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담배에 대한 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또한 우리나라도 생겨야 할까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13

남편과 살아내기


BY 오월 2009-07-15

오래 전 내가 꽃노래를 부르면 남편이 그랬다.

꽃이 밥먹여 주느냐고

타박아닌 타박을 들어 가면서도 내 바람은

간절 했었다. 타샤투더의 책들을 읽으며 그 멋진

풍경에 감탄 했었고 소설 능소화를 읽으며 400백년

시공을 뛰어 넘은 절절한 부부애의 사랑 속에

등장한 능소화에 반해 꽃집을 헤매다 농원에서

능소화 한 그루를 구해다 심은지 3년이 되었다.

 

내 사무실이 아니였을 때

그때는 감히 엄두도 못냈던 간절 한 바람

사무실이 내 것이 되고 400여평 주위로

보잘것 없는 화초들을 이를태면 쉽게 구할 수 있는

꽃들을 무조건 씨를 받아다 뿌렸다

봉숭아,맨드라미,접시꽃,족두리꽃,나팔꽃,채송화

코스모스,분꽃 등등

그저 고향 속 정겨운 꽃들이 좋기도 했지만 여유 없음에

꽃이 너무 좋아 내 최선의 방법 이였을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며 늘 꽃밭을 서성이는 나를 보며

어느 샌가 남편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주위가 환해야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는 내 생각을

수시로 남편에게 주입한 때문인지 조금씩 내 꽃밭을 기웃

거리기 시작하는 남편 흙을 날라 달라는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거름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고맙다고 행복하다고 말하며 툭툭 엉덩이를 쳐 주면

누가 볼세라 기겁을 하면서도 입이 귀에 걸리는 남편

  \"원본

3년 끈질기게 앙당물은 능소화는 다른 집 능소화는

지고 있는데 올해도 꽃소식이 없었다.

출근을 하면 밤사이 어떤 꽃들이 또 봉오리를 맺었나

둘러보고 개.오리,토끼를 돌아 보는게 가장 먼저 하는 일과

그렇게 둘러 보던 내 눈에 능소화 가지가지 끝에

새 주둥이처럼 뾰족뾰족 앙당물은 능소화 꽃봉오리

\" 자기야!자기야! 3년만에 능소화가 꽃봉오리를 달았다

내가 너무 기쁘고 행복해 오늘 자기한태 오만원

보너스를 주겠노라.\"

척척 돈을 세어 남편에게 주니 남편입이 헤벌쭉

이게 웬떡이냐 하는 표정을 짓는다.

 

어딘가 슬쩍 사라져 보이지 않는 남편

콕콕콕 호미들고 꽃밭매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나는 더위 얼음채워 냉커피 한 잔

들고가 실없는 소리 해대는 날 바라보는 남편의 눈길이 곱다.

남편의 알바가 하나 생겼다.

아침일찍 내가 다 돌아보며 봐둔 꽃들을 살펴 보고선

새로운 꽃봉오리를 자신이 발견 했다며 돈 만원을 요구 한다.

난 내가 알고 있던 거라고 돈은 못준다고 한다

남편은 내 사무실로 들어가 돈 만원을 꺼내 들고 나오며

이건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이라며 자기 지갑에 넣는다.

우린 마주 보고 웃는다. 그렇게 모아진 남편의 돈들은

큰 돈이 되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날이 어스름 저무는 시간

비 끝에 우후죽순 처럼올라오는 잡초를 뽑는다.

행복하다 혼자 하는 일들은 힘이 든다

하지만 잠깐 도와줘도 남자의 힘은 참 크다.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든가

아름다운 동행이던가

60년쯤 해로한 노인 부부가 아내는 남편이 좋아하는

푸성귀를 따고 남편은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았었다.

이렇게 발맞춰 살아내다 보면 아직은 철없는 아내라

푸성귀 하나 심을 줄 모르지만 그 노인 부부처럼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꽃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오시면

이것저것 설명하는 내 모습을 창문을 통해 가만히 보고선

남편이 그랬다..

\"당신 모습 참 아름답더라.\"

발 맞춰 만들어 가는 행복

노력 없는 결과가 어디 있으랴.

철없는 아내 만나 힘들었을 남편 그래도 난 언제까지

남편에게 철없는 아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