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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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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만남


BY 그대향기 2009-07-07

 

새벽 5 시에 출발한 오늘의 원거리 출장.

전 날 밤에 녹차 냉수 얼리기

디카 챙기기..수건이랑 톱 낫 모자 밧줄 등...

준비물을 잘 챙겨서 짐차에 실어 두고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해서 어젯밤 잠자리에도 평소보다 일찍 들었다.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화요일 부터서 전국적으로 장마비가 다시 온다는데

날짜를 더 미룰 수가 없어서 오늘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

웬만한 남정네보다 힘이 더 쎈 나.

톱질이면 톱질..낫질이면 낫질,,삽집까지 안하고 못하는게 없다.

켁~~

아무래도 엄마는 날 잘 못 낳으신게야~`

남잔 줄 알고 낳았는데 무거운 중심을 빠트리고 나온 걸 거야.

요령 안 부리고 일만 하지요..참 달라고 안 보채지요..시키면 시키는 데로 다 하지요~~

어디가서 이런 일꾼 구하냐고요~~~

걸핏하면 나보고 가자니 원....

무~~씩하게 힘만 쎄 가지구선.ㅋㅋㅋㅋ

 

경기도 성남을 거쳐서 광주시까지.

가는 길에 성남의 한 교회에 양파 50 망 내려 주고

광주시를 가는데 근접한 거리라 금방 찾았다.

남한산성의 경계지점에 아는 분이 계셔

오가피 나무를 베러 가는 길이었다.

전원생활을 하시면서 산 자투리 땅에다가

오가피를 심으셨다는데 몇년 동안을 방치했더니

너무 무성하고 필요한 곳에 주고 싶으시다며

연락이 왔었고 오늘 그 나무를 베러 간 곳이 그 댁이다.

 

이름 석자만 대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 보실 그런 분의 전원주택.

내 개인의 친분이라기 보다는 우리 회관 대표분의 오랜 지인이시다.

수십년 동안 알고 지내시던 분이라 자연히 나도 아는 좋은 분이셨고

그 분의 강연도 상 받는 자리에도 참석한 경험이 있었다.

남한산성 한 자락에 위치한 그분의 주택은

산꼭대기에 자리 했고 집도 참 독특하게 지어져 있었다.

탁~~트인 거실하며 잔디며 많은 야생화들의 군락까지.

야생화는 화원하시는 분이 수시로 와서 심어 주신단다.

그 댁 주인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분이신데 그 정을 못 잊어서 그리 하신단다.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라~~ㅎㅎ)

내가 부러워 하던 많은 부분들이 그 댁엔 다 있었다.

 

맑은 공기며 계곡.. 자연스럽게 파 놓은 연뭇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거실바닥이며 문들

작은 공간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설계 되어 있는 집 구조

오밀조밀 주부가 편리하게 공간분할이 잘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탐이 났던 건 집을 짓고 자투리 땅에다가 연못을 파면서

산에서 흘러 내려 오는 자연수를 끌어 들여서

일부러 파 놓은 느낌이 안들게 너무나 자연스런 곡선이며

그 연못에 피어 있던 수초며 연 들이 얼마나 좋아뵈던지...

 

맑은 햇살 아래에 줄지어 있었던 항아리하며

이름도 다 못 외울 야생화들이 항아리 둘레를 피고지는데

언덕이 있는 산에 집을 지으시면서 고생도 참 많이 하셨다는데

구경만 하는 나는 좋아 뵈기만 했다.

거실에 큰 테이블이 있어서 먼 산을 바라보면서 칼럼이나

강의 준비를 하신다던 그 댁 주인의 말씀에 그저 부럽기만 했다.

콱~막힌 공간에서 나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앞이 확~~트인 공간에서

나오는 생각들은 다 시원시원 할 것 같고 열린 생각들 같았다.

평소에도 존경을 받으시는 분이셨지만 오늘 가서 뵙고 더 존경하게 된 이유는...

 

여러번 대학이나 무슨 단체에서 큰 상도 많이 받으셨고

대학총장님까지 하신 분이시지만 우릴 맞으시던 두 분의 옷차림은

그 분은 낡은 와이셔츠에 풀물이 들어서 얼룩 덜룩 했고

사모님의 바지는 무릎에 구멍이 나 있었고 티셔츠도 늘어 진 낡은 옷이었다.

그러시면서도 너무 편안한 표정으로 우릴 맞으셨고 간단한 다과를 드시면서

소탈하시고 부담없이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이 꼭 시골 소년 소녀 같으셨다.

그 분이 가지고 계시는 지식이나 명성은 그 자리에 없었다.

새벽 일찍 먼 길을 달려서 온 시골 부부를 맞으시던 두분의 진솔한 모습이

어찌나 담백하시고 솔직하시던지....

거만이나 자만..경솔함 그런 몸짓이나 말씀은 전혀..없으셨다.

