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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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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그거 별거 아녀~!(2부 제3회) 암이예요?


BY 만석 2009-07-14

2부 제4회


 “암이예요?”


  “암이예요?” 아직 어린 담당 여의사는 내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뭔가를 기록하는 척하면서 건성인 양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럼, 40년 내 주치의로 나를 보살핀 내과의사는 뭐람. 그동안 뭘 살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돼. 이건 아니다. 그런데 반문을 하거나 따지고 들 기운이 없다. 그저 환자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악역을 담당한 새로운 주치의인 아직 어린 여의사가 딱했다. 언제 그 여의사가 내 병실을 나갔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는 그저 멍청하게 창밖의 높은 하늘만 올려다보고 누워있었다. 아직 6월인데 가을 하늘같이 높고 맑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곧 정신이 들었다. 누구에겐가 알려야 했다. 벌떡 일어나 핸드‧ 폰을 찾았다. 그럴 리가 없으니 잘 좀 알아보라고 일러주어야만 했다. 저녁식사를 하러 나간 식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일본에 있는 막내아들만 빠진 내 식구들에게. 지금 생각하면 저녁식사나 맛있게 먹고 난 뒤에 알릴 걸……. 그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금방 사단이 날 것만 같았으니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을 먹었느냐고 묻는 것도 잊고 단 번에,

  “나, 암이래.”

  남편은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암이라구요!” 

  “어? 누가 그래? 의사가? 왔었어?”

  그이도 적지 않게 놀라는 기색이 영력했다. 정작 잘 좀 알아보라는 말은 하지도 못했다.


  남편과 삼 남매와 사위가 곧 병실 문을 열고 급히 들어섰다. 막내딸이 다급하게 물었다.

  “누가 그래요?”

  “담당의사가.”
  “미쳤나봐.” 서슬이 시퍼래서 앙칼지게 또 소리질렀다.

  “결과가 그렇다는데 미치긴…….\"하는 내 말은 건성으로 듣고 또 소리쳤다.

  “그런 건 보호자한테 먼저 알려야 하는 거 아냐?”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미 결과를 알았었다고 한다. 병원 복도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소리 높이 울고 난 뒤였다고 했다. 병원으로 오는 중인 남편이 행여 쇼크로 운전하는 데에 지장이 있을라 싶어서 알리지 못하고, 병실에서 맞아 저녁을 먹는다는 핑계로 식당으로 갔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남편만 내 병명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게다. 삼 남매가 아버지에게는 식사 뒤에 알리고 엄마에게는 수술을 받게 되면 알리자고 의견을 모았던 모양이었다. 그날의 저녁식사는 그렇게 파탄이 나고 말았으리라. 


  다음 날 아침 회진시간.

  외과담당교수가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들어왔다. 입구의 침상에 누운 환우를 만나보고 병실 깊숙히에 자리 잡은 내 침대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 가득히 미소가 번졌다. 내 손을 잡은 의사는 그 눈빛이 그윽해 보였다.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검사가 좀 많을 겁니다.”

   “그럼, 나 암이 아닐 수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