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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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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부재중


BY 바늘 2009-05-23

지금 어디야?

 

응~알았어~

 

퇴근 후 직원들과 회사 근처에서  한 잔 한다는 남편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다 

나도 모르게 TV는 켜 놓으채로 거실 소파에서 잠들어 버리고 자정을 훌쩍 넘어버린 시간에

딩동 초인종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 비비며 문을 열어주던 날에서

 

점점 어제 아침에 출근했던 남편이  다음날 저녁에 집으로 찾아들었고

 

그러다 외박의 가속화가 붙더니  하루 이틀 사흘 남편은 부재중이었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석 달

 

일 년 이년 석삼년을 넘어 그 후로 오랫동안 계속 남편은 부재중이다.

 

남편의 부재중이 길어질수록

 

남은 가족 나를 비롯 아들과 딸아이는

서로 아무 일 없단 듯 괴로운 표현은 되도록 깊게 누르고 외형상 그럴싸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분명히 가슴 한 귀탱이 동그마니 남아있는 좌절,공허,상실, 더 나아가 쉽게 표현하지 못할

회색빛 슬픈 감정들이 종합세트로 묶여 스트레스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딸 !!!

 

딸 아이는 조건이 좋은 데이트 상대가 나타나도

 

중요한 순간에 뒤로 물러서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하는 눈치다.

 

그러다 가끔 내게 묻는다

 

엄마~~

 

나 이다음 결혼할 때 아빠 오라고 할 건가?

 

친가 쪽에 사람들도 부를 건가?

 

 

엄마~ 엄마~글쎄 우리 사무실에 파견 나온 회계사가 자꾸 내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파견 끝나고 본 사무실로 들어갔거덩~

 

그런데 그 사람 사무실이 여의도라서

그쪽에서 한 번 만났는데 글쎄 가보니까 전에 아빠 근무하던 증권사 같은 빌딩이더라~

 

엄마~ 아빠가 아무 일 없이 계속 그곳에 근무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주 떳떳하게 우리 아빠도 여기 근무하세요 ~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걸~ 

 

 

아들 !!!

 

대학 졸업반에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 중이다.

 

주변 친구 모두 해외 연수 다녀와 토익 점수도 좋다는데 가정 형편상 누울 자리 보고

뻗으라고 현재도 괴외 알바를 두 군데나 하다 보니 생각만큼 취업 준비 진행이

쉽지 않은가 보다.

 

 

미국으로 호주로 캐나다로 유학 간다는 친구들 만나고 오는 날이면

새벽이 되어 귀가하는데 아마도 분명히 그런 날은 술로 마음의 위로를 찾은 듯~.

 

어쩌다 아들은 예정 외에 생각지도 않게 지출할 일이 생기면

내게 손 벌려  돈 이야기 하는 것을 너무도 어려워해서 주춤거리는데

이런 곤란함도 모두가 아빠의 부재중에서 나온 불편함이 아니겠는가?

 

 

아들과 딸 !!!

 

남편의 부재중 아니 아빠의 부재중만 아니었더라면

좀 더 커다란 희망으로 더 찬란한 꿈을 품었을 터인데 아쉽고 속상하다.

 

 

나 !!!

 

남편의 부재중 그 이전에 알았던 사람들과 마주하면

괜스레 고개가 숙여지고 외면하게 된다.

 

아울러 그쪽에서 나를 못 알아보고 지나쳐 주면 더 좋았을 것을 너무도 반가워 하며

슬픈 나보다 더 슬픈 표정으로 눈가에 물기까지 보이며 그동안 어찌 지냈는지 물어오는데

아~ 난감하다~

 

노상에서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어디에서 어디까지 힘들고 괴로웠던 지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가?

 

직장에서 근무 중에 고객과의 통화에서 우리 남편, 우리 집사람이란 표현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길 때~~.

 

남편의 부재중으로 인하여 한 여자의 일생이 순간 우울해진다.

 

하지만  오늘은 주말 근무도 없고

 

꽃이 피고 새도 울고 아카시아 고운 향이 너무도 좋은 계절

 

남편의 오랜 부재중에 그만 슬퍼하고 즐거운 주말 행복찾기에 나서야겠다.

 

아들은 괴외  알바있어  아침 일찍 돼지고기 넣고 얼큰하게

김치찌개 끓이고 우유 넣고 계란 찜 만들어 아침상 차려주니 맛있게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출타하였고

 

예쁜 딸은 직장 생활하랴 퇴근하면 지난번 승무원 학원 동기들 만나 다음 면접 스터디있어 늦게

귀가하더니 많이 피곤했는지 아직도 취침 중이다.

 

PS--->에세이방 여러분~~~행복한 주말 보내세요~~~간만에 에세이방에  다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