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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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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BY 명자나무 2009-05-22

동네에서 어슬렁 거리고 다니는 아저씨들 치고

때 빼고 광내는 사람은 없다 하더라도 그 중에 제일 왕초입니다.

키는 커다란데 나이를 먹어서 허리는 자동으로 구부정해진데다가  노가다 십장이라고

부인은 말 하는데 숨 쉬는것 빼곤 다 거짓말이라는 동네의 평론이 자자하니

그냥 이것 저것 가리지 않는 막 일꾼으로 보는게 타당합니다.

얼굴은 주독에 걸려서 부분 부분 빨갛고 머리털은 꽁지빠진 닭처럼

듬성듬성 남았다고 해야할지 빠졌다고 해야할지 반반 입니다.

아마도 내가 이리 흉하게(?) 자신을 평해놓은걸 알면 가만두지 않을 성질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눈이 마주쳤을때 인사를 해야하나 말아야  아직 판가름이 나기도 전에

그만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안녕하세요\"를 하고 말았습니다.

한 번했는데 다음엔 모른척 한다는것이 또 꼴불견같아서

오고가고 눈이 마주칠때마다 인사는 했지만 따로 날씨 이야기를 한다던지

동네 소식을 나누거나는 아직 해보지 않은 소원한 상태이지요.

 

가게 옆옆 코너 자리에 허름한 집이 있었다는데 부시고 동네 텃밭이 되었습니다.

그 반쪽에다가 찬 바람 부는 봄 부터 씨았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머리빠진 아저씨 부부가 공을 들였거든요.

 

 

요즘 며칠 비가 와서인지 손 바닥 만한 땅에 심은 상추며 쑥갓, 배추가 날이 번쩍 쓸 정도로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더라구요.

어제도 마트에서 상추 서너장에 쑥갓 댓장 넣어놓고 1400원 달라고 해서 들고 오면서

저거 뜯어다 먹으면 돈도 굳고 맛도 좋겠다며 후루룩~ 침이 넘어가더라구요.

 

조금 전에  잔돈 바꾸러 가다보니 아저씨 부부가 머릴 맞 대고 상추를 뜯고 있는 거여요.

에라 모르겠다, 그 동안 말은 안 해봤지만 상추 얻을 생각에 인사 삼아서

\"아저씨  상추가 이쁘게 자랐네요\" 했더니  뜯어다 먹으라는 거여요.

 

 기왕지사 줄 거면 뜯어서까지 줘야지 말로만 인심 쓰느냐고 되돌렸더니

알았으니 가게에 가서 있으라고 해서 빈 손 덜렁 거리고 오면서 한 마디 했지요.

\"아저씨, 맛 있는걸로 골라서 뜯어 주세요\"

 

사람 가리지 않고 인사하니  이리 돈 되는 일도 생기네요.

그나저나 밭에서 먹거리 자라듯이 머리 카락도 자라면

인물이 훨~ 나아질텐데...

듬성한 머리를 보면서 저것이 진정한 안습이로구나..

이런 애잔한 생각끝에 웃음이 터지는 것은 또 무엇이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