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그루만 기르고 싶었던 단풍나무를 드디어 얻었다.
내 키보다 크지만 베란다 한 쪽에 자리하여 두니 참 보기 좋다.
잎눈이 한참 솟아나던 때 가져 왔다. 벌써 보름이 지나니
파란 잎들이 쩍쩍 손바닥을 벌리듯 활짝들 폈다.
보고 또 보아도 너무 흐뭇해 자꾸만 올려다본다.
작은 분재용 적단풍도 함께 얻었었다. 욕심이 많아서.
쪼그만 게 잎이 다 펼쳐져 싱싱하여지니 참 예쁘다.
정원에서 살았던 얘들이 고층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
잘 적응하여 살아주니 너무 고맙다.
작년이던가.
산에서 손가락만한 애기 단풍나무 옮겨와 기르다
물을 많이 주었던지 끝내 실패하여 몹시 서운했었다.
이젠 잘 길러야지. 틈틈이 들여다본다.
자식을 이런 정성으로 키웠더라면......,후후 생각해 보니 미안해진다.
스스로 잘 크기를.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
세상은 자꾸만 걷잡을 수 없이 거해지는데
내 손길은 한 치 앞도 밝혀 주지 못했다.
자고 나면 피고 지는 꽃들도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주는데.
그저 바라만 보았으니......,
세월이 나를 철들게 한다.
단풍나무의 파릇파릇 율동적인 잎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을 찾았다. 우리 모두
한 발자국 늦어도 내일은 솟구쳐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