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라 그런지 병원 대기실은 북적대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거의 50 여명은 되어 보였다.
개인 병원의 아침 환자가 이 정도면 아주 명의가 아닐런지...
대기실의 쇼파가 벽을 따라 주..욱 연결되어 있는 ㄷ 자 모양인데도
엉덩이를 들이밀 공간이 안 생겨 그냥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만 앉으시라 하고
그냥 서 있자니 서로 간격을 좁히시며 자리를 만들어 주신다.
통증을 잡아주는 전문병원이라 할머니들을 다 모시고 가는 길에 나도 어깨며 허리 팔꿈치를
같이 치료하기 위해서 보호자 겸 해서 따라 나선 길이었다.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 전 부터 진료는 시작되었는데도
웬 환자는 그리도 속속 들이 닥치는지...
전용 엘리베이트를 타고 그 병원으로 들어 오는 수 많은 환자 환자들...
거의가 50 대 이후의 나이 지긋하신 여자분들이고 가끔 남자도 가뭄에 콩 나듯 내려온다.
신체적인 조건이 여자는 근육이 약하고 남자는 근육이 발달된 몸으로 태어나는데
여자들은 애기 낳고 키우고 집안 살림에 또 요즘은 맞벌이가 많다보니 이중고를 치루면서
근육이 약한 여자들이 허리며 무릎병이 많이 생기나 보다.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허리와 무릎 그리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통증완화 주사를 맞고 나간다.
주사를 한 두대 맞는게 아니고 한 부분을 여러 대 맞고 물리치룔르 받는데 웬 환자가 그리도 많은지...
병원에만 오면 온통 세상은 아픈 사람들 천진가 보다..싶을 정도로.
기다리는게 지루해서 집에서 나설 때 책 한권을 넣고 왔기에
쇼파에 겨우 엉덩이만 걸친 어정쩡한 모습으로 책을 읽고 있는데
간호사들의 혼자이름 부르는 중간에 걸걸한 여자 목소리가 갑자기 내 귓전을 때렸다.
\"보소~~!! 간호사야~~ 벌써 몇번째나 순서를 바꾸고 있노??
내가 아까부터 봤는데 내 순서는 자꾸 밀리고 다른 사람이 먼저 들어가니 우짠 일이고? 어 잉???\"
갑자기 큰 목소리가 터져 나오니 간호사들도 순간 긴장한 눈치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서
일제히 눈길을 돌린다.
게중에서 오랜 경력이 있는 간호사가 상냥하면서도 정중하고 침착하게
\"아..그러셨어요? 저희들은 순서데로 한다고 하는데 착오가 있으셨어요?
한번 살펴 봐 드릴께요~~잠시만요~~ㅎㅎㅎ\"
얼굴에 생글생글 고운 웃음까지 지으며 애써 그 무서운 환자를 진정시킨다.
챠트를 이리저리 뒤적이던 그 간호사
\"어머님...순서가 맞아 들어 가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얼굴 피부도 어쩜 저리 고울까 싶을 정도로 이쁜 얼굴로 상냥하게 일러 드린다.
\"아..그래도 그렇지...내가 언제 왔는데 말이야..빨리 좀 넣어 봐~~\"
거의 명령조로 소리를 지르는데 난 읽던 책을 덮고 내 옆의 그 아줌마를 곁눈으로 훔쳐 봤다.
바로는 쳐다 볼 용기가 안 났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누가 험악하게 나오면 기 부터 죽고만다.
그 사람을 이겨 먹을 욕도 잘 못하는데다가 내 돈 주고도 못 받아오는 깡이 부족해서
누가 심하게 막말하고 나온다거나 길에서 욕하고 싸우는 여자들만 봐도 슬~~슬~`게걸음을 친다.
나랑은 엮이지 말기를 바라며.
좀 비겁과인지도 모른다.
안 싸우고 비껴만 간다면 난 얽히는게 정말 자신이 없는 사람이다.
바로 옆에 앉은 그 여자는 덩치도 나보다 더 우람했고
두 눈에는 큰 쌍꺼풀 수술 자욱이 아직 남아있어 퉁~퉁~ 부어있고
윗눈썹 문신은 하다가 실패를 했던지 아님 두번 하다가 부작용이 났던지
온통 검붉은 핏자욱이 섬뜩할 지경인데 연고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었다.
빨간 바지에 코가 뾰족한 구두를 신고 베이지색 가죽가방을 손으로 돌돌 말아 쥐고 있었다.
고개를 뒤로 바짝 젖히고 슬금슬금 훔쳐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일행들이 많으십니꺼?\"
날 돌아보면서 묻는 바람에 까닥하다가는 헉~`하고 소리를 지르며 놀랄 뻔 했다.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아 최대한 공손하게
\"네..에...멀리 창녕에서 할머니들 모시고 왔어요.