 

지식으로 보나 지위나 명예로 보나 우리와는 대조도 안 될 그런 분이시지만

진심으로 귀하게 대해 주시고 아낌없는 공대를 해 주시는데

존경 받으시는 분의 자세가... 마음 가짐 등에서  짐작이 갔다.

대구에서 강의가 있어서 나가 봐야 한다시며 손님을 두고 나가게 되어

참 많이 미안하다시는데 그 인사가 가식이 아니라 진심임을 느끼게 해 주셨다.

우리나라 최고대학의 교수님이시면서 다른 대학 총장님까지 하신 분의

소탈하시고 검소한 생활을 집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모님께서는 그 집터는  묘지가 둘레둘레 있어서 아주 싼 값에 지을 수 있으셨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많은 수가 묘지가 명당인 줄 모른다며 웃으셨다.

돌투성이 산을 개간하시고 꽃이며 텃밭가꾸기를 하시면서 고생도 참 많으셨다는데

구경 오는 손님들은 그냥 지금 현재만 보고 참,...좋겠다고 그런단다.

당장 나부터라도 그랬으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사업에도 많이 ..깊이 관여하고 계시다고

다른 분을 통해서 들었고 본인들은 일절 말씀도 표도 안 내신다.

늘 검소한 옷차림에 꾸밈없는 간단하고 소탈한 생활

말하기 보다는 듣기를 더 많이 하시는 두 분을 뵈면서

이런 분들을 가까이에서 뵙는 영광을 가진 오늘이 축복 받은 느낌이다.

오랜 외국생활로 외국인 친구들도 많으시고 손님들도 많으시지만

사모님은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시며 밖으로 더러나는 일은 일절 안하신다.

오로지 내조의 미덕을 쌓으시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사모님의 그 내조의 공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지를....

 

도움의 손길을 항상 넓고 크게 펴시는 두분.

늘 한발 앞서 행하시는 두분.

더러 내고자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 알아지는 두분의 선행 선행들....

잔잔한 미소와 깔깔깔...소녀처럼 웃으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하루 온 종일 땡볕에서 톱질을  해도 덥지 않게 느낄 정도로

얼음팥빙수 같은 시원함으로 남는다.

땀 범벅이 된 우리 부부를 위해 샤워장에 속옷부터 겉옷까지

다 준비 해 두신 세심한 배려까지.

 

애당초에는 그 나무를 일꾼을 들여서 다 벤 다음 택배로 부친다 하시는 걸

더운 날 생나무를 부치면 뜰 우려가 있어서 우리가 날아 간 거였다.

왕복 기름값이며 우리집 할머니들 간식까지 꼼꼼하게 챙겨 주시던 손길이

그냥 사람이 좋아서 하시는 일이 아니라 섬김이고 베풂이셨다.

고여있어 섞는 물이 아니라 늘 잔잔하게 흐르는 샘물 같이

맑고.. 변함없고 ..깊고..푸른..그런 분들이셨다.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카랑카랑하신 그 분의 목소리며

씩씩한 걸음걸이..해맑기까지 한 얼굴표정

사치란걸 전혀 못 찾아 볼 차림새까지

사모님과 두 분의 삶에서 오늘 난 참 많은 부분에서 부끄럼을 느꼈다.

 

허례와 허식이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며

그것 때문에 치루어야 할 댓가가 고통이며 슬픔인지를....

오늘 그 산 옆으로 작게 흐르던 계곡 물에

세상 헛욕심 다 흘려버리고 왔더라면...

이름 모를 산새들에게

내 부질없이 커 가고 있는 이 끝 간데 없는 욕망을 물어가라 할걸...

숲에서 불던 실바람에

서운해서 약 올랐었고

몰라줘서 억울했던 바보스럼도 실려보낼걸...

가끔은....아주 가끔은 이런 좋은 분을 만나서 자극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봐..

나는.ㅎㅎㅎㅎ

너무 자주 만나면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니까~~!!!

 

오늘 우리 부부가 비탈진 산에서 베어 짐차에 가득~싣고 온 것은

단순한 약재인 오가피 나무가 아니라 그 분들의 사랑과 감사가 아닐런지...

세상을 향한 조용하면서도  큰 파장으로 번지는 사랑.

화려해서 순간적으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는 모르지만

향이 없는 호들갑스런 양란이 아니라 

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면서 깊고

오랜 향을 지닌 기품있는 동양난 같은 두 분.

그저 그 분들 곁에만 있어도 그 분들의 향이

내 몸으로 옮겨져  올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다.

몸은 비록 산비탈을 헤집고 다니느라 힘들었고

톱질을 땀방울이  눈을 가릴 정도로 하느라 팔도 뻐근했지만

산골짝을 흐르던 계곡물에 땀에 젖은 몸을 씻은 것 보다

더 시원하고 여름 밤 풀 먹인 삼베 이불을 덮은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런 맑고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