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게 뭐야?”
“장구벌레? 아니다. 사슴벌레다. 세상에 얘가 근데 어디서 왔나?”
나 혼자 중얼 거리며 내려다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아저씨가 옆에 서서
“저거 귀한 건데 잡아다 기르세요.”
하였다.
그래서 주머니에 있던 비닐에 잡아넣고 근처 풀을 뜯어 들고 집에 돌아왔다.
일단 그릇에 풀을 넣고 사슴벌레를 놓았더니 살짝 다리를 움직여 보다가 한참 후 천천히 풀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요거를 내가 길러? 강아지 대신? 앵무새 대신? 얘는 시끄럽지도 않고 냄새도 안 나고 털도 날리지 않으니 조용히 길러볼까?
아니면 곤충학자 되고 싶다던 이제 4학년 된 지호라는 아이에게 기르라고 줄까?
나는 한 번도 길러 보지 않아서 잘 기를 자신이 없고.
지호는 어려서부터 곤충들을 잘 길러서 주면 좋아 할 텐데.
아, 이거 정말 고민 되었다.
근데 갑자기 사슴벌레는 왜? 내 눈에 뜨인 거야?
설마 쉰 두 번째 내 생일을 축하 해 주려고?
13일 토요일 이었다.
미역국을 끓여 주겠다는 남편을 만류하고 대충 아침 식사를 하였다.
내 생일에는 뭘 특별히 차려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딸도 아들도 먼데서 공부하고 있고
꽃바구니 받고 속옷 선물 받았으니 충분한 축하 되었다고 생각했다.
덤으로 설거지까지 해주니 기분 좋은 마음으로 산에 갔는데
사슴벌레를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대충 짐작으로 약 6~7cm는 될 것 같았다.
기르자니 경험 없어 실패 할 확률이 높고 남 주자니 아깝고.
집안 일하다 잠깐 들여다보면 숨어 있기만 하니 괜히 잡아 왔나 후회도 되었다.
넓은 산을 마음대로 다니도록 놓아둘걸.
할 수 없다 하고 결심했다.
지호에게 가져가 길러 보겠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좋아 하는 것이었다.
역시 톱밥이며 집도 있다니 준비된 사람이 기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사슴벌레를 넘겨주고 나니 홀가분했다.
난 꽃나무나 잘 길러야지. 어쨌든 생일 날 내게 왔다 간
사슴벌레는 곤충이라면 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지호에게서
건강하게 잘 클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