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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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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고개를 넘으며..


BY 달맞이 2009-06-29

여덟개의 고개 가운데 이제 세번째 고개를 넘었다.

이학년 일학기 기말 고사가 끝나고 무기력증에 빠져든다.

시험기간 중에 끝도 없이 보이던 일거리들은 다들 어디로 숨어버리고 보이질 않는다.

시험 끝나면 김치 담궈야지.

시험 끝나면 뒤죽박죽 엉망인 창고 정리해야지.

시험 끝나면 이불 빨래 해야지.

시험 끝나면 ...

시험 끝나면.....

이렇게 많던 일거리들이 자고 일어나니 실종 되었다.

단지 무언가 할일이 있었는데 하는 어렴풋한 생각뿐...

 

유난히 힘들어 나를 혼란 속에 밀어 넣은 이번 시험은 정답 맞추는것 조차도 힘들게 만든다.

\'언니. 성적 잘나왔어요?\'

\'난 생각 만큼 나왔는데 어때요?\'

\' 공부 한만큼 안나와서 화나\'

이런 전화와 문자들이 질문을 퍼부어 대지만 난그저 별 관심이 안간다.

며칠 그냥 여행이나 다녀 왔으면 하는데 밥순이가 집을 떠나면 우리집 남자들은....

 

시험은 어른이나 아이나 긴장하게 만든다.

지난번 시험때 까지 제법 긴장 되더니 이번 시험은 긴장은 간곳없고 영 자신이 없다.

크고 작은 신경 쓸 일 들이 제법 많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이러다 보니 공부에 할애한 만큼 집중이 되질 않아 회의를 많이 느꼈다.

국문과 특성상 글을 제법 잘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그런편도 아니고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이라 지금 안하면 못할것 같았고, 그래서 시작했다.

 

\'이까짓 공부 해서 지금 어디다 써 먹을 거라구. 그만 두면 누가 뭐랄 것도 아닌데..\'

\'즐겁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은데 왜 하필 공부냐? 머리 아프게.

 

이런 생각들이 의욕을 꺽어놓기도 하지만  만약을 생각해본다.

만약에 지금 그만 두면 후회 하지 않을까?

다시는 시작 할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겹쳐 들어온다.

힘겹게 한고개를 넘고 나면 숨이 찬다.

기운이 빠져 더러는 몸살을 앓기도 하고, 더러는 포기 하기도 한다.

50여명 입학해서 일년 반만에 겨우 21명 남았다.

 

격려보단 포기 하라는 유혹이 많고,

배려 보다 방해가 많고,

의욕을 불태울 어떤 동기가 없다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나보다 더 늦게 공부를 시작한 언니와 통화를 하면서

\' 언니, 우리가 좋아서 하는거지. 남들이 보면 우리보고 누가 하라고 했냐고 할걸요?\'

\' 그래, 맞다. 우리가 좋아서 이짓하지 누가 시킨다고 하겠냐? 머리 아프게\'

이렇게 우린 서로를 격려 하면서 같이 공부해주는 동기들에게 고마워 하고 감사한다.

 

힘든 공부를 같이 해줄 동료가 있다는것은 산삼 보다 더 좋은 보약이다.

끝없는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화수분이다.

이번 시험에 만난 동기들이 이학기 출석수업에, 중간시험에 또 얼굴 볼수 있기를

서로가 서로에게 빌어 주는 기도 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