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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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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새끼


BY 그린플라워 2009-07-06

미운오리새끼

우리집 작은녀석 별명이다.

3학년 들어서 아주 엄격한 담임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얼마나 엄격한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아도 빨간스티커를 받게 될 정도다.

모습은 날 닮고 성격은 아빠를 빼 박았는데 덜렁거리는 건 엄마를 닮았다.

그러니까 부모의 단점을 골라 나온 녀석이다.

 

이 녀석이 학기초부터 허구헌날 교과서며 준비물이며 빼먹고 등교하기를 일삼아 하는 바람에

자기반에서 두번째로 빨간스티커를 많이 받은 녀석이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준비물도 잘 챙겨가고 친구들에게 선행도 많이 베풀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칭찬 받는 아이가 되어 백조가 되었다.

 

그래도 공부는 커녕 일주일에 한번 쓰는 독서록이나 일기를 쓰게 하려면 내 입이 닳아야 할 지경이다.

내일은 기말고사를 본다는데 시험과 무관하게 잘 놀고 있다.

 

학교에서 방과후에 한자놀이부에 등록은 했으나

수업 끝나고 한시간 후에 하는 그 수업에 빠지기 일쑤요, 한자쓰기 숙제는 해 간 적이 거의 없고

그나마 그 교재마저 잃어버렸다.

우리 두 아이들이 허구허날 잃어버리는 교과서를 추가주문하기 위해 교과서 구입처가 즐겨찾기에 있을 정도인데

그 책도 사기 위해 담당교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신이 만들어 쓰는 교재이므로 남은 기간 동안 그냥 빌려주시겠다고 했다.

그럭저력 그 수업도 종강이 되었다.

 

오늘 한자놀이부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또 뭔 잘못을 저질렀길래 전화가 왔을꼬 하면서 받으니,

\"00이가요 이번 한자 7급 시험에서 98점을 받았습니다. 7급 본 아이들 점수로는 최고예요.

수업에도 안 들어오고, 숙제도 안 해 오곤 해서 별 기대를 안 했었는데 시험은 잘 봤네요.

이런 아이는 계속 공부를 시키시는 게 좋을 듯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래요? 무슨 문제를 틀렸나요?\"

\"날 출자 쓰는 걸 안 썼더라구요.\"

 

참 별일이다.

외할아버지가 한학자시고 중견서예가이긴 해도

뭐 자주 만나뵙는 사이도 아닌데...

 

집에 돌아와 그 사실을 말해 줬더니

\"그래요? 저요, 집에 오는 길에 길 잃은 아이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왔는데요.

그 아이 어머니께서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천원 주셨어요.

어머니 드릴께요.\"

\"그건 니가 착한 일 해서 받은 거니까 너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공부에만 조금 신경을 써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구먼.

마음 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