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특히 드라마는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그 시간대를 기다려 꼭 봐야합니다.
우리집은 대장이 남편입니다 가끔 어느 집에서는
리모콘 쟁탈전이 벌어지곤 한다지만 우리집에서는
턱도 없는 이야깁니다.
혹 애들이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남편이
퇴근해 들어오면
리모콘을 내려놓고 각자 방으로 들어가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책을 봅니다.
우리집 폭군 곁에선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앉아야
합니다 한 손에 리모콘을 꼭 쥐고 긴 쇼파위에 길게 누워
딸이나 아들에게 주무르라는 명령을 내리고 저에게는
발 밑에 앉아 발바닥을 간질거려 달라고 합니다.
이제 아빠의 수법을 알아버린 아이들은 아예 멀리 달아나고
만만한 저도 \"싫어\" 단호하게 말하고 책을 펼쳐
들지만 어느새 남편 발밑에서 발바닥을 간질거리거나
손가락을 꼭꼭 주물러주고 있습니다.
요즘 일이 많아서 저도 남편도 바쁘지만 이것저것
아들이 군대 갈때까지는 마음이 뒤숭숭 합니다.
딸아이 원룸얻어 제 살림하고 아들아이 뭐 대단한 남 안가는
군대 간다고 전국일주 ㅎㅎㅎ 추억여행 엄마차 내비달아
신바람이 났습니다.
경재가 어렵다 해도 사서 보려면 못 살 것도 없지만
빡빡하게 사는 삶을 즐기는 터라 책을 사지 않고 제 인내심을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람세스,반지의 제왕,끝없는 이야기
등등 장편들만 골라 다시 읽기 시작하다
마음에 여유없음 하면서 책을 들춰보지 않은지 며칠이 됐습니다
어느 날 정말 무의미하게 텔레비전을 켜 놓고 멍청하게 앉아
있자니 추저분하게 발톱이 길어 있었습니다.
손톱깎이로 발톱을 자르다 시작한김에 손톱까지 자르다.
갑자기 떠오른 생각하나 아이고 제가 미쳤습니다.
반지원정대가 지금 위험에 처해 있었거든요 그 급박한 상황에
그들을 그렇듯 오래 두다니요 프로도는 반지 원정대와 뿔뿔이
흩어지고 겨우 샘 하나만 데리고 배를 타고 떠났고 보르미르는
오크족에게 불화살을 맞고 죽어서 수장을 했고 피핀과 메리는
오크족에게 포로로 잡혔으며 스트라이터와 레골라스 김리
이렇게 셋은
포로로 잡힌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뒤를 쫒고 있는데
이 급박한 상황에 이들을 이렇게 오래 머물게 하다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들을 안전한 곳까지 옮겨 놓았습니다.
오늘밤 그들은 나무수염 엔트의 집에서 모처럼 편한 잠을 자고
있습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들이 들면 자꾸만 전 제가 덜떠러진
바보 같습니다 혹 여러분들도 어느 순간에 누군가를 묶어 두고
지금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지 찾아 보시고 구속에서 풀어 주세요.
백 권의 책을 읽어야 1% 글 쓸 영감을 얻는 다는데, 글 쓸 영감은
고사하고 이렇게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있다니요 메리와 피핀을
엔트집에 편안히 쉬게 했다고 안심을 했는데 다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왜냐면 샘과 함께 배를타고 떠난 프로도의 행방이
묘연해서요 프로도의 행적 찾아 편안한 곳에 잠시 쉬게하고
저 역시 아들이 입대 하는 날까지 잠시 쉬려고 합니다.
하얀 조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나비의 디딤돌 노란 민들레 눈이 부십니다.
다시 돌아오는 날까지 여러분 행복하세요.
프로도의 행방찾아 떠나는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