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립스틱 하나를 꺼내봅니다.
뜨거운 여름날의 바람에 녹다가.
추운 겨울의 입김에 소스라치게 움츠러들었다가.
수없이 10년동안 그렇게 반복합니다.
그녀의입술 위에서 아름답고 맑은 빛깔로 춤추던 색감은
추억으로 바래져 이제 향기마저도 살아진지 꽤 되려나 봅니다.
그나마 근 5년을 1년에 두어번씩 꺼내보며
어디론가 살아진 립스틱의 두껑 때문에 이제는 한겨울에도 눈물 흘리듯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한창일때도 남들에게 사랑받던 빛깔은 아니였어요.
어느 착하기만 아낙네의 평범하고 소박한 미를 꿈꾸던 그저 수만개의 립스틱중의 하나였을뿐인데.
시나브로,
언젠가부터 복고풍 바람이 불고 있어도 표정 없는 색갈이 되어 화장대 한구석에 작은 자리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립스틱은 그렇게 아주 한참을 낡은 구석 한자리 차지 하며 앞으로 만날 주인을 학수고대 하지만.
가끔 꺼내어져 밝은 빛에 꽃단장을 해도 그위로 떨어지는 소금기 가득한 눈물 때문에 바랜 추억의 빛깔만
내뿜을수 밖에 없는 운명인것을.
그 립스틱 주인의 딸도 불혹을 넘겼습니다.
불혹의 나이에 그리움을 입술 위에 덧칠해보아도.
짠 소금끼는 어쩔수 없나 봅니다.
입술은 오래된 꽃분홍의 화사함 때문에 웃고 있지만.
그 화사함속에 느껴지는 슬픔 때문에 입술속에는 애닯은 한숨만 나오는 것을.
그리움은 너무 길고..
인생은 너무 짧은 탓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