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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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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까나?


BY 그대향기 2009-09-02

 

길고도 지리했던 장마도 끝났고

늦더위도 견딜만 했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창문을 닫고

얇은 이불이라도 덮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해 졌다.

 

빛 고운 사과도 맑은 햇살 아래서 향기롭게 익어가고

검붉게 익은 포도알을 한 알 똑~따서 입에 넣으면

입 안 가득 번지는 그 시고도 달콤한  맛이라니~~

대추도 초 가을볕에 울긋불긋 탐스럽게 익어간다.

탱글탱글  이쁘게 메달려 익어간다.

 

유난히 장마가 길어서 좀은 시원하게 여름을 지냈으나

여름은 항상 내게 힘든 계절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힘들다거나 숨가뿐 소리도 없이

우리 곁을 유유히 떠나갔고  초가을 길에 우릴 데려 다 놓는다.

이제는 우리의 휴가...일년에 단 일주일간의 금쪽같은

휴가를 떠나려 한다.

예정대로 둘째를 비행기 태워 내 보내기 전에

부산 시댁이랑 경주 외갓댁에 출국 인사를 드리게 하고

일년 전 이 맘 때 김해공항에서는 큰 딸을 내 보냈고

딱 일년 후 지금은  인천 공항에서 둘째 딸을

떠나보내는 그 길로 늦은 여름휴가를 떠나련다.

 

어디로?

어느 마을 어느 산골짝을 쏘다닐지는 아직.....이다.

그러나 일주일간의 여유가 오로지 우리의 시간이란 것이 즐겁기만하다.

하루 세끼 할머니들 식사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수백명의 밥을 한다고 꼭두새벽부터 주방의 불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그냥 아침 해가 높이 떠 오르도록 늦잠을 자도 놀란 토끼처럼 후다닥 거리지 않아도 되는

느긋하고 퍼질러 있을 수 있는 그런 여유를 가지러 떠난다.

 

작년에는 사이버 공간의 지인들을 만나러 전라도의 섬마을에서 부터

우리의 수도 서울까지 전국을 누볐지만 올 해는 그리 바쁜 걸음을 하진 않으련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런 휴가이기를 바란다.

몇권의 책을 싣고 사과랑 배, 포도를 넉넉하게 싣고

과도 하나, 라면 몇개랑 가스렌지, 작은 냄비 두어개

맛있게 익은 김치 두어포기하고 얼음 채운 아이스박스

짭짤한 밑반찬 몇가지만 준비해서 가볍게 떠나고 싶다.

 

애들이 같이 못가니 짐이 훨씬 많이 줄것이고

입고 벗고할 옷 두어벌,  간단한 잠 옷 한벌 정도로 옷을 가볍게 하고

세면도구랑 간단한 화장품 가방 하나, 생수병 몇개 그리고 디카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조금만 달리고

바람이 자는 날에는 좀 더 멀리까지 달리면서

시골의 장터를 만나면 멈춰서서 장구경도 하고

장터 국밥도 먹으면서 때로는 장꾼들과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는

편안하고 소박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

 

바쁘지 않게...힘들지 않게...힘에 겨웁지 않게

간혹 맛깔스런 그 고장 명물도 맛 보면서

재래시장 한켠에 있을지도 모를 골동품 가게라도 만나면 한  두점 건지면서

느린 걸음으로 버겁지 않은 예산으로 한가한 여행을 떠나련다.

올해 스무 살...둘째가 저 혼자 힘으로  세가지 아르바이트까지 뛰면서

독하게 저축해서 떠나는 공부 길인데 부모가 큰 보탬이 못되면서

물 쓰듯 할 돈도 없지만 그리 흔하게 휴가비를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나라에 가서도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둘째가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 길을 열어가는게 기특하기도 하다.

좋은 세상 구경을 많이 하고 와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기를 바란다.

험한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더 맑은 영혼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어오기를 희망한다.

둘째가 떠나는 그 비행기 한 켠에 내 마음도 함께 떠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