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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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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숙이 셋이다 (3)


BY 엠파이어 2009-09-14

 

마지막 이야기 셋째 아주버님...


울 신랑과 오빠, 동생을 하던 나의 20대 초반에 울 신랑은 우리 부모님의 수양아들^^

(에세이 ‘오늘...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를 읽어보시면 압니다~^^)

가끔 셋째 형은 동생을 보러 서울에 올라오곤 했었고 저희 엄마는 초대해서 저녁을 함께 먹곤 했었죠.

저희 친정아버지는 형이 가고 나면

“저 녀석보다 형이 훨씬 낫다니까... 더 남자답게 의젓하게 생겼어...”

하시며 은근히 탐내셨다는...^^


제 남편의 형제들 그러니까 형 셋과 누나 둘의 평균학력은 초등학교 중퇴입니다.

자식이기도 했지만 한 사람 일군의 몫을 해야 했기에 그들은 학교보다는 삶의 현장에 있었던 거죠.

하지만 궁핍한 삶이 부모를 향해 원망으로 이어지지 않고

부모님께 늘 순종한 심성 고운 형제자매입니다.

그 중 셋째 아주버님은 중학교 졸업을 하셨습니다.

지금도 종류를 가리지 않으시고 다독을 하시기에 다방면에 모르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아는 것이 많으시지요.

훤칠한 외모만큼이나 자신감도 출중하시고 목소리도 우렁찬 남자다운 분이시지요.

물론 제가 보기엔 제 남편이 훨씬 잘 생겨 보이고 시댁에서도 막내가 인물이 제일 낫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나신 우리 셋째 시숙은 그 고집도 대단합니다.

일단 목소리 크게 소리부터 질러대고 봅니다.

화가 나서 역정을 내기 시작하면 귀가 먹먹합니다.


지금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지만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하고 계시지요.

울 형님들은 모두 동갑들과 결혼을 하셨습니다.

셋째 형님 역시 저와는 열 살 차이가 납니다.

위로 세 형님들은 두 세 살 씩 차이가 나는데 반해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막내를 서로 아껴주셔서

제가 시집을 참 잘 간줄 압니다^^


셋째 아주버님은 뭔가 일을 시작하시고 오래 가지를 못하시고 접어서 손해를 많이 보셨지요.

어머니의 6남매 중 유일하게 자식이 없는 이 부부는 삶이 편안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무참히 깨뜨립니다.

위로 두 분의 아주버님은 조용조용 말씀하시는 반면 셋째는 큰 소리와 욕이 살짝 가미가 되어야

대화가 가능해지는 부모님에게는 돌연변이인 셈이죠.

아니 외모는 어머니와 아버님을 반반씩, 성격은 고집스런 아버님을 닮으셨죠.


형님들도 위로 두 분은 조용한 분들이신데 셋째 형님은 여장부이십니다.

해서 시댁에는 두 분이 떴다 하면 잔치집 마냥 들썩들썩해집니다.

아주버님이 일을 내시면 사고전담반인 울 형님은 뒷수습을 하고 다니시는데

의견충돌도 많고 싸움도 그리 많은데 신기한 건 두 분의 정이 깊다는 겁니다.

한 번은 살짝 울 아주버님 바람이 지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뵐 때마다 여장부 같은 모습만 보았던 저는 형님도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너무 죄송해 했었지요.

뭐라 한들 위로가 되겠나 싶어 넋두리를 들어드렸는데 그걸 고맙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잠시 바람이 지나 간 후 처음보다 더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울 형님은 저희 아이들에게 인기가 제일 좋습니다.

큰 아빠들과 큰 엄마들에게 세뱃돈이던 용돈이던 참 귀한 일인데

셋째 큰 엄마는 늘 만나면 주시거든요.


누구보다 정이 많은 울 셋째 형님과 이제 사고치지 않고 가정을 잘 꾸려나가시는 아주버님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습니다.


참, 울 형님과 다르게 셋째 아주버님도 돈을 안 쓰십니다.

동생에게 밥 사주는 것은 고사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이번에도 어머니 병원에서 만났는데 저녁 안 먹어 배고프다고 밥 먹으러 나가자고

몰고 나가더니 결국 계산은 제 차지입니다. 전 알고 있고 당연히 냅니다.

셋째 시숙 역시 이 것 저 것 나눠주는 거 좋아해서 잘 주십니다.

하지만 이젠 아주버님께 아주 가끔은 밥 사달라고 하고 싶네요.



“셋째 아주버님~ 가끔 술 취하시면 제 여고때 모습 이야기 하시면서

참 귀여웠다고만 하시지 말고 (지금 많이 삭았다는 말씀이잖아요?)

저 맛있는 밥 사주세요. 제가 많이 사드렸잖아요.

한 번은 사주세요. 네?^^”

 

 


*두 주 전 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갔다가 먼저 가신 분들...아버님, 큰 아주버님, 큰 형님...

그리고 둘째 셋째 아주버님, 작은 형님을 뵙고 보니 추석도 얼마 남지 않은 이즈음에

사랑하는 남편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혹시나 흉으로 보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 다 비슷하지 않나요? 좋은 점도 있고 흉도 있고 그래서 어우렁더우렁 어울려

흠도 덮어가며 사는 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어줍지 않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