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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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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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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BY 명자나무 2009-05-19

내 돈 내고는 절대로 못 사먹는 바닐라 커피 라테라나 뭐라나 이름도 긴 커피 한 잔을

얻어들고 집으로 오는 전철을 탔답니다.

학생들로 붐빌줄 알았는데 의외로 헐렁한 전철에서

수원까지는 서서 갈줄 알고 단디 마음 먹었더랬는데 싱겁게시리 곰방 자리에

앉고보니 딱히 할 일도 없고 눈  운동 하느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중 ,

저만치서 오는 아저씨가 눈에 띠었습니다.

그 옆을 보니 커다란 바퀴달린 가방이 있는 것을 보니,

이제 막 상품을 팔려고 숨을 고르는 중에 마주쳤나봅니다.

 

전철 안은 안개같은 조름이 습격을 했는지

너도나도 할것없이 까막까막 고개를 아래위로 젓는 사람들이

한사람 건너일만큼 나른합니다.

 

그래도 굳건히 중간쯤 오더니 목소리를 킁킁 가다듬은 후에

우렁차게 상품에 대해 소개를 시작합니다.

뭐신가 봤더니..

여자들 하이힐 앞부분에 붙일수 있는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판(?) 입니다.

어찌나 열심히 설명하는지 자기 신을 벗어서 발바닥에 붙여보이기까지 하는데

그만 구두에서 까만 밑창이 끌려나와 전철 바닥에 내 팽겨쳐지는데..

어찌나 꼬질꼬질 하던지,

 

딸 아이의 샌달이 높기도 하거니와 앞 발다닥에 붙이면 다리가 덜 아프겠다 싶어서

설명을 열심히 듣는 중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한 떼의 아주머니들이 등산복을 입고 배낭을 매고 타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이마트에서는 칠천원에 파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천원에 판다고 하면서

다짜고짜 내게로 들이대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조느라 동태눈이 되었는데 초롱초롱한 눈으로 끝까지 경청을 했으니

당근 살 사람으로 비쳤나봅니다.

그래 까짓~ 천원..

딸 방에서 줏은 천 오백원 중에서 흔쾌히 주고 샀습니다.

처음에는 딸을 줄려고 했다가 우선 내가 써봐야지 하는 욕심(?)이 생겼답니다.

요즘 뺑덕에미가 되어가나봐요.

내가 사자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 무리들이 너도나도 사면서 어떤이는 두개도 사더라구요.

나 때문에 장사가 잘 된듯한 이상한 자부심으로 어깨가 쭈~욱 올라가다 얼른 정신차리고 내려놨습니다.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렵다던 회사가 중국회사인가? 차이나가 확실하네요.ㅋㅋ 

 

장사 잘한 아저씨가 슬근슬근 다음 칸으로 가고, 조금의 여유도 없이 팔 뚝에는 쿨 ~ 토시를 한

목소리 걸걸한 아줌마가 등장하셨어요.

이번에는 또 뭐신가 궁굼해서 고개가 쭉 빠집니다.

손바닥에 장갑처럼 푹 끼니 한 쪽은 오돌도돌 돌기가 돋아있고 반대편은 민자 수건 같이 생겼는데

이것이 초 극세사라서 걸레로 써도 백점이요 행주로 쓰면 이백점이라는데..

책바침만한 장판을 준비해서 크레용으로 둥굴둥굴 그린후에 걸레로 닦으니 하나도 안 닦이는데

초 극세사로 몇번 문지르니 하이구야~ 광이 번쩍 나게 닦이는 거여요.

 

요즘 우리 집 베란다 유리를 보자니 가슴이 콱 막히는데 저걸로 닦으면 한 인물 나겠구만..

손에다 끼고 슬슬 힘없이 방바닥 문지르면 머리카락이 저절로 와서 착착 앵긴다는데..

저것도 천원일라나?

호기심 만땅입니다.

한 장 에 삼천원. 두장사면 오천원이란 말에. 얼른 마음 접었습니다.

역시 전철 쇼핑은 천원이 부담없구말구~

 

아줌마를 보내고 나니 잠시 쉴틈도 없이 말끔한 신사복 아저씨가 윙 하는 소리와 함께

금빛이 번쩍거리는 작은 물건을 꺼내는데 이번엔 휴대용 면도기라네요.

상품에 대한 설명도 그럴싸하고 물건도 멋지지만 가격이 만원이라길래

\"구경 한번 잘했네\" 이런 심정으로 아저씨도 보냈습니다.

 

그 사이로 설명도 귀찮아하는 할아버지가 내미는 칫솔셋트도 지나가고,

무플팍에 껌이 놓였서 얼른 주머니에 남아 있던 오백원과 함께 껌을 반납하고,

이제 슬슬 집으로 가는 길이 가까와질 무렵

돋보기 장사가 장을 핍니다.

말 보다는 행동을 먼저 하는지 작은 돋보기를 꺼내더니 무조건 전철 기둥에 탕탕 칩니다.

돌로만든 강화유리라서 깨지지가 않는다는데... 안 깨지더라구요.

맨날 휴대폰에 문자 오면 안 보인다고 대신 봐달라고 보채다 구박 당하는 울 집 박씨 생각이 났어요.

돋보기를 들고 거리 조정만 하면 잘 보인다는데 서랍에다 두면 말짱 꽝! 이라면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좋게 얇고 작게 만들었다는 그 말이 내맘이지 뭐예요.

더군다나 착한 가격 천원이라니,

내 이정도는 박씨를 위해 써주리라.흔쾌히 구매 표시로 눈을 마주쳐줬습니다.

눈치빠른 아저씨 얼른 가지고 오시고,

물건을 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듯, 그제서야 노인네 두어 분이 더 사셨답니다.

 

가만 생각하니 박씨만 필요한것이 아니라 요즘 눈 어두워 바늘 귀 끼는것이 보통일이 아닌 나도 요긴히 

쓰이게 생겼습니다.

 

그나저나 전철이 천안역에서 끝나길 다행이지 조금만 더 가면 또 무얼 샀을지...

원래 이리 귀가 얇았나 생각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