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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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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냉면


BY 정자 2009-06-27

아까 아까 왔는디 언제 냉면 나와유~~~?

\" 에구 냉면이 삶아 익어야 나오지우!\"

 

성질 급한 언니의 주문은 앉아서 한 이 분동안 주방쪽으로 시선 고정이다.

여기는 충청남도 어느 읍 장날이다.

북적대야 소란스러워야 제 맛인 장터에 뜨거운 햇볕을 피하고

더운 입김을 우선 시원하게 식힐려면 냉면이 제일 나은 거라고 적극 추천한 언니 따라서

직접 냉면육수를 뽑는다는 식당에 앉았다.

충청도에서만 그러는지 모르지만 네 명의 여자가  우르르 식당에 가서 언제 나와유 왜 빨리 안나와유

배고파 죽겄어우. 남들이 식당에서 죽엇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유등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재촉에 냉면이 설은 건지 찔긴 건지 도무지 맛도 모른 채 후다닥 먹고는

돈을 내고 나가는 성질만 무지 급한 언니다.

 

나는 아직 반도 못 먹었는데. 돈만 내면 다냐고 좀 앉아 있으라고 해도

복장 터져서 열 나서 더워서 안에 못 있겠단다. 그 열 좀 내리라고 냉면 먹은 거 아녀? 했더니

배만 겁나게 부르다네. 참!

 

장날에 장터에 오니 그 동안 벼르고 별른 볼 일을 꼬깃꼬깃한 종이에 꼼꼼이 적은 쪽지를 들여다 보는데

언니는 눈이 나쁘다. 나보고 뭘 썼는지 확인하란다. 나도 이젠 눈이 흐릿하다가 뭉개지다가 그런 증상이 있는데.

\" 모기향이여? 모기약이여?\"

\" 그게 그거지 뭐?\"

듣고보니 그게 그거다. 둘 다 여름모기를 꼼짝마라 시키는 것이다.

파리채 2개. 빨래비누. 그리고 아무리 봐도 이건 뭐지 ? 싶다.

언니야 ? 끝에 뭘 쓴거여?

\"무래며\" 이게 뭐여?

그렇게 썼냐? 히히..

집에서도 간편하게 냉면 삶아 먹는다고 적은 메모가 물냉면인데.

성격 급한 언니는 또 밑받침 빼먹은 단어 무래며가 되었다.

언니는 열무냉면을 제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열무가 새콤하게 익어야 맛있는데

그 급한성격에 못 이겨 벌써 나에게 전화 해댄다.

\" 정자야 니 어데 가지말고 낼 꼭 와야 한다. 열무가 잘 익어가고 있다. 지금말여?\"

언제 담았냐고 난 묻지 않는다. 보나마나 지금 열무에 소금을 치고 마늘을 까면서 전화를 하고 있는 거 안 봐도 비디오다. 나도 꼭 간다고 약속은 한다. 안하면 언니는 또 약속 할 때까지 전화에 성화다.

\" 니 올 겨? 안 올 겨?\"

\" 헤헤..언니 열무김치는 다 담았어?\"

응 열무가 연해서리 살살 씻어서 애기 다루듯이 살살 담았지.

나는 이 대답을 들으면

본격적인 여름이 왔으니 언니네 열무냉면 먹으러 가야 한다.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