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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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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돈 궁했냐!


BY 동요 2009-09-14

오래 전 일기 한도막을 찾았습니다.

친정어머니만 여행시켜 드린 게 아니라

결국 시부모님의 제주여행도 제가 도움을 드려 보내드린 거라는 게 기록으로 남아있네요.

기록은 이래서 가끔 참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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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신혼 초 난 남편이 매 월 들고 오는 사보의 애독자였다.

 

행여 거르는 달이 있으면 “아직 사보 안 나왔어요?” 챙기기 까지 하는 정성을 보인 건

그 별 재미 있지도 않은 사보기사들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그 속에서 본 사우문예 현상공모의 무시무시한 상금 때문이었다.

 

시 수필 꽁트부문 각각 금상 50만원 은상 30만원 동상 20만원.

난 당선된 글들을 읽어보며 나도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을 키워가고 있었다.

 

결혼 3년 째 되던 해 봄 드디어 내 거사(?)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3살 2살인 아이를 데리고 대낮에 작업을 할 수는 없었다.  

모두 잠자는 밤에 도둑고양이 처럼 다락방에 올라가 난 원고지를 앞에 두고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마침 얼마 전 그는 나랑 적당한 시기에 다투어 주어(?)

\'부부싸움\' 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거리를 제공해 준 터였고

난 20매짜리 꽁트를 요리조리 머리 굴리며 써내려 갔다.

 

다음 날 글을 우체국에 가서 부치고 난 혼자 고민에 빠졌다.

에게 이 사실을 알려 말어..

글을 썼다 떨어지면 가뜩이나 아내 놀려 먹는 게 취미인 그는

\"그럼 그렇지 니 까짓게 뭐 한다고~~\"하며 놀릴 게 뻔하고

 

또 재수 좋아 붙으면 공돈은 나눠 먹어야지 혼자 먹으면 안 된다고 꼽사리(?) 낄게 틀림없는데..

에이..말자 말어..난 입을 싹 다물기로 작정하였다.

 

근데 2주가 지난 어느 날 사보 편집부에서 연락이 왔다.

사진 한 장과 수상소감 보내라고.

꽁트부문 금상으로 당선됐다고.

순간 ‘금상’이라는 단어가 ‘50만원짜리’로 들렸다.

 

야호~~신난다~~공돈 생겼다~ 가만...근데.. 남편 퇴근하면 말해야 하나.

그냥 혼자 다 쓰냐.. 음.....그럴 수는 없지...

 어차피 사보에 글 실릴 거고 다 알게 될텐데 미리 얘기해서 국물만 떼주고

이 참에 사고 싶던 것들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혼자 이러쿵 저러쿵 궁리하고 있는데 퇴근하여 온 그가 말한다.

 

“너 돈 궁했냐?

오늘 본사 사보실에서 연락 왔는데 너 글 쓴 거 붙었대더라

이그..그나저나 너 돈 타면 나 다 줘야겠어.

직원들이 한 턱 내라고 다 난리니 말야 원.

 별 쓸데없는 짓거리는 사서 하고..쯔쯧.. 그 정도 금액이면 나가는 돈이 더 많어 임마!!.\"

 

이그..못살아..이래도 투덜 저래도 투덜..

결국 그 돈은 고스란히 그 다음 달 제주도 여행 떠나시는 시부모님 다 드리기로 했다.

며느리가 힘들게(?)벌어서 드린 돈으로 여행하시면

아마 더 흡족하게 여행하실 거라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겠다고 합의서에 도장 찍고 났는데 억울하다.

왜 늘 자기 엄마 아버지만 챙기냐..

우리 엄마가 낳아준 딸이 쓴 글인데 왜 우리 엄마 아버진 한 푼도 안주냐고 따졌다.

내가 우기자 그도 생각해보니 그런지 다음 달 남편 월급 보너스 타서 친정 부모님께 30만원 드리기로 합의를 봤다.

 

 

결국 돈 벌어보려고 시작한 그 일은 이래저래 가계부에 흑자는 커녕

붉은 줄만 죽죽 긋게 만들었지만

모처럼 양쪽 부모님 흡족하게 만든 결과를 가져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