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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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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솥의부활


BY 들풀향기 2009-06-23

 

작은아들이 6학년이다.

맞벌이 부부가 다 그런건 아니지만 아이에게 신경을 못쓰는건 사실이다

쓰고싶다가고 내 몸이 바쁘고 피곤하면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늘 신경쓰이던 학기초.....

담임선생님의 목소리가 여장부 같아서 아이들을 재압할수 있는 느낌이 들어

참 좋았다.

그냥 왠지 모든 면에서 느슨한 아이의 행동을 똑 바로 잡을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안에서 세는 바가지가 밖에나가면 안셀것 같은 우유부단한 나의 판단을

뒤 엎고 여전히 세는 바가지가 되어버렸다.

숙제도 잘 안해가고 준비물도 잘 챙기지 않아서 날마다 다른아이들보다

귀가가 늦어졌다

어느날 노트를 보는데 “가마솥”이란 글을 하염없이 써 내려간게 있어

아이에게 물었다

도데체 이 가마솥이 뭐길래 노트에 이렇게 많이 썼느냐고

가마솥 단원을 그대로 베껴 쓰는게 숙제안해온아이,지각한아이,학습지안한아이,

떠든아이.....그런 아이들의 체벌인것이였다.

남자 아이가 그것도 글씨쓰기 엄청싫어하는녀석이 이렇게 많은 글을 빼곡이 쓰냐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맘은 아파왔지만 그렇게 힘들다고 하면서도

절대 숙제를 안해가니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뜻 아니겠는가

무려 무제노트 한권이 다되도록 거의 매일 가마솥 쓰기에 채벌을 받고 있던중

어느날 선생님께서 가마솥 쓰는 체벌을 없애셨다고 너무 감격스러워 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말씀과 집에서는 엄마의 쓴소리로 조금은 잡혀지는듯 했고

조금 안도의 숨을 쉬고 이제는 쫌 느슨한 생활로 다시 들어갔는데

어느날 선생님의 상담전화가 걸려왔고

아들은 가마솥이 다시 부활했다고 머리를 감싸쥐며 비통해 했다

선생님의 상담 날짜를 받아놓고 아들의 가방에서 국어책을 꺼내 가마솥이 있는 페이지를

찾아 읽어 보았다.

IMF때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업자가 된 아빠가 가족들을 데리고 노모가 계신 고향으로

내려가 시골에서의 생활을 배경으로 그린 글이며 가마솥으로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해피앤딩의 글이였다.

가마솥을 읽으며 내 어린시절 시골에서의 생활이 필름처럼 펼쳐져 뇌리에 영상처럼 흘러간다.

가마솥은 큰일이 있을때 많이 쓰인다

모내기 할때 일꾼들 밥이라든가 잔치가 있을때 국수를 삶기도 하다

친정엄마는 까만 가마솥을 기름칠해서 애지중지 닦던 기억이 난다

항상 까만 가마솥이 기름이 좔좔흘러 더욱 새까맣고 윤기가 나 보였었다

그뎌~~~~

학교에 상담한 날이다

어떠한 선물도 받을수 없다는 학교 방침 때문에 고민하다가

빵을 구워서 가져가기로 했다.

쵸코케잌을 하나 굽고, 베리타르트도 하나 구었다

케잌위에 하얀 슈거파우더도 뿌리고 예쁜 모양으로 데코레이션도 했다

트르트에는 여러 가지 베리종류를 넣어 먹음직스럽게 구워서

인터넷으로 구입한 케잌박스에 넣으니 제과점에서 구입한것만큼 근사했다

담임샘은 선물같은거 일체사절이지만 정성껏 만들어 온것이라 받았고

상담후 학년연구실에 모여 다른반 샘들과 드실거라고 하셨다

곧이어 상담은 시작됬고. 수업태도는 빵점이구, 준비물챙기는것 꽝 !!!이구

숙제는 한번도 한적이 없구.......그런 아이가 바로 내 아들이였다는 사실에 얼굴들기 힘든 상황이였다.아무리 엄마가 안 챙긴다해도 6학년씩이나 된 놈이 어찌 그리도 안챙기고 안했는지 얄미운 놈이다.

그렇게 힘들게 하면서도 수학은 너무 잘하고 미술도 뛰어나게 잘해서

작품이 학년대표로 뽑혀서 전시되 있고,노래도 잘하고 예능에선 돋보이는 아이였고, 수학또한 잘해서 담임샘은 놀랫다고 하셨다

태도를 보아선 절대로 잘 할수 없는 타입인데......

참 신기하다고 하신다.

체육시간엔 거의 거북이가 따로없고, 남들 열나게 할때 우리아인 열나 떠들다

잠깐만해도 성적이 좋다는 것이다

속이상해 있으면 5학년때 아들 친구가 선생님께 말한다고 한다

선생님 너무 화내지 마세여 5학년때 보다 훨씬 좋아진거예여 그러니까 선생님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그럼 도대체 5학년땐 얼마나 심했길래?????

..................................................................................

집에와서 아들에게 말했다.

요놈아!!!!!!!!!!!!!!!!!!!!!!!!!!!!!!!!!!!!!!!!!

가마솥의 부활은 성스러운거다..................

쌤통이다!!!!!!!!!!!!!!!!!

어덯게 학교생활을 그렇게 억망진창으로 하냐......

이젠 가마솥이란 단원을 달달 외울것이다.

아니 1학기가 끝나갈무렵이면 가마솥 모음집이 생기겠구나????

참 좋은 채벌인것 같다

현명하신 담임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