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보내며 아이 아빠와 저 모두 시간 조절을 해서
공항에 함께 나가기로 했지요
손녀가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러 번 전화를 하시는 친정아버지도
함께 가기로 해서 대가족이 이동을 했는데
막상 헤어지는 시간이 되었는데
딸도 저희 부부도 잘 다녀오라고 잘 다녀오겠노라고 덤덤히 말하고 있는데
친정아버지 눈이 빨개지셔서.... 아이를 안아주며 잘 다녀오라고 아프지 말라고 당부를 하십니다.
“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잘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딸 할아버지의 손을 만지며 인사를 합니다.
기특한 것...언제 이리 커서 멀리 혼자서도 간다고...
손을 흔들어주고 아이는 들어갔고 비행기 타기 전 마지막 전화
“엄마, 걱정마...내가 애야? 잘 하고 올게”
“지지배..너 애 맞거든. 아프지 말고 잘 다녀와야 해.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해. 딸~~씩씩하게 지내다 오렴”
에구..차 빼서 나오는 데 저희 친정아버지 너무 심란해 하십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안 오고 저희 부부는 아버지를 모시고 공항 근처 바다 (무의도)를 갔습니다.
조개구이를 시키고 아버지 좋아하는 소주도 시켜서 위로를 해드렸습니다.
사실 올 봄에 사고(일하시다가 프레스에 손이 눌려 오른손가락 3개를 완전 절단하셨고
집게손가락은 손톱만큼이 잘리셨죠. 온전한 오른 손가락은 엄지뿐이네요ㅠㅠ)를 당하신 후
심경의 변화가 크십니다.
이 날도 전 같으면 이렇게 까지 아쉬워하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해지는 바닷가, 썰물에 드러내는 바닷가의 자갈들을 보시며 슬프다고 하십니다.
결국 많이 취하신 아버지 울기까지 하십니다.
“내가 아직도 습관이 돼서 아이에게 오른 손을 내밀었다.
흉한 손 대신 이젠 왼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오른 손을 내밀었다.
얼른 왼손으로 바꿔 악수하고 안아주는데 우리 손녀가 걱정 말라고 씩씩하게 말하고
잘 다녀온다며 이 손을 만져주는 구나. 우리 착한 손녀가 다 커서 나를 위로해...
그래서 내가 슬퍼.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아 슬퍼“
사고 후 경기도 안 좋은 탓에 친구 분도 혼자 서는 감당하기 힘드시다며
공장을 처분하기로 해서 일마저 그만 두신 지금...
여지껏 열심히 일하시다가 그 많은 시간을 어찌 써야 할 지 모르는 친정아빠.
자주 말벗 해드린다고 퇴근 후 저녁도 같이 먹곤 하는데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하셔야 힘이 나실 것 같아 궁리하고 있는데
아직 재활 중인 손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친정 아빠를 보면서도 느끼게 됩니다.
돈의 액수의 적고 많음을 떠나 요즘 같은 시기에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친정 집에 모셔다 드리고 저희 부부 귀가해서 비어있는 딸 방을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네 주인이 5주 동안은 없구나. 외로워도 잘 참고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렴...’
오늘 4일째입니다. 가서 잘 도착했다는 목소리 들었고..
연수원 홈피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는 글도 읽었고
워낙 욕심있고 자기 일 스스로 하는 아이인지라 큰 걱정은 안합니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기만을 바라며
훌쩍 커진 모습으로 돌아올 아이를 그려봅니다.
그나저나 딸은 여름캠프 보내고, 아들은 여름 전지훈련 보내고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야 아이들 얼굴 보게 생겼습니다.
나흘간의 출장으로 남편도 일본으로 간 지금
혼자서 빵 먹고 커피 마시고...아직 잘 시간은 아니고 다운 받아놓은 영화나 한 편 볼까 합니다.
저 외롭지 않습니다....지금 비 만 오지 않으면...^^
오늘 자유부인 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