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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제9회) 주여. 뜻대로 하소서2


BY 만석 2009-07-27

 

 1부 제9회


주여. 뜻대로 하소서2


  “못 견디겠어요?”

  간호사는 좀 참아보라는 눈치다. 아니, 내가 시방 장난을 치는 줄 아남?

  그런데 신기하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내 속이 갑자기 멀쩡해졌다. 이마에서 흐른 땀으로 머리는 감은 듯이 흠뻑 젖어 있다. 아니, 몸통 전체가 물에서 건진 듯이 젖어 있다. 또 울렁증이 날까 싶어서 샤워는 채도 못하고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살금살금 걸어서 침대에 오른다. 파김치가 된다더니 이런 걸까?

 

  간호사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깐씩 그럴 수가 있어요.”

  내 뱉고는 휭~하고 나가버린다. 남편이 내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정말 괜찮아?”

  허, 참 신기하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잠깐씩 그럴 수도 있다는 건, 다시 구역질이 날 여지가 있다는 말씀이야? 뭘 잘 못해서 그런가를 알려줘야 조심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잘 못한 게 없다 한다. 이런 젠~장. 재수가 없으면 그럴 수 있다는 투다.

  재수가 없기는 더럽게도 없나 보다. 약물이 새어나와 팔이 퉁퉁붓는다. 팔이 너무 저려서 한 바탕 소동이 나고, 간호사가 급히 바늘을 옮겼지만, 이미 상당 량이 주입 된 뒤인 것 같다. 흘러 들어간 약물이 팔의 피부색을 시커멓게 죽여간다. 차마 차차는 괜찮아지느냐고 묻지를 못하겠다. 죽어가는 사람이, 시방 그게 무슨 문제냐고 핀찬을 받을 것만 같아서다.


  잠이 들었었나 보다. 가슴이 답답해서 눈을 뜬다. 가슴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좀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가슴이 답답하다. 육중한 무언가에 눌리는 듯 가슴이 죄어온다. 그럴 수도 있다 하니 좀 참아보자. 그런데 점점 더 죄어들어 숨을 쉴 수가 없다.

  “아빠. 내 가슴이… …. 아이구 내 가슴이…….”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친 것까지는 생각이 난다.

  “왜? 왜 그래? 당신 입술이…….”

  놀라 소리치는 남편의 소리도 들은 듯하다. 내 입술을 내려다보던 남편이 말을 잇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도 본 것 같다. 곧 이어 간호사가 뛰어 들어오고 약봉지를 살핀 뒤 기계를 만지던 간호사가 전선줄을 잽싸게 뺐다고 한다. 이상기류를 느낀 남편이 대들 듯 물었다고.

  “뭡니까?”


  “아, 약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누가 기계 만지지 않았어요?”

  “무슨 기계를 누가 만져요? 아까 간호사가…….”

  남편의 외침에 놀라 눈을 뜬 모양이다. 기계의 스위치를 돌려 수치를 낮추자 내가 눈을 뜨더라 한다. 다시 내 가슴은 멀쩡해졌나 보다. 그런데 남편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잠시 뒤 간호실이 있는 복도 저편에서 그이의 화 난 목소리가 울려온다. 그러나 환자를 아니, 환자의 목숨을 맡겨놓고 어떻게 감히 그들에게 따질 수 있겠는가. 적당히 나빴던 기분을 보여 무언의 항변을 하고 병실로 들어온 모양이다. 그이가 적잖게 놀랐나 보다.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자 그래도 걱정스러운 듯 내 입술에 자기의 엄지손가락을 얹어본다.

  “이제 혈색이 돌아왔네요. 아이구. 아까는 뭔 일 나는 줄 알았구먼. 아저씨두 솔찮게 놀라시더구만…….”

  출입문 쪽의 침대에 누운 디스크 환우인 딸을 문병 온 친정어머니가, 쳐진 눈꺼풀을 치켜뜨며 혀를 내두른다.

 

  한참을 앉아서 기계의 수치를 지켜보던 그이가 이제 안심이 되는지,

  “나, 밥 좀 먹고 올게.”한다.

  “점심을 아직도 안 자셨어요?”
  “점심은…… 아침도 아직 못 먹었는데. 기계 좀 자주 체크 해. 수치가 변하나…….”

  어이구~. 이 몹쓸 년이 여러 사람 잡겠네. 얼마나 시장했으면……. 천안에 가는 일은 포기한 모양이다. 그러면 안 되는데…….

  

  식사를 하고 돌아온 남편이 기계를 살피고 앉더니 말을 건다.

  “간병인 하나 둘까?”

  옆 침대의 아주머니가 간병인을 두고 호사하는 것이 부러워서, 그리고 그이가 사무실을 자꾸만 비우는 일이 맘에 걸려서, 며칠 전에 내가 먼저 제안했었다. 그러나 그이가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자기가 충분히 할 수가 있다고. 허긴. 거동이 불편한 환자도 아니어서 나도 생각을 접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이가 간병인을 두자고 한다. 좀 전에 적지 않게 놀란 모양이다. 환자를 혼자 두어서 일어난 사단으로 생각하는가 보다.

  “저거만 다 맞으면 퇴원하는데…….  2차 항암은 3주 뒤에나 한다는데?”


  “퇴원을 해도 걱정이네. 혼자 집에 있어야 하니…….”

  이래저래 남편의 걱정이 크다. 큰딸은 결혼을 해서 아이 둘을 데리고 맞벌이를 한다. 큰아들에게 휴직을 하랄 수도 없고, 녀석이 미혼이라 내겐 며느리도 없지 않은가. 그러게 36살 나이가 적어서 아직 멀었다고만 하더니, 이런 때 영 도움이 안 되는구먼. 막내 딸아이는 독립을 해서 직장 가까이에 거처하고, 또 막내아들은 일본 취업으로 출국해 있으니……. 허허. 이럴 땐 자녀 넷 기른 보람이 하나도 없구먼.

  “혼자 있음 어때요. 이젠 내가 할 수도 있는데.”

  배에 꽂힌 관을 가리키며 내가 자신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이는 쉽게 걱정을 접지 못한다. 그동안 나도 관이 꽂힌 부위의 소독과, 먹이를 주사하는 법을 익혔으니 그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