 좋다’고 한다면 그건 다르다. 등산이 좋고, 자전거 패달 밟기가 좋고 걷기가 좋다는 건 다리의 근육을 키워 육신을 건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산림욕(山林浴)까지를 원(願)한다. 숲이 뿜어내는 좋은 공기를 마시고, 그 향(香)까지도 음미(吟味)하겠다는 의미(意味)겠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종아리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폐(肺)의 활양(活量)을 좋게 하겠다는 욕심이 있다는 말씀이야.


  주워들은 대로 폐(肺)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이것도 내 독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하면 웃긴다고 하려나? 그래도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읽어두라고 하자.

  내 명의(名醫)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차, 명의와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폐를 40%까지만 쓰면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평생 40%만 사용하는 사람은, 나머지 60%는 폐기처분 할 정도로 망가졌다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등산을 하는 사람은 70~80%까지 사용한다고 볼 수 있어요. 병원에 오기 직전까지 농사를 지었다는 분들의 가슴을 열어보면 폐기능이 아주 좋아요.”

  그냥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병이 났을 때, 그만큼 치료에도 좋은 효과를 본다는 이야기겠다.


  내가 매일 오르는 ‘나만의 정상인 마당바위’에 올라서면, 강북의 시가지가 한 눈 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날씨가 좋은 날엔 남산타워가 그 허리에 두른 두 개의 동그란 가락지(?)까지도 볼 수 있다. 마당바위를 둘러싼 소나무의 솔향(香)은 또 어떤가. 끈적한 송진의 향을 실어 나르는 산들바람은 또 어떻고. 넓은 바위에 네 날개를 활짝 펴고 누우면 눈 위에 펼쳐지는 구름의 율동은 또 무슨 말로 표현하리. 나는 당할 자 없는 부자가 되어 코를 벌름거리며 스르르 눈을 감아본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이 바로 여기지.


  바람은 젖가슴 사이의 골을 타고 흐른 땀줄기를 서늘하게 아니, 차라리 시리도록 식혀준다는 표현이 옳겠다. 따끈한 햇살에 익혀진 바위는 내 부끄러운 사타구니까지도 아니, 하수구(?)까지도 시원하게 익혀준다. 밤이면 별이 총총히 박히던 내 허벅지가 이젠 미리내가 흐르듯 시원하다. 눈을 뜨니 한 쌍의 비들기가 내 옆에서 나란히 날갯죽지를 펴고 엎뎌있다. 눈이 게슴츠레 풀려있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녀석도 일광욕보다는 암석의 온기를 즐기는 모양이다. 데끼~ 이놈! 분명히 암수 한 쌍이렸다. 그냥 두었다간 못 볼 꼴을 보겠구먼.

  \"쉬~ 훠이~.\"

   으하하. 내 심보도 놀부 쓸개를 닮았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