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다 가기도 전 이른 봄에 아는 언니가
사무실에 찾아왔었다.
무남독녀 외딸이 대학에 입학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애완용 토끼 한 마리를 샀다고 했다.
그 딸이 대학을 졸업하며 토끼를 엄마집에 가져다 놨는데
평범한 사람이 볼 때 결벽증 증세가 있는듯 깔끔을 떠는
언니에게는 꽤나 큰 스트레스가 되었던지 늘 집이 빈다는
이유를 들어 토끼를 사무실에 데리고 왔다.
난 꽃을 좋아해 미친 듯 꽃에 빠져 살고 남편은 동물을
좋아해 사무실에 돼지,염소등을 키운다는 바람에 가끔
내가 기겁을 하기도 하니 털이 새하얗고 눈가로 까만 얼룩이
키메라 였던가 그 여자의 화장법을 연상케하는 교태스런
눈매의 알록이(토끼이름)를 보고 남편이 잘 키우겠다며
덥석 받아들였다.
오랜 정을 잊지못해 사료와 건초를 사들고 가끔 찾아오던
언니도 이제 발길을 끊었고 포대기를 깔고 목욕을 시키고
간식을 먹이고 털을 골라주던 애완용 토끼는 남편의 방식으로
사무실안을 벗어나 정자나무아래 자리하나를 찾이하고
싱그러운 풀들을 오물거리고 배설을 가릴줄 안다는 그 영악함을
다 잊은지 오래로 오로지 원망섞인 눈망울로 우리 부부를
째려보며 풀만 먹은지 오래 되었다.
어느 날 기사님 중에 한 분이 집에서 기르는 무시무시한 크기
우리 알록이와 비교해 토끼를 가져와서 둘이 합방을 시켰다.
작은 토끼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고 귀여운 새끼들이 꼬물거리며
뛰어 놀 모습에 나 또한 방관자가 되어 일조를 하고 말았다.
그리고 한 20여일
목 부위가 부풀고 젖이 부풀어 오르든 어느 날
자신의 몸을 창틀에 끼워넣고 자해를 하는 듯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산고를 겪는 듯 한데 너무 큰 비교되는 토끼와 교미를 시킨지라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그런가운데 토끼는 덤불을 물어 둥지를 만들고 자신의 털을
뽑아 부드럽고 폭신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내 몸에 털하나 머리카락 하나만 뽑혀도 비명을 지르는데 알록이는
그 고통을 참아내고 자신의 털을 뽑고 그 사이사이 산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도움을 줄 수가 없어 그저 알록이가 좋아하는 싱싱한 풀들을
뜯어다 넣어주며 \"알록아.미안해 미안해\"
그 말만 속삭여 줬다.
그 다음날 풀을 넣어주며 여전히 창살에 제 몸을 자해하듯 밀어
붙이는 알록이 근데,수북히 쌓아둔 흰 털 자세히 보니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하하 뭔가 있다.
살며시 털을 들추고 보니 엄마를 닮아 벌써 눈 주위에 검은 안경
같은 얼룩이 있는 몸은 말갛고 털이 없는 작은 새끼가 세 마리
꼬물거린다 미안하고 고맙고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힘겨워 창살에 제 몸을 끼워넣고 몸부림친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난다
새끼를 낳은것을 위장하려 사람들이 보면 젖을 물리지 않는다.
제 털을 뽑아 새끼를 보호하는 모성
그래서 옛말에 제 새끼를 버리는 모진 부모를 짐승만도 못하다
했던 모양이다
이제 며칠후면 고 귀여운 녀석들을 볼 수 있을것이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 아직도 힘겨워 하는 알록이에게
싱싱한 토끼풀을 넣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욕봤다!알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