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버이 달이면 이곳 저곳에서 할머니들을 위로 차 오신다.
자식이 있는 분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혼자이신 할머니들이라
외로우실까 봐 쓸쓸해 하실까 봐 노인분들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용돈을 들고 찾아들 오시는 분들이 이 맘때면 여러 차례.
할머니들이 계시는 곳이라 평소에도 가끔씩 손님들이 찾아 오시지만
어버이 달이면 좀 더 많은 분들이 찾아 오신다.
오늘도 부산에서 대구에서....
할머니들을 위로해 드리기 위해 여러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점심으로
시원한 냉면을 준비하기로 했다.
며칠 전 날씨 같으면 충분히 냉면이 좋은 점심이라 여겼는데
하필..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날씨가 쨍~~하고 더워야 냉면의 제 맛을 느낄 수 있으련만....
아쉬움은 많았지만 사흘 전 부터 육수를 빼 냉동고에 넣어 두고
냉면김치며 다른 부 재료들을 차게 만들어 준비했기에 따로 바꾸진 않았다.
어디보자~~
과일즙이랑 양파 마늘 넣은 냉면다대기 오케이~
오이무침도... 계란 삶아서 반 자른 것도 오케이~
쇠고기 편육이며 배, 수박 삼각형으로 썰은 것도 오케이~
연겨자에 겨자유며 차례대로 주루룩...다 준비해 두고
손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는데 드디어 자동차를 주차 시키는 소리가 들렸다.
가스불 위에 미리 올려 둔 국수 삶을 물에 불 쎄기를 올리고
풀어 헤쳐 둔 냉면을 삶으면서 남편한테 냉동고에 넣어 둔 육수를 꺼내 달라고 부탁.
찬물에 급히 냉면을 비비고 사리를 비틀어 만드는데 갑자기
으....윽~~~`
신음 같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순간 손은 사리를 만들면서도 눈길은 남편을 건너다 보는데
난 몰라 난 몰라......
냉동고에서 육수를 꺼내던 남편이 큰 육수통을 엎질러 버렸지 않는가~~!!
당황하는 남편에 놀란 나의 눈이 버번쩍~~`
손님들은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시고 순간적인 머리가 휘리릭~~`
과연 남아있는 육수가 몇인분이나 될까나?
지금 저 식탁에 앉아 기다리는 손님들은 가능할까?
큰 국자로 둘씩이면 20 인분이면 마흔 쪽인데.......
빠르게 회전하는 머리로 눈대중으로 남은 육수를 가늠한다.
냉면은 최대한 찬물에서 빨리 건져야 덜 퍼지기에 손을 빠르게 놀리면서
놀란 남편을 진정시켰다.
\"괜찮아요. 그 양이면 오늘 점심은 될 것 같아요.
얼른 배식대로 옮겨줘.....\"
당황하는 남편의 얼굴에서 낭패당한 표정이 너무 역력해서
더 이상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손님은 기다리고 냉면은 다 삶겼고.
찬 냉면기에 사리를 담고 육수를 담아 고명 준비해 둔 것을 차례로 올리면서도
남편은 자꾸 육수가 걱정되는지 재차 묻는다.
\"육수가 안 모자랄까? 모자라면 어쩌지?....\"
\"아니야 될 것 같아요. 넉넉해. 다 쏟질 않아서 다행이야 ㅎㅎㅎ\"
육수통이 큰 통이었고 뚜껑이 좀 큰 뚜껑이었는데 모르고 덜렁~~들어 올리다가
뚜껑과 통이 분리되면서 그만 쏟아지고 말았다.
내 불찰도 있다고 봐야 한다.
늦은 밤까지 육수며 다른 부재료를 준비하면서 뚜껑을 그냥 편한대로
다른 뚜껑을 닫았는데 그 이야기를 안 해 준 불찰로 이런 일이....
높은 곳의 냉동고였다면 아마도 다 쏟아 버렸을것이었겠지만
다행히 낮은 냉동고라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다른 거라면 급조라도 하겠지만 육수는 당장 급하게 준비 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에 미리미리 준비해서 냉동고에 넣었었는데....
만약에 육수를 한방울도 안 남기고 다 쏟아버렸더라면?
냉면 사리를 어디에다 말아 드렸을까???
아.....찔 했다.ㅋㅋㅋㅋ
오신 손님들도 올해 처음 맛보는 냉면이라시며 비록 비는 와서 약간 썰렁했지만
맛있게 드셨고 우리집 할머니들이야 워낙에 냉면들을 좋아하신다.
이북출신이 세분이나 계셔서 냉면은 기호식품 중에 제 1 번이시다.
여름이면 최소한 열번 이상씩은 냉면을 해 드린다.
육수를 많이 내서 냉동고에 미리 저장해 두고 부재료는 그 때 그 때 준비하고.
육수를 내면서 야채도 많이 넣고 나만의 향신료도 살짝 넣는다.
여름 건강에 좋은 한약제도 좀 넣고.
다대기를 만들면서는 일부러 마늘을 잔뜩 넣는다.
매실원액도 넣고.
냉면을 먹고 시원한 것도 좋지만 배탈이나 식중독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살균효과가 높은 마늘이나 매실원액, 식초를 적절히 사용한다.
오늘 낮에 있었던 아찔했던 냉면 육수 사고.
식탁에서 기다리시던 손님들은 까맣게 몰랐던 사고였지만
우리 둘은 식은 땀이 흐를 지경으로 놀란 사고였지.ㅎㅎㅎ
그래도 육수 맛이 쇠고기 살코기를 넣고 야채를 많이 넣어서 뺀 국물이라
진하고 시원하다시며 거의 모든 분들이 곱배기로 드셨다.
살얼음이 사르르르르.....
톡~~쏘는 겨자유 맛을 한껏 살린 추울 정도의 시원~한 냉면.
비 오는 날의 냉면이었지만 냉면은 역시 차가워야 제 맛.
시원한 냉면을 시어머님도 시아버님도 참 좋아하셨는데.....
우리 아이들도 참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