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여의 세월속에 얼마만큼 많은 사연들이 가슴속에 새겨져 있으셨나요?
젖비린내 나던 사랑스러운 아기였을 당신이.
90년이란 시간을 굽이 굽이 흐르는 강 처럼 아득한 곳에서 여기 저 있는 곳까지
시간의 강속에 깊숙히 자리 잡은 주름들과 함께 마지막 어색하게 웃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이제 며칠 안남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와는 피가 한방울 섞이지 않는 분이지만.
제 자식과 피의 인연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있는분.
고된 자식농사와 벼농사로 모진 흙과 바람과 햇볕과 풍파에 당신의 몸은 노쇠하였고,
한와 증오 사랑과 상실의 시간들을 보내고 육체의 안식을 기다리고 계시다니.
시할머님.
죄송합니다.
당신께 사랑의 감정도 깊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미움도 없었습니다.
그저 같은 여자로서의 연민만이 가슴속에 흘러 눈물이 눈앞을 가립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게 되면.
저와 더 사랑하고.
더 믿을수 있고.
더 가까운 인연으로 만나길 빕니다.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