이 병원 원장님이 좋으신가 봅니다?\"
묻지도 않은 말까지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받아주니 그 아줌마
\"소문이 거 까지 났던교? 참...월요일은 안 와야 겠네..이거 원 순서도 안 맞촤주고..궁시렁궁시렁...\"
그 순간 건너편에서 아까부터 이 아줌마의 고함소리를 가만히 듣고 계시던 중년의 점잖으신 한 아줌마가
\"아줌마~! 아까부터 자꾸 순서를 어쩌고 하시는데 내가 아줌마보다 더 일찍 왔구만 이렇게 기다리는데
아줌마는 더 뒤에 왔으니 당연히 더 기다려야지요~! 뒤에 와서는 자꾸 먼저 안 해준다고 그러니...\"
순간 대기실 분위기가 모두 방금 말한 그 아줌마한테로 쏠렸다.
저 아줌마 저러다가 당하기라도 한다면???....그런 눈길로.
내 가슴도 남 모르게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저 험하게 생긴 얼굴로 와락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중간에 ...딱 중간에 앉은 난 어떻게 해야 하나?????
방금 읽던 책은 두손으로 꼭 쥐었고 슬쩍 옆눈으로 아줌마를 쳐다보니 다행히 암말을 않고 가만있다.
대기실 사람들이 모두 그 아줌마를 쳐다보니 순서가 그리되나?? 싶은 얼굴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히유.....
난 공연히 속 호흡을 하면서 타이른 말에 그 아줌마의 진정시킨 마음이 고마웠다.
이 대기실에서 남의 일이지만 와라락...달겨들기라도 해서 당신이 뭔데 순서가 맞네 안맞네 그러냐?
내가 맞다면 맞는거지 당신이 뭐냔 말이야????..............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가기라도 한다면 병원 분위기 엉망될건데..다행이었다.
그러고 있는 순간에 성질부린 아줌마의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 가는데
그 아줌마가 일어난 자리에 두 사람이 앉아도 널...널....
일어나는 아줌마의 동작을 지켜보던 나는 공연히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덩치가 커서 많이 아플건데...
몸은 작으신데 살이 너무 안 빠지고 부은 살이 진짜 몸이 되어 자꾸만 관절이 아프다고 그러셨는데...
엄마는 얼마나 더 아플까?
나이는 엄마를 갉아 먹었고 당뇨는 또 엄마의 영양을 다 갉아 먹고 말았다.
50 도 안된 딸이 허리며 어깨 팔의 통증을 치료 하자고 부산까지 내려 와서
그 아픈 주사를 수십대씩 맞는 걸 아시면 엄마는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엄마도 이 주사를 맞으시면 질질 끌다시피하는 다리가 나으실까?
통증의 완전 치료는 기대하지 않는다.
큰 수련회를 앞두고 덜 고통스럽게 완화되는 정도?
원장님도 그러셨다.
\"완치는 어렵습니다 솔직히....완치되는 방법은 쉬는 길 밖에는요...허허허허...
의사가 이런 답 밖에는 못 드려 죄송합니다.\"
그랬다.
그 주사를 맞고 당분간은 참 신기할 정도로 안 아프다.
두 팔을 만세자세로 자는 잠을 두 팔을 내리고도 잘 잔다.
두 어깨가 내려 앉을 듯이 뻐근하다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편하다.
허리까지도 아주 유연하다.
이대로만...이대로만 영원하기를......
막내 대학까지 바라보니 아무리 안해도 8년은 더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다른건 하나도 안 무서운데, 일이 아무리 많아도 좋고 수련생이 1000 명이 와도 좋고 좋은데
허리만 안 아팠으면.....테니스엘보가 더는 안 생겼으면.....
큰 욕심도 없다.
안 부린다.
막내 대학까지만 내가 남편을 도울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조금 아파도 참겠는데....
슬..슬..화단이나 돌보며 꽃들이랑 영원처럼 고운 이야기 하면서 그렇게 늙고픈데...
우리 애들이 낳은 내 꼬물이들이 오면 같이 꽃이름이나 알아 맞추기 하면서
꽃길따라.....꿈길처럼....그렇게 나 살고픈데.....
꽃목걸이 만들어 하와이에 놀러 간 애들처럼 꾸며도 주고픈데...
병원에 다녀 오는 날에는 모든게 자신이 없어지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연습이라면....
지금 내가 살아가는 지금이 연습게임이라면 두번째는 안 아프고 더 잘 할 수 있을거 같으다.
요령도 적당히 피우며
눈 속임도 알맞게 잘 하면서 살~살! 일을 할 것 같으다.
과연???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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