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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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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1)


BY 들풀향기 2009-08-01

그렇게.....

그렇게.....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기다렸던 휴가였다.

 

이사를 하고 정리도 채 되지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

 

남편의 부도로인한 후유증으로 몇년간을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휴가다운 휴가

여행다운 여행을 해 본지가 참으로 오랫만이였다

몇년을 공들인 끝에 남편의 일도 잘 되고 그럭저럭 여유는 아니지만.....

호사를 누릴 시간도 아니지만 여러가지 이유를 빌미삼아 시간을 냈다

큰아들의 유학을 핑계삼아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위한 짬

그리고 앞으로 더욱 정진해야할 나의 삶의 에너지 충전을 위해

그렇게 시간을 내어 여행 준비를 했다

우리 가족은 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 청도 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들은 샤먼에서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청도 공항으로 향했다.

 

아들이 부탁한 몇가지 의복과 책.......

몇칠전부터 간장계장도 사다 냉동실에 얼리고 너무맛잇어서 얼려놓았던 김장김치도 잊지않고 챙겼다

파김치 조금 겉절이 조금 갖김치 조금....그렇게 몇번을 싸고 지퍼백에 넣고 그것도 불안해서

투명테잎으로 칭칭 감았다

보다못한 남편이 랩을 꺼내라며 랩으로 세밀하게 포장을 해준다

역시 나보단 남편의 손끝이 더 섬세한것 같아 맘이 조금 누구러들려 한다

이른 봄부터 아들에게 주려고 고추장속에 푸~~~욱 박아놓았던 햇마늘,마늘쫑,도라지,더덕...........

을 골고루 꺼네 통에 담고 ...... 마트에가서 어리굴젖도 한통 사다가 냉동실에 얼렸다.

 

남편의 여행가방도 가득찾고

나의 여행가방도 가득차고

작은 아들의 여행가방도 가득찰지경이다

 

남편은 나에게 뭐라고 궁시렁거린다

뭘그렇게 무거운데 싸냐구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그런 남편이 야속하다

아들을 향한 엄마의 맘으로 쫌 헤아려 주면 안되는지.....

남편은 해외출장을 자주가다보니 되도록 짐을 간추리고 간추려서 다닐려고 하고

나야 지금 다녀오면 아들에게 또 언제 갈까싶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메모하고....챙기고

또 메모하고......챙기고.....를 반복하니

어이없게 나를 바라본다..... 하긴 중량이 많이 나가면 그많큼 수수료도 많이 나오지만

그곳에도 먹을게 천지니까 적당히 싸라고 조언을 하지만 그래도 서운타

우리가 도착하면 중복날이다

초복때도 아들생각에 거짖말 조금보태서 삼계탕이 목으로 안넘어가는 짠한 맘이여서

이번에 가면 영계백숙을 해주려고 인삼과 통마늘 대추 통후추 당귀 를 챙겼다

남편은....말한다. 엄마는 위대하다며 좋은말인지 비꼬는건지 한마디 안놓치구 해 댄다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빈티지 티셔츠를 슬쩍 한개 빼고 그래도 눈치가 보여

반바지도 하나 빼고......

그렇게 서운함을 느끼며 짐을 꾸렸다

 

남편은 오랫만에 가는 여행이라 몸도 맘도 간편하게 떠나 나에게 그동안 못해준 보상심리로

돈으로 이것저것 사주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어디 아줌마들이 그러한가 하나라도 아끼고 되도록

사지말고 가져가서 쓰고싶은거야 살림해본 사람들의 맘은 거의 다 그러하리라.....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여행가방을 꾸려놓고 잠을 청하니 잠이 안온다

갑자기 새벽을 치닫고 있는 초침소리가 거침없이 크게 들려온다

 

마음은 아들을 향해 있고

귀는 초침소리에 이끌려 잠을 청할수가 없었다

 

나를 낳아 최선을 다해 키워준 나의 부모님도 내가 부모님 곁을 떠나 타향살이할적에

지금의 내맘처럼 이러했을것이라는 생각을 잠시하자니 밤세 뒤척여 진다.

 

그렇게.....

그렇게......

아들을 생각하며..........잠을 청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